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마다 법 공부했던 전 KPGA 선수회 대표 [임정우의 스리 퍼트]
2022년부터 2년간 선수회 이끌어
동료들과 KPGA 발전 위해 힘써
연금 제도 韓프로스포츠 최초 도입
개막전부터 총상금의 3%씩 적립
대표직 내려놓고 선수 생활에 집중
“다시 한 번 우승 감격 맛보겠다”
일반적으로 프로 골퍼들은 프로암 또는 연습 라운드가 진행되는 화요일부터 한 주 일정을 시작한다. 컷 탈락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붓는다.
시즌 중에는 사실상 쉴 수 있는 날이 월요일 밖에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프로 골퍼들이 휴식을 취하거나 그동안 하지 못했던 개인 일정을 소화한다. 그러나 전 선수회 대표 권성열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권성열은 KPGA 투어 소속 선수들을 위해 자신에게 주어진 유일한 휴식일과도 같은 월요일을 사용했다. 그가 출근한 곳은 골프장이 아니다. 그는 KPGA에서 한국 프로스포츠 최초로 선수 연금 제도를 도입하게 하기 위해 은행, 법무법인 등을 찾아 다녔다.
지난 2022년 10월에 KPGA가 선수들의 동의 없이 공제기금 용도를 변경한 것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됐다. 2021년 1월 1일부터 KPGA 투어 대회 때마다 선수들이 받은 상금의 10%를 공제해 마련하는 기금 중에서 3%인 총 10억7400만원이 회원 복지가 아닌 협회 운영 경비로 사용된 게 드러난 것이다.
선수들의 상금 중 3%가 상조 및 장학기금(고등학교 재학 자녀 대상) 등 복지기금으로 공제된 건 2002년 3월 이사회 결의 때부터다. 상금의 2%가 상조기금, 1%가 장학기금 등 회원 복지 용도로 사용됐다. 공제된 기금은 상조회 운영규정에 따라 회원의 상조금, 복지연금, 자녀 학자금으로 지급됐다.
그러나 KPGA는 2021년부터 고등학교 무상교육이 실시된다는 이유로 장학기금을 없앴고 동시에 상조기금까지 폐지시킨 뒤 협회 운영 기금으로 사용되는 ‘특별기금’ 항목에 포함시켰다. 이를 위해 2020년 12월 9일에 열렸던 이사회에서 4호 의안이었던 상조회 운영규정 개정 및 장학기금 전환의 건을 승인했다.
고등학교 무상교육에 따른 장학기금 폐지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회원 복지 중 하나였던 상조기금을 폐지하고 KPGA 투어의 발전 및 대회 활성화를 위해 일반회계로 전환하는 것에 대한 선수들의 불만이 커졌다.
권성열은 “선수 연금 도입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오랜 기간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내 다행”이라며 “동료들의 도움 없었다면 해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선수회 대표라는 역할을 소화하는 게 쉽지 않았는데 이제는 마음 편히 내려놓을 수 있게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비정상적이었던 게 정상 궤도로 오르기 시작한 건 지난 1월이다. 새로 부임한 김원섭 KPGA 회장은 권성열을 포함해 선수회 임원들과 만나 기금이 올바르게 사용될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썼다. 선수 상금 3%에 대한 기금을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지 여러 방안을 놓고 고민한 끝에 선수회와 KPGA가 내린 결정은 선수 연금이었다.
권성열은 “장기적으로 KPGA 투어 선수들의 복지에 큰 혜택이 되고 투어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고민한 끝에 선수 연금 제도를 도입했다”며 “2024시즌 개막전으로 열린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부터 매 대회당 총상금의 3%가 선수 연금으로 적립된다. 한국프로골프투어(KPGT)가 선수 연금을 운영하는 데 투명성을 위해 KPGA, 선수, 전문가(투자·법무·세무)들이 참여하는 연금위원회까지 신설했다”고 말했다.
수많은 선수들의 요청에도 선수회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권성열은 이제 프로 골퍼 생활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두 가지 업무를 병행하기 힘들었던 만큼 올해부터는 내 골프에 전념하기로 결정했다”며 “아직 프로 골퍼 권성열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도 많다. 내 인생의 전부와도 같은 골프를 앞으로도 즐겁게 쳐보겠다”고 강조했다.
프로 골퍼 권성열에게 100점 만점에 80점을 주겠다고 밝힌 그는 앞으로 20점을 채워가겠다는 각오도 전했다. 그는 “매년 경쟁이 치열해지는 KPGA 투어에서 살아남기 위해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며 “이곳에서 나이가 많은 편에 속하지만 아직까지 실력이 부족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2018년 SK텔레콤 오픈 이후 우승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는데 빠른 시일 내에 정상에 오르는 감격을 맛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태국 길거리서 ‘동성 성행위’ 한국男 2명…SNS 확산, 나라 망신 - 매일경제
- 이마트 쇼핑하다 1300만원 돈가방 분실…30분만에 찾아, 직원 덕분 - 매일경제
- “너는 계획이 없구나”…경쟁률 100대 1 가더니 미계약 속출한 서울 ‘이 동네’ - 매일경제
- “이번엔 1000명 증원”…대입 새로운 변수로 등장한 ‘이 학과’ - 매일경제
- ‘놀면 뭐하니’ 이미주, 3살 연하 축구선수 송범근과 열애 - 매일경제
- 20분만에 법안 5개 '땅땅땅~'… 巨野, 대선 이긴듯 힘자랑 - 매일경제
- [단독] 분당·일산 35층 안팎 통합재건축…층수 1.8배까지 높아진다 - 매일경제
- 인천공항에 축구장 112개 크기 첨단 개조정비 센터 - 매일경제
- 심장마비로 돌연 사망 홍콩 유명 女배우, 베이징에 묻히는 이유 - 매일경제
- 故 유상철 감독 제자 설영우 “감독님은 나를 프로선수로 만들어 주신 분... 정말 많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