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박은 존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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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ST’은 미국에서 남몰래 귓속말하기 전에 입으로 내는 신호거든요.
이번 앨범에는 여태껏 제가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담았어요.”
방금 촬영장 오는 길에 이번 앨범 제목이 바뀌었다고요?
원래 제목은 ‘SILVERLINE’이었어요. 희망을 발견하다는 뜻인데요. 앨범 커버 이미지랑 안 어울리다는 의견이 있었어요. 결국 커버 사진과 잘 어울리는 단어를 고민하다가 조금 전에 결정됐어요.
바뀐 제목은 어떻게 되나요?
<PSST!>입니다.
낯선 단어네요.
‘PSST’은 미국에서 남몰래 귓속말하기 전에 입으로 내는 신호거든요. 이번 앨범에는 여태껏 제가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담았어요. 속마음 같은 곡들이 꽤 많죠. 팬분들에게 아직 들려주지 못했던 제 진짜 이야기를 전한다는 내용을 담아서 <PSST!>으로 지었습니다.
<PSST!>은 11년 만에 나온 정규 앨범이죠. 시간이 오래 걸린 만큼 앨범 작업을 시작하기까지 특별한 계기가 있었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삶의 변화가 있었죠. 결혼을 하고 아이가 태어났으니까요. 첫 정규 앨범을 내고 오랜 시간이 흐르기도 했고요. 몇 년 동안 ‘정규 앨범 내야지’ 생각은 했는데 곡들이 안 모였어요. 그러다 홍소진 프로듀서를 만나게 됐어요. 아티스트로서 서로 좋아는 했지만 같이 작업할 기회는 없었어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정규 앨범을 같이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가 러브콜을 보냈어요. 그 후로 1년 반에 걸쳐서 완성한 앨범입니다.
작곡과 작사는 완전한 분업이 이뤄졌나요?
제가 쓴 곡을 홍소진 프로듀서가 편곡한 곡도 있고, 누나가 쓴 트랙 위에 제가 멜로디를 얹은 곡도 있어요. 대부분 작곡은 홍소진·존박 공동이고, 작사는 거의 다 제가 했습니다.
특정 프로듀서와 협업으로 앨범을 만들 때, 주제나 가사를 먼저 정하고 그 위에 음악을 얹는지 방법이 궁금합니다.
곡마다 만든 방법이 달라요. 가사가 먼저 나온 곡은 저한테 개인적인 의미가 많은 거예요. 발라드 곡인 ‘YOU WERE THE ONE’ ‘SOMEBODY BETTER’가 그렇죠. 앨범 작업하는 동안 홍소진 프로듀서랑 플레이리스트를 정말 많이 공유했어요. 서로 좋아하는 노래를 들려주고, 피아노 앞에서 이것저것 장난도 쳐보고. 그러다 보면 코드가 먼저 나오죠. 그리고 멜로디를 얹고 가사를 입혀요. ‘STUTTER’ ‘같은 마음 다른 시간’ ‘VISTA’가 그렇게 나온 곡들입니다.
이번 앨범으로 존박의 노래를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 가장 먼저 들려주고 싶은 곡이 있다면요?
저한테 가장 자연스러운 곡이라고 할까요? 딱 맞는 옷을 입은 느낌인 ‘BLUFF’를 먼저 소개하고 싶어요. 1번 트랙이기도 하고, 선공개 곡이기도 해요. 영어 가사인데 장르는 재즈이면서 내용은 감성적인데 밝은 느낌이 들어요. ‘이게 내가 생각하는 존박의 색깔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노래예요.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청자들이 ‘이런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기대한 점도 있을 것 같습니다.
존박 음악 되게 열심히 하는구나?(웃음) 아마 팬분들도 그걸 알아봐주시지 않을까 싶어요. 비슷한 느낌의 트랙이 하나도 없거든요.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으면서 제가 하고 싶은 다양한 것들을 모아놓은 앨범이에요. ‘존박이라는 가수는 진행형이구나’ 느끼셨으면 좋겠네요.
