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대규모 통신자료 조회…"수사기관 권력 오남용" 비판

검찰이 정치인·언론인의 통신자료를 대규모로 조회한 사실이 드러났다. 조회 대상자들은 수사기관이 권력을 오남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치권과 언론계 인사들은 지난 2일 검찰콜센터 번호로 '통신 이용자 정보제공 사실 통지'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1부가 지난 1월 4일 통신이용자 가입 정보를 조회했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였다. 통신이용자 가입 정보는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 개인정보다. 수사기관이 수사 대상자가 누구와 통화했는지 등을 확인하는 단계에서 조회한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통신 자료를 조회했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 /화면 갈무리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는 지난해 9월부터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을 구성,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와 전·현직 언론인 간부가 허위 보도로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오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자신이 검찰에서 문자 메시지를 받은 사실을 공개했다. 이들은 각각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 계정에 "통신 조회가 유행인 모양", "정치 검찰의 사찰이 도를 넘었다"는 글을 올렸다.

검찰의 통신자료 조회는 정치권뿐만 아니라 언론계 인사들을 대상으로도 이뤄졌다. 전국언론노동조합·자유언론실천재단·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 등 언론단체 관계자, 그리고 <경남도민일보>·<경향신문>· 등 언론사 전·현직 기자들도 같은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김주완 전 경남도민일보 이사도 검찰이 통신자료를 조회했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그는 "검찰에서는 어떤 수사인지 알려줄 수 없으나 특정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확인했다고 하더라"며 "검찰이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인이나 언론단체에 속한 이들을 전방위적으로 사찰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통신 조회 대상자들은 검찰이 조회한 지 7개월 만에 당사자에게 해당 사실을 알린 점도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통신 조회에 사후 통지 절차가 의무화됐다. 검찰은 통신 조회 사실을 30일 이내에 당사자에게 통보해야 한다. 다만 국가와 공공 안전보장이 위태롭거나, 피해자에게 위협이 되는 경우 등은 예외를 두고 유예할 수 있게 했다.

역시 통신 조회를 받은 전대식 전국언론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국가 안보를 위협한 사실도 없는 선량한 시민들에게 이런 식의 통신 조회는 가당치 않다"며 "윤석열 정부는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언론에는 그물을 던져놓고 한 놈 잡히라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단체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공동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검찰이 권력을 앞세워 언론계를 대규모로 사찰했다"며 "개인에게 통보 없이 수사기관이 마음대로 정보를 들여다본 것으로 법 제도가 정비되지 않으면 답이 없다"고 밝혔다.

/김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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