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피치] ‘KBO리그의 전설’ 선동열의 슬라이더

KIA 감독 시절, 머니피치에게 자신의 슬라이더 등과 관련해 설명해 주는 선동열 전 감독. (사진=머니피치)

“부럽죠. 손가락이 긴 투수들을 보면요.”

투수가 변화구를 잘 던지는 데 있어서 타고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긴 손가락과 악력 등이다. 손가락이 길면 구종 대부분을 던질 수 있다(물론, 그 길이가 너무 길면 거기에 따른 제약도 있지만). 거꾸로 손가락이 짧으면 던질 수 있는 구종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과거, 이광우 두산 코치는 선수 시절 포크볼을 던지기 위해 손가락 사이를 찢는 수술을 받기도 했다. 왜냐하면, 포크볼은 집게손가락과 가운뎃손가락 사이에 푹 끼워야 하는데, 손가락이 짧으면 공을 끼울 수 없기 때문이다.

기린이 목이 길어서 슬픈 짐승이라고 해도, 목이 짧은 돼지에게는 동경의 대상인 법. 그처럼 짧은 손가락을 갖고 태어난 투수에게 긴 손가락은 강한 어깨만큼이나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그렇기에, 천하의 선동열도 너털웃음을 지으며 손가락 길이에 관해 아쉬움을 토로한 것이다.

솔직히 그가 부럽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할 줄은 몰랐다. 왜냐하면, 그는 그 짧은 손가락을 갖고도 한국 야구사에 두꺼운 한 페이지를 장식할 정도로 화려한 성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KBO리그에서 11시즌을 뛰면서 기록한 통산 평균자책점은 1.20. 0점대 평균자책점도 5시즌이나 기록했다. 게다가,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해 4시즌을 뛰며 98세이브를 올린 한국야구의 국보급 투수가 바로 그이다.

“제가 좀 구종이 단조로운 투수였잖아요. 속구와 슬라이더의 구위가 좋았지만, 지금은 류현진만 봐도 속구,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구종이 다양하고 다 좋아요. (그런 투수를 보면) 부럽죠. 단조로운 구종은 마무리 투수를 하는 데는 큰 문제가 안 되지만, 선발 투수로 던질 때는 완급 조절이 좀 더 필요하니까요. 지금 손가락이 길고 유니폼을 입고 있다면 커브는 던질 줄 알았으니까, 체인지업을 추가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투구의 기본은, 워런 스판이 말한 것처럼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것이다. 타자는 160km/h를 넘는 강속구라도 잇달아 똑같은 공이 날아온다면, 얼마든지 대처할 수 있다. 그렇기에 ‘강하게, 강하게, 강하게’가 아니라 ‘강하게, 약하게, 강하게’라는 강약 조절, 즉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

“투수가 속도에 변화를 주면 줄수록 타자는 타이밍을 잡기가 더 어려워요. 좋은 투수라면 기본적으로 가장 빠른 공과 가장 느린 공의 구속 차이가 적어도 40km/h 정도는 나야 해요. 150km/h의 빠른 공을 던지면서, 120km/h 후반에서 130km/h 초반의 체인지업이나 110km대의 커브로 완급 조절을 하면, 타자는 150km/h의 속구를 더 빠르게 느껴요.”

야구의 세계는, 그 겉모습만 보면 빠름이 곧 강함을 뜻한다. 빠른 공과 빠른 배트 스윙, 그리고 빠른 발은 야구에서 성공하는 3요소다. 그렇기에 누구나 빠름을 더 빠름으로 제압하려고만 한다. 빠른 공을 상대로 더 빠르게 스윙하며, 거꾸로 빠른 스윙을 누르려고 더 빠르게 던진다. 또 빠른 발에 대비해 빠른 슬라이드 스텝과 포수의 빠른 송구 동작에 땀을 흘리며, 주자 역시 배터리의 빠름에 뒤지지 않으려고 더 빠름을 추구한다. 하지만 빠름을 이기는 데는 꼭 '더 빠름'만이 답은 아니다.

