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호감” 12%P↑· “한국 좋다” 10%P↑… 서로 끌리는 한·일[창간 33주년 특집]
知日세대가 떴다 - 반일을 넘어… 달라진 양국관계
1020세대선 70%이상 일본 호감
문화 교류로 긍정적 인식 커져
K-팝은 일본, J-팝은 한국서 인기
웹툰과 망가, 팬층 공유하기도
“일본, 침탈 반성부족” 1년새 9%P↑
“역사의식과 호감도 상승 별개”
일본은 오랜 기간 ‘가깝고도 먼 나라’라 불렸다. 지리적으로는 한반도와 지척이지만, 역사적 배경을 따져보면 어느 나라보다 멀다. 하지만 경술국치(1910년) 이후 100년이 지나 태어난 2010년생들이 일본을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자세는 앞선 세대와는 사뭇 다르다. 단순히 ‘역사 의식 부재’를 탓할 순 없다. 역사는 망각하지 않되, 경제·문화·기술·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과 영향을 주고받는 일본을 소비하는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맹목적인 ‘반일’(反日)을 넘어 ‘극일’(克日)과 ‘승일’(勝日)로 나아가는 것이 더 실용적이라는 목소리에 점차 무게가 실리고 있다.
◇韓日 MZ세대… 호감도 역대 최고치
한국 민간 싱크탱크인 동아시아연구원(EAI)이 지난 9월 발표한 ‘한일 국민 상호인식 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전국 성인 남녀 1006명 중 일본에 대한 인상이 ‘좋다’거나 ‘대체로 좋다’는 응답자는 41.7%로 지난해 조사치(28.9%)보다 12.8%포인트 상승했다. 첫 조사가 이뤄진 지난 2013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젊은층의 대일 호감도는 더 높다. 교육부 산하 공공기관인 동북아역사재단이 7월 전국 18∼39세 남녀 10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남녀 18∼24세(63.6%), 25∼29세(63.5%)의 호감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특히 남성의 경우 25∼29세 연령대에서 74.8%가, 18∼24세 연령대에서 71.1%가 호감을 드러냈다.
일본 내 한국에 대한 인식 역시 개선됐다. 2월 일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2023년 우편여론조사에서 “한국이 좋다”고 답한 응답자가 37%로 전년 대비 10%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여성 응답자 중 41%가 한국을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10∼20대의 비율은 50%를 웃돌았다.
문화 간 국경을 허문 스마트폰 세대들에게 활발한 문화 교류는 양국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 K-팝은 200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일본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현재도 일본은 K-팝 최대 소비국이다. 최근에는 J-팝의 역습이 시작됐다. 요아소비, 이마세 등의 내한 공연이 매진을 기록했다. 드라마 교류도 더 활발해졌다. 2004년 ‘겨울연가’ 이후 수출길이 넓어졌고, 요즘은 넷플릭스를 통해 더 왕성하게 소비한다. 반대로 일본 애니메이션은 침체기에 빠진 한국 극장가에서 500만 명 안팎의 관객을 모은다. 또한 한국의 웹툰과 일본의 망가는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양국의 팬층을 공유하고 있다. 이들 중 적잖은 이들이 10대 때는 닌텐도나 플레이스테이션 등 일본 기업이 만든 게임을 즐겼다.
기성세대 입장에서는 ‘한국인이 일본 콘텐츠를 소비한다’는 주장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이미 현실이다. 동아시아연구원 조사에서 ‘일본 문화를 즐긴다’는 답변이 2023년 18.5%에서 2024년 34.1%로 크게 늘었고, ‘문화가 일본에 대한 긍정 평가를 높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비율도 2023년 61.8%에서 2024년 77.9%로 껑충 뛰어올랐다.
◇‘비판을 위한 비판’ 넘은 勝日
역사를 두고 대립하던 한·일 관계는 이제 더 많은 영역에서 충돌하고 있다. 전 세계 2위 음악 시장을 보유하고도 K-팝에 주도권을 빼앗겼던 J-팝이 부활의 몸짓을 보일 뿐만 아니라, 일본 역사극 ‘쇼군’이 미국 프라임타임 에미상에서 18개 부문을 휩쓸었다. 앞서 ‘오징어 게임’·‘비프’로 에미상을 석권했던 K-콘텐츠는 올해 통 힘을 못 썼다.
스포츠 분야에서는 이미 일본 쪽으로 무게추가 기울었다. 일본 야구는 확실히 ‘한 수 위’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도 9월 기준 일본이 16위, 한국은 23위다. 농구에서도 가와무라 유키, 하치무라 루이 등이 미국프로농구(NBA)에서 뛰는 반면, 한국 농구는 제자리걸음이다. 하지만 젊은 세대들은 마냥 배 아파하지 않는다. 미국 메이저리그 최초로 50홈런-50도루 기록을 세운 오타니 쇼헤이(LA다저스)의 인기는 한국에서도 대단하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한·일전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반일’ 사고를 넘어 우월한 기술과 문화를 배양해 일본을 넘어서는 ‘승일’로 가자는 인식의 전환이 요구된다. ‘치킨게임’식 충돌이 아니라 발전적 관계로 나아가는 충돌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박훈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는 지난해 8월 발간한 ‘위험한 일본책’을 통해 이 같은 변화를 주문했다. “‘반일이면 무죄’라는 사람들에게 욕먹을 각오로 쓴 일본론”이라는 책에서 박 교수는 “한국인만큼 일본을 비판할 능력과 자격을 갖춘 사람들도 드물지만 ‘비판을 위한 비판’이 되어서는 안 된다. 1910년 조선이 망한 것은 반일 감정이 모자라서가 아니다.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그게 우리의 운명에 무엇을 의미하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막연한 적대감과 멸시로는 일본을 이길 수 없다면서 ‘지일’(知日)을 하고 콤플렉스를 넘어 일본을 상대하고 뛰어넘는 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 저변에는 올바른 역사의식이 깔려있어야 한다. 다행히 동아시아연구원 인식조사에서 “일본에 좋지 않은 인상을 갖는 이유”를 묻는 말에 74.4%가 “한국을 침탈한 역사를 제대로 반성하지 않고 있어서”라고 답했다. 1년 전보다 9%포인트 상승했다. 역사의식 부재와 일본에 대한 호감도 상승은 비례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박 교수는 “과거 일본 제국주의의 행위에 대해 우리는 끊임없이 비판해야 한다. 다만 그것의 목적은 한국과 일본이 자유와 민주, 법치와 평화의 세계로 가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언론사든 출판사든 시민단체든 자기 비즈니스를 위한, 혹은 정치적 이득을 위한 일본 비판은 이제 거둘 때가 되었다”고 충고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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