
동해의 상징처럼 자리한 추암 촛대바위. 애국가 영상 속에서 익숙하게 보아온 그 풍경은 늘 멀리서 바라보는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야기가 달라졌다. 2019년 개장한 추암 촛대바위 출렁다리는 단순한 연결 통로가 아니다.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를 발아래서 느끼고, 바다 위를 걷는 듯한 감각을 체험하게 하는 특별한 공간이다. 보는 풍경에서 머무르지 않고, 몸으로 직접 경험하는 새로운 차원의 여행을 가능케 한다.

강원특별자치도 동해시 촛대바위길 28에 자리한 추암 촛대바위 출렁다리는 길이 72m로, 육지와 해상 암벽을 직접 잇는다. 대부분의 출렁다리가 산이나 계곡에 놓이는 것과 달리, 거친 파도가 부딪히는 바다 위를 가로지른다는 점이 차별화된 매력이다.
강철 격자와 투명 강화유리로 이루어진 바닥을 통해,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바위에 부딪히는 파도를 눈앞에서 볼 수 있다. 흔들림은 지나치게 강하지 않지만 해풍과 파도의 리듬에 따라 미세하게 흔들려, 마치 바다와 함께 호흡하는 듯한 독특한 체험을 선사한다.

추암은 단순한 자연 명승지가 아니다. 고려 말 공민왕 시절, 벼슬살이에 염증을 느낀 심동로가 내려와 ‘해암정’을 짓고 머물렀던 곳이자, 조선의 문인들이 시와 노래로 극찬했던 절경이다.
특히 촛대처럼 솟아오른 기암괴석은 오랜 세월 동안 동해의 상징이자 대한민국의 대표 일출 명소로 자리 잡았다. 출렁다리의 개장은 이 풍경을 그저 ‘관람’하는 대상에서 벗어나,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확장한 전환점이 되었다.

출렁다리에 발을 딛는 순간, 다른 산악형 출렁다리와는 전혀 다른 감각이 몰려온다. 바람과 파도가 동시에 전해주는 리듬감, 발밑으로 보이는 거친 바다의 움직임이 주는 짜릿함은 추암만의 독창적인 경험이다.
다리 위에서 고개를 돌리면, 한쪽으로는 고요한 추암항과 해수욕장이, 다른 쪽으로는 수백 년 세월 파도에 깎여나간 기암괴석들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진다. 특히 촛대바위를 다리 위에서 바라보면, 해변에서 보던 모습과는 또 다른 입체감과 위용이 느껴진다.

추암 촛대바위 출렁다리는 입장료와 주차료가 모두 무료다. 운영 시간은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데, 4월~10월은 오전 9시부터 밤 10시까지, 11월~3월은 오전 9시부터 저녁 8시까지 개방된다.
다만 바다 위에 놓인 구조물인 만큼, 강풍이나 호우, 폭설 시에는 안전을 위해 출입이 제한될 수 있다. 방문 전 동해시 관광과(033-530-2801) 또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운영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출렁다리를 즐긴 뒤에는 주변 명소도 함께 둘러보자. 고려 말 학자 심동로가 지은 정자로 강원특별자치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해암정’이 바로 인근에 있다.
또한, 다양한 조각 작품과 해안 산책로가 어우러진 추암조각공원 역시 걷기 좋은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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