때로는 느림이 빠름을 이기기도 한다. 빠르게 스윙한 배트는 100km/h의 느린 공에 타이밍을 맞추지 못해 허공을 가른다. 또한, 빠른 발의 주자는 투구 간격을 길게 함으로 봉쇄하기도 한다. 빠름과 느림이 공존하는 데 야구의 묘미가 있다.

그런데 투수 선동열에게는, 구종에서는 이 느림이 없었다. 타고난 짧은 손가락 때문에. 그런데도 그는 강속구와 슬라이더만으로 무등산 폭격기로 시작해, 나고야의 태양을 거쳐 국보급 투수가 됐다. 그 비결은 ‘궁리’와 ‘노력’에 있었다. 어떤 의미에서 그의 야구인생은 선동열만의 슬라이더를 만들어가는 ‘길’이었을지도 모른다.

“다른 선수들이 내 슬라이더를 흉내도 못 내서, 가르치지를 못해요. 서재응 선수 등이 어떻게 던지느냐고 물어서 이야기해 줬지만,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더라고요. 제 그립이 굉장히 특이하니까요.”


슬라이더는 광주일고 2학년 때, (방)수원이 형한테 처음 배웠어요. 그전까지는 속구랑 커브를 던졌거든요. 커브는 아시다시피 제구가 쉽지 않잖아요. 그래서 수원이 형에게 슬라이더를 배웠는데, 그때는 일반적인 그립이었죠. 단지, 수원이 형이 속구를 던질 때보다 조금 더 앞에서 던지는 느낌으로 해야 한다고 했어요. 왜냐하면, 속구보다 뒤에서 던지면 무조건 공이 높게 뜰 수밖에 없어요. 힘이 들어가니까요. 그러니까 속구보다 릴리스 포인트를 항상 앞에 둬야 한다는 거죠.

근데 처음에는 잘 안 되더라고요. 자꾸 릴리스 포인트가 속구보다 뒤가 되고 그랬는데, 계속 릴리스 포인트는 앞이라고 생각하며 하다가 보니까 어느새 됐어요. 두세 달 지난 뒤, 실전에서 써먹었죠. 그러면서 슬라이더가 제 주 무기가 된 거죠. 그런데 후에 수원이 형이 제 슬라이더를 가르쳐 달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처음에는 일반적인 (슬라이더) 그립으로 잡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집게손가락과 가운뎃손가락이 점점 (앞에서 봤을 때) 오른쪽으로 가더라고요. 이것은, 저는 슬라이더를 스트라이크를 잡을 때랑 종으로 떨어지는 결정구로 쓸 때랑 달랐거든요. 스트라이크를 잡을 때는 공을 던지면서 살짝 틀었어요. 커브를 던질 때처럼 약간 밀면서 던졌죠. 그러다 보니 제 슬라이더의 각이 컸던 겁니다. 그런데 결정구로 쓸 때, 특히 왼손 타자를 상대할 때는 실밥에 걸친 가운뎃손가락에 과할 정도로 힘을 세게 주고 던지니까, (손가락들이) 오른쪽으로 파고들어 가 버린 거죠.”

가운뎃손가락에 힘을 꽉 주고 나머지 손가락은 그냥 공에 갖다 대기만 했어요. 이게요, 다른 사람이 이 공을 빼려고 해도 못 빼요. 포크볼을 못 빼는 것처럼요. 그만큼 힘을 주고 잡아요. 이렇게 잡고서 그대로 위에서 아래로, 저는 팔 각도도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니잖아요. 그냥 쭉 앞으로 나가잖아요. 근데 결정구를 던질 때는 팔을 의식적으로 조금 더 올린다는 느낌으로 던졌고, 그 힘으로 눌러줬어요. 그러니까 다른 선수가 흉내도 못 내는 거죠. 각 자체도 컸던 거고요. 뚝 떨어질 만큼요.

스트라이크를 잡을 때는 똑같이 회전을 약간 주는 형태고, 결정구는 말 그대로 위에서 아래로 그냥 눌러버린 거죠. 가운뎃손가락 힘으로. 그러다 보니까, 지금도 손가락 등에 굳은살이 남아 있어요. 선수 생활을 그만둔 지가 언제예요. 그런데도 아직 남아 있어요. 워낙 힘을 주고 슬라이더를 던지다 보니까요.

