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설적 스포츠카인 벤츠 300SL의 실루엣이 다시 세상 위로 떠올랐다. 그러나 그 방식이 전통적인 리스토어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접근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이번에 공개된 차량은 부활한 코치빌더 사우칙(Saoutchik)이 내놓은 첫 작품, 토르페도 S다. 그 기초는 AMG GT 쿠페지만, 실루엣과 감성은 1950년대 SL의 디테일을 정제해 새롭게 구성했다. 단 15대 한정, 모두 카본 파이버로 빚어진 이 초 희소 GT는 이제 본격적인 생산을 앞두고 있다.
사우칙이라는 이름은 국내에 생소하지만, 전 세계 클래식 경매 시장에서는 이미 여러 작품이 100만 달러 이상에 낙찰된 바 있는 전통 있는 코치빌더다. 1906년 프랑스에서 시작된 이 브랜드는 1955년 문을 닫았으나, 2016년 네덜란드에서 새로운 법인으로 부활했다. 과거의 디자인 정신을 계승하면서도, 현대 기술을 기반으로 그 가치를 재해석하겠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이번 프로젝트가 출범했다.


벤츠 SL의 조형을 현대화
완성까지 8개월 소요되는 수작
토르페도 S는 2도어 쿠페 형태로 제작되었으며, 토르페도라는 명칭은 차체 라인이 전면에서 후면까지 수평으로 이어지는 고전적 디자인 언어에서 비롯됐다. 300SL에서 영향을 받은 유선형 보닛과 곡선미가 강조된 테일 디자인, 그리고 차체를 낮게 깎아내린 프로포션까지 모두 클래식 SL의 조형미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형태다. 모든 패널은 카본 파이버로 수작업 제작되며, 한 대당 4,000시간 이상의 제작 시간이 소요된다. 이는 일반적인 자동차 생산 공정과는 전혀 다른, 말 그대로 공예의 영역이다.
기반이 되는 차는 메르세데스-AMG GT 쿠페지만, 겉모습에서 이를 알아차리긴 쉽지 않다. 문짝을 제외한 모든 패널이 완전히 새롭게 설계되었으며, 전체 실루엣은 전통적인 클래식 GT의 비례를 철저히 따랐다. 제작은 독일 튜너 포게아 레이싱과 협업해 진행되며, 이들은 기존에도 벤츠 기반 리스토어 프로젝트를 수행해 온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 완성까지는 차량 도착 후 약 8개월이 소요된다.


625마력, 제로백 3.2초
클래식과 고성능이 공존한다
화려한 외형만큼이나 성능도 범상치 않다. 탑재된 엔진은 AMG의 4,000cc급 V8 트윈 터보 유닛이며, 최고 출력은 625마력, 최대 토크는 81.6kgf·m 수준으로 알려졌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단 3.2초 만에 도달하고, 최고속은 시속 322km를 돌파할 수 있다. 1950년대 디자인에 감춰진 이 수치는 슈퍼카와 동급의 퍼포먼스를 의미한다.
내부 구성 역시 외관 못지않게 맞춤형이다. 사우칙은 오너와의 협업을 통해 가죽 선택, 원목 트림 마감, 스티치 패턴까지 모두 개별 설정이 가능하도록 구성했다. 단순한 복각이 아닌 현대적인 GT 럭셔리카를 지향하는 만큼, 인테리어 역시 독립적인 장인들의 손길이 더해진다. 15대 중 동일한 사양은 단 하나도 없으며, 각 차량은 오너의 요구에 따라 철저히 개별화되어 출고된다.


한정판 GT의 헤리티지 살린다
작품 격 자동차, 이런 것 아닐까?
사우칙이 선택한 방식은 헤리티지 기반의 재창조를 하되, 럭셔리의 정취를 한껏 살리는 방식이다. 이는 클래식카 리바이벌의 새로운 흐름이며, 전통 있는 코치빌더들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동화가 자동차 시장의 대세가 된 지금, 내연기관 기반의 한정판 GT는 오히려 상징성과 희소성에서 가치가 올라가는 분위기다. 사우칙은 바로 이 틈새시장을 정확히 노리고 있다.
이 차의 선주문은 이미 시작됐다. 모나코 탑 마르크 쇼를 통해 데뷔한 이후 부유층 사이에서 큰 주목을 받았고, 향후 라인업 확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단 15대만 제작되는 토르페도 S는 사우칙 부활의 신호탄일 뿐만 아니라, 자동차 문화에서 작품이라는 단어가 다시 빛을 발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