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화면을 보라. 불가리아에서 공부하는 한국 유학생이 특이하게 생겼다며 올린 수도 소피아역의 스크린도어다.
더 찾아보면 상가 문 셔터처럼 위아래로 열고 닫는 방식이다. 지하철 문이 열리면 양옆으로 자동 개폐되는 한국 스크린도어랑은 좀 다르게 생겼다.이 스크린도어, 알고보니 국산이라는데,유튜브 댓글로 “외국에는 로프로 여닫는 스크린도어가 있던데 왜 이런 걸 쓰는지 궁금하다”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불가리아 등 외국에서 로프형 지하철 스크린도어를 쓰는 이유는 지하철 열차 운행방식 때문이다. 열차 별로 문의 위치가 다르게 생긴 탓.
[에스케이디테크 한범진 과장]
문 위치가 다 다른데 그거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까
한국 지하철에서 우리가 흔히 보는 스크린도어는 업계에선 흔히 PSD, 플랫폼스크린도어라고 부른다.
줄로 만든 스크린도어는 로프(Rope)형 PSD라고 해서 RPSD, 또는 RSD라고 한다.불가리아가 쓰고 있는 RPSD는 전남의 한 중소기업이 개발했다.
일반 스크린도어는 사람들이 타고내리는 지하철 문과 똑같은 위치에 설치된다. 다행히 한국 지하철은 거의 완벽히 표준화가 되어 있다. 지자체마다 겉모습이 조금 다를 순 있지만, 기본적으로 전국 지하철엔 규격이 똑같은 열차가 다닌다는 뜻이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구종성 차장)]
국토부 장관이 정하여 고시를 하고 있습니다. 플랫폼 하나에 문이 4개 있고 길이는 20m 내에서···
하지만 이건 한국이 특이한 거고, 유럽이나 일본, 대만, 중국 등에선 한 노선에 가지각색 열차가 다니는 역이 많다고 한다.이런 역엔 일반 스크린도어는 설치하기 곤란하다.
[김현 한국교통대 교수]
1호선에 A라는 회사도 다니고 B라는 회사 열차도 다니고 C라는 회사도 열차가 다닙니다. 그러다 보니까 열차 출입문 타고 내리는 출입문 위치가 서로 다 다릅니다.
로프형 스크린도어는 이런 환경에서 빛을 발하는데,열차 문의 위치와 상관없이 설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RPSD는 현재 불가리아에 설치돼 있고, 올 여름 대만에도 설치될 예정이다. 참고로 일본에서도 이런 난간형 RPSD를 찾아볼 수 있는데, 솔직히 불가리아 스크린도어와 비교하면 좀 더 조잡해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래도 드는 의문, 이런 스크린도어는 국내에선 왜 안 쓸까. 이런 로프형 스크린도어는 2006년에 광주지하철 녹동역에, 2017년 논산역에 시범운영 된 적도 있다. 근데 현재는 다 철거되고 2013년부터 운영된 대구지하철 문양역에만 남아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첫째는 가격 경쟁력이 전보단 약해졌단 것.과거 국내 일반 스크린도어보다 30% 가량 쌌지만 현재는 10~20% 차이라고 한다.
또 열차 문과 동시에 열고 닫히는 기존과 달리 RPSD는 열릴 땐 열차 문보다 먼저 열리고, 닫힐 땐 나중에 닫혀야 한다.이렇다보니 기존 시스템에선 다른 역보다 정차시간이 길어져버린다. 여러 역에 설치된다면 열차 전체가 더 늦어진다.
RPSD가 남아있는 문양역을 찾아 관계자를 만났는데, 여기선 또다른 문제가 있었다.
[대구지하철 관계자]
문 앞의 장치가 열차 출입문 열리는 걸 감지해서 열리는 방식인데, 가끔 오류가 나요. 그럼 기관사가 인지를 하고 수동으로 열어야 하는데 실수하면 안 열린 채로 가버릴 수 있잖아요.
기존 시스템과 충돌하지 않게 RPSD를 적용하려다 보니 개별 센서를 써야 했고,그러다보니 작동 타이밍이 맞지 않거나 멈추는 등 오류가 생겼다고.이 문제가 한국 사람들의 급한 성미와 맞물려 위험한 장면이 연출된 적도 있다.
[대구지하철 관계자]
문이 덜 열렸는데 뛰어들다가 덜 올라간 스크린도어에 머리가 부딪혀서 나자빠지는 사람도 있었어요.
물론 문양역 RPSD는 시범설치용 프로토타입인데 이걸 13년째 그대로 써온 대구지하철이 문제인 거 같긴 하다.현재 수출 중인 RPSD는 시스템적으로 업그레이드가 많이 돼 이 문제에선 자유롭다고 한다.
대구도시철도공사는 2~3년 내로 문양역을 일반 스크린도어로 바꾼다는 입장인데, 그럼 국내에서 로프형 스크린도어는 아예 사라진다. 다만 무궁화나 새마을, ITX와 KTX 등 여러 열차가 다니는 기차역 실외 승강장에는 여전히 이런 스크린도어가 사고예방을 위해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