1986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이 결정 나는 순간 기쁨을 감추지 못한 채 하늘 높이 뛰어 오른 선동열 전 감독. (사진=KBO 제공)

이 결정구를 던질 때의 슬라이더는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프로에 와서 응용한 겁니다. 1986년부터 이 슬라이더를 던졌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당연히 이것을 어느 날 갑자기 깨달은 건 아니죠(웃음). 많이 던지는 가운데, 터득한 거예요.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그랬죠. 이렇게 잡아 던지니까 제구력은 있는데 결정구로는 위력이 부족하고, 그래서 이것저것 궁리하다가 발견한 거죠. 이 그립으로는 왼손 타자한테 상당히 유용하더라고요.

투수가 변화구를 잘 던지려면 이것저것 해보면서 응용을 해봐야 해요. 그때 저는 항상 어떻게 하면 슬라이더를 위에서 아래로 떨어뜨릴 수 있을지를 고민했거든요. 어떻게 던지면, 제가 생각한 슬라이더의 각이 나올까, 이리저리 공을 잡고 던지곤 했죠. 처음에는 조금 가운뎃손가락을 실밥에 댔다가, 점점 깊숙이 들어가게 된 거죠. 그땐 체인지업을 잘 모를 때라서, 포크볼도 던져 보려고 했어요. 근데 저는 손가락이 짧아서 잘 안 떨어지더라고요. 알게 모르게 노력을 많이 했어요, 저도.

이 슬라이더를 1985년에 해태에 입단해서 1986년에 많이 던졌어요. 이닝을, 260이닝 이상(262.2이닝)을 던지면서, 이것을 터득하게 됐죠. 그리고 이것을 제대로 쓰기 시작한 것은 1987이나 1988년쯤부터고요. 그러니까 1986년에 많이 던지면서 깨달은 거죠. 경기를 해나가면서 제 나름의 답을 찾아간 겁니다.

슬라이더는 스트라이크를 잡을 때도 별의 별거를 다해봤어요. 그립을 이렇게도 저렇게도 잡아보고, 손목을 돌려도 보고, 찍어보기도 하고 그랬어요. 포크볼을 던질 때도 그렇잖아요. 깊숙이 잡은 포크볼과 덜 끼우는 스플리터는 그 각이 다르잖아요. 저도 슬라이더를 처음 배웠을 때는 누구나 던지는 그립이었지만, 그것을 제 나름대로 필요에 따라 해석, 즉 이리저리 궁리하면서 이 그립이 만들어진 거죠.

바꾸어 말해서, 제가 원하는 각,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찾다가 보니까 누구도 안 해본 이런 그립을 잡게 된 겁니다. 이렇게 잡고 슬라이더를 던지는 선수가 누가 있어요. 아무도 없어요. 저는 속구도 일본에 가서는 집어서 던졌어요. 손가락을 공에 집은 이유는 확실히 공이 무거워져요. 공 끝이 좋아요. 타자 앞에서 변하더라고요. 이것도 이런저런 시도를 하면서 알게 되는 영역인 것 같아요.

이것은, 주니치 시절에 포크볼을 던지려고 정말 노력했거든요. 왜냐하면, 마무리 투수라서 제가 나오면 왼손 대타가 나올 때가 잦았잖아요. 왼손 타자를 효과적으로 상대하려면 포크볼이 필요했거든요. 근데 아무리 해도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투수 코치님과 상의했죠. 코치님이 손가락이 짧아 공을 끼우는 게 힘들면 집어 보라고 했어요. 그렇게 던지니까, 싱커처럼 들어가더라고요. 공 끝이 변하는 게 느껴졌어요. 이것을 속구랑 똑같은 팔 스윙과 릴리스 포인트에서 던졌어요. 이걸로 꽤 효과를 봤죠. 왼손 타자를 상대로 정말 잘 써먹었어요.

