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돌봄’ 해외서도 유명무실, 홍콩·싱가포르 저출산 심각
6일 필리핀 돌봄 도우미 100명 입국…전문가 “근본적인 문제 파악이 우선”
6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100명의 필리핀 돌봄 도우미가 입국했다. 이들은 한 달간 교육을 받은 이후 오는 9월3일부터 내년 2월 말까지 각 가정에서 일하게 될 예정이다. 싱가포르처럼 전문 돌봄 인력을 도입해 일·가정 양립을 지원해 출산율을 높이겠다는 목적을 가진다.
지난 4일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한국, 여성들의 업무 부담 덜어주고 출산율 높이기 위해 외국인 돌봄 도우미 활용’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자국 내에 보도했다. 기사는 한국 정부가 여성들의 가사 및 육아 업무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저임금 외국인 돌봄 도우미를 데려올 계획이며, 이를 통해 여성들이 더 많은 자녀를 낳도록 장려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기사를 본 해외 많은 누리꾼들은 레딧과 엑스(구, 트위터)에서 다양한 의견을 내고 있어 눈길을 끈다. 특히 영미권 최대 커뮤니티인 레딧 이용객 diacewrb 씨는 “싱가포르와 홍콩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하지만 싱가포르와 홍콩도 높은 출산율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기껏해야 불가피한 것을 늦추는 것뿐이다”고 말해 한국의 외국인 돌봄 도우미 도입 제도를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고 있었다.
일본인으로 보이는 엑스 이용객 보코카마 씨는 “필리핀 사람들 소득도 오르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이러한 저출산 대책이 성공할 리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용객 하야토 씨도 “가사 보조 노동자를 늘리는 것이 저출산 대책이 된다고 보는 정책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출산율을 높이는데 돌봄 도우미 정책이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었다.
실제로 이들의 말처럼 싱가포르와 홍콩의 출산율은 외국인 노동자 도입으로 인해 높아졌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1970년대에 이미 가사 돌봄 도우미를 도입한 양국의 통계청 결과에 따르면 외국인 돌봄 도우미 도입 이후 일시적으로 출산율이 높아지는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지속적으로 출산율이 낮아지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싱가포르는 ▲경제 성장과 여성의 경제 활동 증가 ▲저출산 및 고령화 문제 ▲인력 부족 문제로 인해 1978년에 처음으로 필리핀, 인도네시아, 미얀마,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 국가에서 가사 돌봄 도우미 제도를 도입했다.
싱가포르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싱가포르에 처음 외국인 가사노동자 제도가 도입된 1978년에 합계출산율은 1.79였다. 제도 도입 이후 2년간 출산율이 1.82까지 올랐지만 이후 싱가포르의 출산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해는 0.97을 기록했다.
싱가포르의 경우 출산율 제고를 위해 외국인 가사 도우미 제도를 도입했지만 출산율을 높이는 데에는 효과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홍콩의 경우 ▲경제 성장과 여성의 경제 활동 증가 ▲가사 노동력 부족 ▲경제적 이유 ▲정부 정책과 제도적 지원으로 인해 1973년부터 필리핀 가사 도우미 제도를 시작했다.
필리핀 가사 도우미 도입 정책으로 인해 여성들의 노동시장 참여율은 높아졌다.
세계 은행 자료에 따르면 1991년 홍콩 여성들의 노동시장 참여율은 48%였지만 필리핀 가사 도우미 제도 도입 이후 52%까지 상승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여성들의 노동 참여율은 높아졌지만 동시에 출산율은 낮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도입 당시 홍콩의 합계 출산율은 3.18명으로 높은 출산율을 자랑했다. 지난해 홍콩의 출산율은 0.75로 급격하게 낮아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007년부터 2015년까지 5년간 출산율 반등 흐름이 나타나긴 했지만 과거 홍콩의 출산율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싱가포르와 홍콩 통계청의 자료를 확인하면 외국인 가사도우미 정책 도입 직후 일시적으로 출산율이 반등하기는 했지만 40여 년간의 흐름을 보면 하락 추세를 피하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정부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돌봄 도우미 도입을 주장하지만 싱가포르와 홍콩 등 해외 사례는 외국인 가사인력을 수입한다고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 외국인 가사 도우미 도입이 최선의 방법은 아니라고 말한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단순히 가사 노동을 줄이는 것이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은 아니라며 오히려 여성들이 아이를 낳고 싶어 하지 않는 본질적인 문제가 무엇인지부터 파악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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