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업 트럭의 새로운 기준점은 여기부터 시작된다, 기아 타스만
업무용으로나 생각했던 픽업트럭이 지금은 완전히 다른 대접을 받고 있다. 다양한 아웃도어 레포츠가 인기를 얻으며 이를 위한 이동수단이 필요한 사람들이 픽업트럭을 선택하는 빈도가 늘어나는 것. 여기에 캠핑 등으로 이용하는 경우에도 루프탑 텐트 등을 설치해 사용하는 방법도 있고, 캠핑 트레일러가 있다면 차량에 연결해 나만의 공간에서 좀 더 편하고 안락하게 쉴 수 있다는 점 등으로 픽업트럭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이런 분위기에서 국산 브랜드와 수입 브랜드 일부 정도만이 픽업 트럭 제품을 선보여왔는데, 얼마 전부터 예고된 기아의 첫 픽업트럭 타스만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지난 10월 29일 사우디 제다에서 열린 제다 국제 모터쇼 현장에서 기아 타스만이 전 세계 최초로 공개됐는데, 하루 전인 28일 국내 미디어를 대상으로 사전 공개행사를 진행해 현장을 찾아 실물을 직접 살펴봤다.
사실 지난 부산 국제 모빌리티쇼 현장에서도 위장막을 쓴 채로 모습을 드러냈던 타스만이지만, 위장막을 벗은 모습을 보니 ‘크고 웅장하다’는 표현이 잘 어울렸다. 남성적인 이미지가 강한 픽업트럭임에도 전체적인 디자인에 곡선을 적절히 배합해 부드러우면서도 터프한 매력을 함께 보여주는 느낌이다. 차량의 크기는 전장 5,410mm, 전폭 1,930mm, 전고는 기본형이 1,870mm이고 X-프로 모델은 1,920mm이며 휠베이스는 3,270mm다.
전면에선 기아 제품인 만큼 그릴 주변은 타이거 노즈 형태로 마무리됐다. 목업 모델에서는 그릴 주변 장식이 범퍼에 가로막힌 형태였는데 양산 단계 모델에서는 장식이 범퍼 위를 타고 넘어가는 디자인으로 바뀌며 강인한 이미지를 더한 점이 눈에 띈다. 헤드램프 역시 기아 제품에서 익숙한 ㄱ자 형태의 주간주행등이 상하향등을 감싸고 있는 형태다.
측면에서는 앞뒤 바퀴 위쪽의 직선 타입 클래딩이 인상적인데, 강인함을 보여주기 위한 요소이면서 앞은 헤드라이트와 잇고 뒤는 주유구나 공구함과 일체화시키며 디자인 요소에 실용성까지 더했다. 후면에선 테일램프를 ㄷ자 램프가 나머지를 감싸는 형태로 배치했으며, 테일게이트에 거대한 음각으로 새겨넣은 기아 로고가 터프한 느낌을 살린다.
적재함은 길이 1,512mm 너비 1,572mm(휠하우스 부분 1,186mm), 높이 540mm로, 베드라이너와 차체를 최대한 밀착시켜 적재용량을 최적화했다고 한다. 적재용량은 1,173L로, 무게는 최대 700kg까지 실을 수 있으며, 한국 기준 표준 팔레트(1,100×1,100mm)도 실을 수 있다. 여기에 적재함 곳곳에 화물 고정에 사용할 수 있는 고리를 마련해놓았고, 화물이 적재함보다 작은 경우 더 단단히 고정할 수 있는 레일 이동식 고정 고리도 갖춰놓았다. 또한 220V 콘센트가 갖춰져 작업이나 레저 활동에서의 활용성을 높인 점도 인상적이다.
탑승공간은 픽업트럭임에도 기아 최신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 주행 편의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ccNC 기반 파노라믹 와이드 디스플레이는 12.3인치의 클러스터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그 사이 위치한 5인치 공조 디스플레이가 하나로 이어져 디자인적으로도 시원한 느낌을 주는 건 물론이고 주행과 관련한 정보를 높은 시인성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 여기에 오디오 시스템은 하만카돈의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이 적용됐으며,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의 무선 연결을 지원해 편리하다. 재밌는 기능 중 하나는 콘솔박스 커버 부분을 열어 젖히면 앞으로 이어지는 긴 테이블이 만들어지는데, 차내에서 업무를 보거나 식사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2열 시트에도 픽업트럭에선 기대하기 어려운 기능이 있는데, 바로 슬라이딩 연동 리클라이닝 기능이다. 그동안 픽업트럭의 2열은 허리를 꼿꼿이 세운 자세를 유지해야 해 장거리를 이동하기엔 불편할 수밖에 없었는데, 타스만은 2열 시트를 앞으로 당겨주면 등받이가 뒤로 기울어지도록 설계해 탑승자의 편안함을 높였다. 그리고 시트 하단에는 공구 등을 보관할 수 있는 수납함이 배치되어 있고, 1열 등받이 뒤편으로는 상단에는 스마트폰을, 하단에는 험로 주행 시 소지품이 빠지지 않게 부관할 수 있는 지퍼 방식의 수납함을 마련해놓았다.
