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불쏘시개는 현금인데…무주택 서민 최후 보루 은행대출 칼질 논란

“시장 과열 이끄는 주체는 현금 부자들…서민 대출 막는다고 집값 내려갈지 의문”
[사진=뉴시스]

금융당국이 또 다시 시중은행 경영 개입에 나섰다. 늘어나는 주택 수요와 이에 따른 집값 상승 현상을 잡는다는 이유로 대출 이자 인상을 압박하고 있다. 결국 시중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금리를 연이어 올렸고 5대 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는 연 6%를 돌파했다.

그러나 여론 안팎에선 이미 주택 매수심리가 커진 상황에서 은행권의 대출 금리 인상만으론 늘어나는 주택 수요를 억제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실질적인 집값 상승을 견인하는 주체는 대출 없이 주택을 구매할 여력을 갖춘 ‘큰 손들’이라는 이유에서다. 정부 가계 대출 압박의 최대 피해자는 결국 신혼부부 등 무주택 가구가 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당국 ‘대출 조이기’ 압박 돌입, 시장 과열 이끄는 ‘똘똘한 한 채’ 큰 손들에겐 무용지물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전날 주담대 고정형(5년 주기형) 금리는 3.09~6.02%를 기록했다. 지난달 1일 기준 2.94~5.76%에서 상·하단 각각 0.2%p 넘게 오른 것이다. 시중은행이 대출금리를 연속적으로 올리고 나선 배경에는 빠르게 오르는 집값을 가계대출(잔액기준) 억제로 잡으려는 금융당국의 의지가 자리하고 있다.

▲ 서울의 한 시중은행 전경. [사진=뉴시스]

금융당국 주장의 근거는 가계대출 상승분 대부분이 주담대라는 사실이다. 실제로 2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2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2분기 말 가계대출 잔액은 1780조원으로 전 분기 말(1766조4000억원) 대비 13조5000억원 늘었다. 가계대출 증가분 대부분은 주담대(1092조7000억원)가 차지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매매 거래량이 늘어난 결과다.

그런데 부동산업계 안팎에선 대출금리 인상이 집값 안정화에 영향을 줄지는 미지수라는 반응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무주택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부담만 키울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서울·수도권 수요 쏠림을 유도하며 실질적인 집값 상승을 견인하는 주체는 대출 없이 주택을 구매할 여력을 갖춘 부유층이라는 이유에서다. 부유층을 중심으로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심화되면서 위에서부터 전체 집값을 끌어 올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주장이다.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서울 곳곳에서 신고가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 레이크팰리스 전용면적 116㎡는 최근 신고가인 28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올해 초 실거래가(24억3000만원) 대비 4억2000만원 올랐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 역시 이달 초 36억원에 거래되면서 신고가 기록이 바뀌었다. 최근 당첨만 되면 상당한 시세차익을 실현할 수 있지만 당첨과 잔금 납부 기간이 짧아 현금부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강남 로또아파트’ 분양 경쟁률도 빠르게 치솟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무주택 서민들 사이에선 집값을 잡기 위한 대출금리 인상은 애꿎은 서민만 잡는 조치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15억원이 훌쩍 넘는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값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중·저가 아파트 수요자와 서민 대출에까지 손을 대는 것은 과도한 처사라는 지적이다.

▲ 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 아파트 전경. [사진=뉴시스]

앞서 국토교통부는 16일 연소득 8500만원 이하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지원하는 디딤돌 대출의 금리를 기존 2.7~3.55%에서 2.9~3.95%로 최대 0.4%p 올렸다. 부부합산 연소득 5000만원 이하 무주택자에 전세자금을 빌려주는 버팀목 대출의 금리도 1.5~2.9%에서 1.7~3.3%로 인상했다. 디딤돌 대출 대상 주택 매매가격은 6억원 이하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 수준이다.

직장인 박성환 씨(31·남)는 “지금 부동산 가격은 최소 10억원 이상의 현금을 쥐고 있는 부자들이 다 올리고 있는데 왜 서민들의 대출 규제에 사활을 거는지 모르겠다”며 “내 집 마련이 이렇게 점점 더 어려워지는데 아이를 낳을 생각을 도대체 어떻게 할 수 있겠냐”라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 역시 대출 규제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해법이 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부동산 열풍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금리 조정이 아닌 공급 대책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 부동산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고가 아파트인데 금리 조정은 해당 매물에 대해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며 “대출 규제는 부동산 시장 안정 차원에서 명확한 해법이 될 수 없어 단기간 내 수요를 잡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요를 억누르기보다는 공급 정책을 통해 시장의 과열을 조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 #시중은행 #개입 #대출금리 #인상 #주담대 #6% #돌파 #가계대출 #완화 #대책 #현금부자 #무용지물 #디딤돌 #버팀목 #서민대출 #압박 #부동산 #집값 #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