스스로 정의하는 이번 앨범의 장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소울? 재즈도 있고, R&B도 있고, 하우스 비슷한 곡도, 아델이 부를 법한 발라드 곡도 있어요. 그걸 다 포괄해서 ‘존박의 소울’이라고 하면 될 것 같습니다.
누구나 자신의 장점을 아는 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수 존박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뚜렷한 색깔 아닐까요? 보컬이나 그루브에서 나오는 ‘존박만의 느낌’이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네 생각’은 들을 때는 굉장히 부르기 쉬울 것 같지만, 직접 불러보면 특유의 리듬이 있거든요. 그게 노래의 맛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제가 가진 목소리의 질감, 특유의 그루브가 제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존박 님 노래를 노래방에서 불러본 적이 있거든요. 들을 때는 편하고 쉽게 느껴졌는데, 막상 부르려니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하는 질문인데 존박 노래 잘 부르는 비법이 있을까요?
제 노래 중에 발라드 곡은 저보다 훨씬 맛깔나게 부를 수 있는 분들이 많을 거예요. 사실 한국식 발라드가 제 포르테는 아닌 것 같아요. 물론 잘 부를 수는 있지만 그루브한 곡이 좀 더 제 전공에 가깝죠. 이유는 간단해요. 어렸을 때부터 그런 음악을 들어왔거든요. 저한테는 정박 발라드가 제일 어려워요. 예를 들면 박효신 노래나 이승철 노래. 정박 발라드는 제가 머릿속으로 편곡하면서 불러야 잘 부를 수 있어요. 기존 정박대로 불렀다가는 그 느낌이 안 살더라고요. 반대로 스티비 원더나 마빈 게이 노래는 한 소절만 들어도 내가 어떻게 불러야 할지 저절로 알아요. 어떤 노래를 잘 부르고 싶다면, 해당 장르의 클래식을 많이 듣는 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이달 <아레나>에 오상욱 펜싱 선수 인터뷰가 실려요. 애창곡으로 ‘밤새 서로 미루다’를 꼽더라고요. 개인적으로 노래방에서 가장 즐겨 부르는 본인 곡은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오상욱 선수랑 노래방에 간 적이 있어요. 그날 처음 만났는데 2시간 동안 노래 엄청 열심히 불렀어요.(웃음) 저는 노래방에서 제 노래 잘 안 불러요. 주로 팝 부릅니다. 존 레전드 같은 팝송. 좀 취하면 에미넴 랩 하죠. 중학생 때 에미넴을 달고 살았거든요. 제 노래는 누가 시키거나 부탁하면 부르는데요. 그때는 보통 ‘이게 아닌데’ 혹은 ‘네 생각’ 같은 발라드 곡 부릅니다.
기왕이면 점수가 잘 나오면 좋잖아요. 잘 나오는 편인가요?
잘 나오는 편이에요. 점수를 매번 체크하지는 않는데, 그래도 점수 보고 ‘이거 잘못됐는데?’ 한 적은 없었어요.
개인적으로 작사할 때는 영어와 한국어 중 뭐가 더 편하세요?
영어요.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영어 책을 훨씬 더 많이 읽고 자랐기 때문에 아직까지 글로 표현하는 건 영어가 편해요. 지금도 영어 책을 더 많이 읽어요. 물론 한국 작가 글은 한글로 읽지만, 고전을 읽거나 영어 원서가 있으면 원본을 읽는 편이죠. 그게 더 빨리 읽히거든요.
말하는 건 어때요?
말은 최근 들어서야 한국말이 더 편해졌어요. 영어 쓸 일이 거의 없거든요.
노래 부를 때는 영어가 더 편하세요?
노래는 반반이에요. 언어에 따라서 창법과 발성도 달라지거든요. 저는 둘 다 할 수 있고, 각기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언어에 따라 담을 수 있는 메시지도 다르고요. 이번 앨범에는 영어 가사가 많은데요. 사실 미국에서 발매해도 무방할 가사를 썼거든요. 한국 청자분들께는 불친절하게 느껴지실 수도 있는데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온전히 담기 위해서 영어를 썼어요. 영어가 편한 분들은 ‘이 노래 가사 좋네’ 느끼실 수 있도록 열심히 썼어요. 스스로 뿌듯한 점이기도 해요.
