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쇼 리스크' 대리기사에 떠넘긴 카카오
일반 콜 '취소 수수료' 규정 없어
손님 사라졌을때 피해 고스란히
대기시간, 노동 인정 못 받기도
# 경기지역에서 대리운전 업무에 종사하는 A씨는 용인에서 요청된 콜을 잡았다. 늦은 시간임에도 마을버스를 타고 요청 장소에 도착했지만 손님은 보이지 않았다. 손님에게 연락해 보니 이미 다른 대리기사가 와 이동 중이란 답변만 돌아와 황당했다. 주말도 없이 하루 10시간씩 대리운전 업무로 생계를 유지하는 A씨는 이같은 이른바 '노쇼'에 허탈한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다.
이처럼 경기지역에서 카카오T대리를 통해 대리운전을 하는 기사들이 손님들의 노쇼로 금전적 피해를 호소하지만 정작 운영사인 카카오모빌리티는 일반 대리 콜과 관련한 취소 수수료 규정마저 마련하지 않고 있어 기사들이 피해를 떠안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이하 대리운전노조)에 따르면 대리운전노조는 일반 대리콜의 경우에도 취소 수수료 규정을 만들어 노쇼 발생 시 대리기사들에게 일정 금액을 지원하도록 카카오모빌리티 측에 요구하고 있다. 카카오T대리 서비스는 '프리미엄(추가비용 지불)'과 '예약서비스' 경우만 취소 수수료 규정이 있고, '일반 대리 콜'은 해당 규정이 없다.
이렇다 보니 일반 대리 콜과 관련한 손님들의 노쇼의 경우 대리기사들은 영업시간을 빼앗기는 건 물론 경제적 피해까지 감수해야 한다.
대리운전 기사 B씨는 "이달 초 카카오T대리를 통한 대리 콜이 잡혀 신속하게 손님이 있는 음식점에 갔지만 손님은 없었고 다른 대리기사와 이미 자리를 떠난 상황이었다"며 "땀 흘려 대리 콜 장소로 갔는데 완전 낙동강 오리알이 된 신세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리운전 기사들의 고충은 이 뿐만이 아니다. 업무 특성상 손님을 받기 위해 대기하는 시간이 상당한데 이 시간은 노동력으로 전혀 인정받지 못 한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정책연구원이 지난 2월 발간한 연구보고서 '서비스 이동노동자 실태와 가치인정 방안 모색'에 따르면 관련 설문조사에 응답한 대리운전 기사 60명의 1일 평균 대기시간은 67.5분에 달했다. 하루 동안 1시간 이상을 대기에만 할애하는 셈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대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누군가 콜을 항상 기다려야 한다"며 "콜을 기다리는 데 대한 비용을 대리기사들에게 전적으로 전가하는 건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않은 실정이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시장과 노조 및 고객들의 의견을 경청해 지속해서 논의를 이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형욱기자 uk@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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