국내 출시되는 사양은 가솔린 2.5 터보 엔진과 8단 자동 변속기를 조합해 최고출력 281마력, 최대토크 43kg·m의 성능을 낸다. 기본 후륜구동에 사륜 자동, 사륜 고속, 사륜 저속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고, 험지 주행 시 노면 상황에 맞춰 샌드, 머드, 스노우 등을 선택할 수 있는 터레인 모드와 인공지능이 노면을 판단해 최적의 모드를 자동으로 선택하는 오토 터레인 모드를 갖췄다. 그리고 오프로드 주행 시 정확한 차량 조작을 돕는 그라운드 뷰 모니터, 엔진과 변속기, 오일 온도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오프로드 페이지 등 인포테인먼트도 마련했다.
일반 도로 주행을 위한 다양한 주행보조 기능도 적용됐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운전 스타일 연동),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고속도로 주행 보조 2, 차로 유지 보조 2,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후방 주차 충돌 방지 보조, 하이빔 보조 등 다른 SUV나 세단 못지 않은 첨단 기능이 적극 투입됐다. 편의 기능으로는 실내 지문 인증 시스템, 디지털키 2, 빌트인캠 2,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기아 카페이, e 하이패스, 기아 커넥트 스토어 등을 사용할 수 있다.
캠핑카, 요트 등의 견인은 최대 3,500kg까지 가능하고, 견인 중량에 따라 변속 패턴을 달리하는 토우 모드도 갖췄다. 또한 도강에서도 문제 없도록 흡기구를 측면 펜더 내부 상단에 적용해 최대 800mm 깊이의 물을 7km/h의 속도로 이동할 수 있다. 이 밖에도 험지 주행을 목적으로 하는 고객을 위해 ‘X-pro’ 모델을 함께 발매하는데, 프런트 언더커버, 17인치 전용 휠, 전지형 타이어가 적용되고, 브리지 타입 루프랙, 검정색 엠블럼, 오렌지 색상의 앞뒤 견인고리 등이 적용된다. 그리고 기본형보다 28mm 높은 252mm의 최저 지상고를 확보해 험지 주파에 더욱 유리하며, 이 밖에도 전자식 락 디퍼렌셜, 엔진 토크와 브레이크 유압 제어로 저속 주행을 유지해주는 X-트렉, 산악 지형에 특화된 전용 터레인 모드 ‘락’ 적용 등 오프로드 주행에 필요한 다양한 기능들로 무장했다.
픽업트럭이라고 해서 시끄럽고 불편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우선 쇼크 업소버를 최적화하고 샤시 프레임 복합 마운팅 부시를 적용해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며, 샤시와 프레임 접합부에 분리형 마운트와 일체형 마운트를 함께 사용해 급조향 상황에서 좌우로 흔들리는 현상을 줄여 안정성을 높였다. 그리고 유압식 쇼크 업소버에 주파스 감응형 밸브를 적용하고 길이를 최적화해 주행 진동을 최소화하고 부드러운 승차감을 제공한다. 실내 정숙성 확보를 위해 앞유리와 1열 창문에 이중접합차음유리를 적용했으며, 차량 곳곳에 흡차음재를 사용했다. 그리고 환기 통로의 최적 설계로 노면 소음 유입을 최소화했고, 씰 스트립으로 탑승공간과 적재함 사이에서의 풍절음을 줄였다. 일부 픽업트럭은 뒷유리를 틸팅 방식을 적용해 스키 등의 긴 화물을 적재하는데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에 대해 기아 관계자는 “안전 문제의 부분도 있고, 틸팅 방식을 적용할 경우 실내에 유입되는 소음이 상당해 일체형 방식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기아에서는 타스만을 내년 상반기 국내를 시작으로 호주와 중동, 아프리카 등 글로벌 시장에 순차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색상은 외장이 8종, 실내가 4종이며 가격은 미정이다.
그동안은 픽업트럭을 경험하며 이런저런 것들이 없어도 ‘픽업트럭이니까’라고 생각하며 아쉬움을 달랬지만, 이제부터는 기준점이 달라질 것이다. 내년으로 예정된 타스만의 출시가 라이벌들에게 큰 자극제가 되길 바라며, 출시 전까지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새로운 모습, 새로운 기술을 미리미리 준비해 곧 다가올 경쟁에서 살아남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