“제가 아무리 웃기고 평양냉면을 좋아하는 사람이더라도,
결국 제 노래를 듣고 좋아해주실 분들은 좋아해주실 거라고 믿어요.”
어제 따님 돌잔치가 있었다고 들었어요. 아빠가 되면 음악을 만드는 데 있어서도 달라지는 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앨범에 결혼이나 아이에 대한 내용은 전혀 없어요. 딱 한 곡, 아내를 생각하면서 쓴 곡은 있지만 크게 달라진 점은 없습니다. 다만 아이가 언젠가 제 음악을 들을 거잖아요. 앞으로 제가 어떤 음악을 만들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내 아이가 자랑스러워할 음악을 남겨야겠다는 마음가짐은 생겼죠.
아내분을 생각하면서 쓴 곡이 ‘YOU WERE THE ONE’일 것 같은데요. 평소 곡을 쓰면 아내분께 먼저 보여주는 편이에요?
아니요. 저는 완성품 보여주는 걸 좋아해서 지금까지 한 번도 먼저 들려준 적 없어요. 음원 사이트에 올라가면 그때 듣는 거예요.
아내분이 이번 노래를 듣고 어떤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나요?
그냥 좋아했으면 싶네요. 사실 아내는 신나는 곡 좋아해요. 느린 노래는 졸리다고 잘 안 들어요. 저랑은 음악 취향이 완전히 다르죠. 그런데 ‘YOU WERE THE ONE’은 이번 앨범에서 제일 느린 곡이거든요.(웃음) 그래도 좋아해주길 바랍니다.
결혼을 하면 이별 노래 쓸 때 난처한 점은 없나요?
그런 생각한 적은 있어요. 아내가 ‘도대체 누구에 대한 내용이냐?’ ‘분명 나랑 있었던 이야기는 아닌데’ 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사실 모든 곡에 저의 일기를 쓸 수는 없잖아요. 누가 들어요, 그런 재미없는 내용을. 저는 제 이야기만으로 곡을 쓰지 않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아내가 불편해하거나, 제가 미안해하지는 않아요.
<무한도전>을 비롯해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유쾌하고 재미있는 이미지가 진해졌잖아요. 그게 음악 활동할 때 방해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개그맨인데 노래 잘하는 사람으로 생각하실 수 있죠. ‘존박 원래 웃긴 사람인데 이런 음악을 한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고요. 어쩔 수 없어요. 물론 예능 출연 없이 음악만 하시는 분들 계시죠. 저는 그렇게는 못 하겠더라고요. 저는 음악 밖에서도 하고 싶은 일이 많고, 제가 갖고 있는 장점도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나의 음악 외적 모습이 음악에 방해된다고 다른 활동을 안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아까워요. 제가 아무리 웃기고 평양냉면을 좋아하는 사람이더라도, 결국 제 노래를 듣고 좋아해주실 분들은 좋아해주실 거라고 믿어요. 평양냉면에 진지한 것 이상으로, 음악도 진지하게 만들고 있으니까요.
요즘도 냉면 드시나요?
그럼요. 예전만큼 자주 먹지는 않습니다. 요즘은 집밥을 주로 먹어요. 아내가 해주는 아침밥이 제일 맛있습니다.
불과 며칠 전에 온갖 뉴스 헤드라인에 등장했어요. 외국인 성명 표기 표준 원칙 ‘성-이름’ 때문이었는데, 본인이 회자될 거라 예상했나요?
아니요 몰랐어요. 옛날에 <무한도전>에서 나왔던 밈 탓도 있겠지만, 그래도 대표적인 이름으로 제 이름을 써주신 거잖아요. 내심 ‘나 아직 그래도 나쁘지 않구나’ 생각했어요.(웃음)
가수 ‘존 박’, 한국의 ‘박성규’, 미국의 ‘존 앤드루 박’의 자아가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킬 앤 하이드 수준으로 달라요. 제가 살아온 순서대로 말씀드려볼게요. 미국에서 ‘존 앤드루 박’은 ‘인싸’였어요. 친구 많고, 나서는 것도 좋아하고. 그때는 미국에 녹아들고 싶다는 생각이 커서 일부러 한국 친구보다 미국 친구와 더 많이 어울렸거든요. 그러면서 제 성격도 많이 외향적으로 바뀌었고요.
한국에서의 ‘박성규’는 그보다 얌전하죠. 가수 생활을 하다 보니 외향적인 성격 때문에 제가 상처받을 때가 생기더라고요. 연예인이 나댄다는 말을 들을 때도 있었고요. 자연스럽게 말수도 줄어들고 차분해졌어요.
무대 위에서의 ‘존박’은 또 달라요. 박성규보다 훨씬 더 자유롭다고 해야 할까요. 무대에서는 제가 집중해야 할 것이 있으니까요. 음악에 몰입할 때면 말도 행동도 더 자유로워져요.
존박은 존박일 때가 가장 자유로운 거네요. 좋은 음악은 어떤 음악이라고 생각하세요?
들었을 때 좋은 게 좋은 음악이죠. 앨범 작업하면서 저랑 홍소진 씨가 이런 얘기를 많이 나눴어요. 좋은 음악이 뭘까? 어떻게 하면 좋은 음악을 만드는 걸까? 결국은 ‘들었을 때 그냥 기분 좋은 음악’이 좋은 음악이더라고요. 하지만 그 ‘기분 좋음’을 만들기까지는 풀어야 할 숙제가 무수히 많죠. 기분 좋게 만들었다고 기분 좋게 들리는 건 아니거든요.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시간을 충분히 보내야 듣기에 좋은 음악이 나올 수 있는 거네요.
맞아요. 물론 가끔은 정말 쉽게 만들었는데 듣기에도 좋은 노래가 나올 때도 있어요. 그건 정말 운이 좋은 경우고요. 대부분은 음악을 만드는 마음가짐이 진실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존박 님이 생각하는 존박의 대표곡은 무엇인가요?
‘네 생각’ 아니면 ‘Falling’일 것 같은데. 그래도 ‘네 생각’이 아닐까요? 공연장에 가거나 팬분들 만나면 ‘네 생각’ 좋아한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있어요. 제가 직접 작곡 작사한 첫 타이틀곡이거든요. 그 곡은 진짜 쉽게 만들었어요. 감사하게도 반응도 좋았고, 자신감이 붙으면서 그 후로 작사 작곡을 더 많이 하게 됐죠.
<슈퍼스타K2>가 나온 지 벌써 14년이나 됐더라고요. 지금까지 내가 음악을 계속해도 되나 생각한 적은 없나요?
당연히 있죠. 그런 순간은 생각보다 자주 와요. 가수라는 직업은 아무것도 보장되지 않은 길이잖아요. 들어주는 사람이 없으면 가수는 할 수 없으니까요. 내가 이 직업에 모든 걸 쏟아부어도 될까 하는 막연한 불안감이 있죠. 그럴 때마다 또 선물 같은 시간들이 찾아와요. 정말 좋은 곡을 만나든지, 내가 어떤 곡을 커버했는데 반응이 좋다든지, 주변 선배님들이 좋은 피드백을 해주실 때가. 그런 선물들을 만나면서 이번 정규 앨범까지 또 만들게 됐네요.
언젠가 따님이 지금 이 인터뷰를 읽을 수 있고, 이번 앨범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할 나이가 될 텐데요. 그때 존박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됐으면 하나요?
좋은 음악 만들었다. 물론 아빠보다 시원하게 고음 지르는 사람은 많지만, 그래도 아빠처럼 음악 하는 사람은 한국에 없었다. 아빠만이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 멋있다. 그렇게 기억됐으면 좋겠습니다.
Editor : 주현욱 | Photographer : 김혁 | Stylist : 유재창 | Hair&Make-up : 장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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