범타를 잡는 데도 효과적이었고, 헛스윙 비율도 매우 높았어요. 타자는 제 속구 하나만 노리고 있는데, 이 싱커랑 슬라이더를 던지니까 대응을 못 해요. 타자들이 노림수를 하나만 가져갈 수 없게 된 거죠. 이것저것 대비해야 하니까, 생각이 많아지고, 그래서는 잘 칠 수 없죠.

지도자가 된 후에 선수들에게 다 알려줬는데, 따라 하지를 못하더라고요. 왜냐하면, 이것은 저만의 것이니까요. 저한테 딱 맞는 것이니까, 으음, 투수마다 신체조건이나 던지는 스타일 등이 다 다르잖아요. 슬라이더도 싱커도 제 체형에, 제 투구에 적합한 게 만들어진 거죠. 그래서 흉내도 못 내는 겁니다.

저도 정말 많은 것을 시도해 봤거든요. 주위에서는 잘 모르지만, 엄청나게 노력했어요. 그렇게 노력하는 가운데, 저랑 가장 잘 맞은 것이 이 슬라이더였던 거죠. 싱커를 배울 때, 코치님이 "어렵게 생각하면 한도 끝도 없이 어렵다. 그냥 편안하게 던져라. 속구 던질 때랑 똑같은 동작으로 계속 던지라"라고 말씀하셨어요. 그 말씀대로 계속해서 하니까 되더라고요.

야구는 정직한 스포츠인 것 같아요. 땀을 흘린 만큼 결과를 얻어요. 저도 연습 때는 물론, 일상생활을 할 때도 공을 갖고 놀았어요, 항상. 아까도 보여드렸지만, 아직도 손 군데군데에 굳은살이 남아 있을 정도니까요. 그런 노력이 반드시 필요해요. 그냥 얻어지는 거는 없어요.

앞으로 야구에서 새로운 구종이 나오기는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다만 이미 있는 것에서도 새로움을 더해가는 진보는 이루어진다. 선동열표 슬라이더 역시 진보의 발자취다. (사진=KIA 제공)

『슬라이더는 변화라는 측면에서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이전에 소개한 윤학길 전 퓨처스 감독처럼 위에서 아래로 뚝 떨어지는 것(https://v.daum.net/v/36ygRRujqF)과 선동열 전 감독처럼 릴리스 포인트를 앞에 두고 대각선으로 휘어져나가는 것. 최근에는 슬라이더의 종적 변화를 추구하는 트렌드도 있는데, 어느 게 더 타자를 제압하는데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지, 선동열 전 감독의 견해도 들어봤다.』

그것은 참 어려운 부분인 것 같아요. 이건 타자가 판단할 부분으로 생각해요. 일반적으로는 위에서 아래로 던지는 것이 아무래도 변화의 각이 있다고 생각하잖아요. 저도 결정구를 던질 때는 팔을 조금 더 올린다는 느낌으로 던졌다고 말했잖아요. 위에서 아래로 던지면 변화의 각이, 게다가 요즘 야구는 횡적 변화보다는 종적 변화가 효과를 보는 추세니까요.

반면 제가 던진 것은 끌고 나와서 앞에서 던지다가 보니까 타자가 느끼는 속도감이 있을 것 같아요. 그만큼 공 끝이 좋으니까요. 이런 부분에서는 타자가 어려움을 느꼈을 것 같기도 하고요. 제 슬라이더 각이 매우 컸잖아요. 그래서 왼손 타자 몸쪽으로 스트라이크가 되는 것은 거의 속수무책이었으니까요. 게다가, 저는 속구도 빠른 데다가 슬라이더도 140km/h 정도는 나왔으니까, 타자가 더 대처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겠죠.

빠르면서도 각이 큰 슬라이더를 던질 수 있었던 비결은 아무래도 독특한 그립의 영향은 아닐까 싶어요. 저도 처음에 일반적인 그립으로 던졌을 때는 각은 컸지만, 예리하게 꺾인다는 느낌은 그다지 없었어요. 그런데 가운뎃손가락과 약손가락 사이를 크게 벌리면서 슬라이더가 딱 꺾이는 게 눈에 보일 정도로 좋아졌어요. 이 그립이 제 투구랑 잘 맞아떨어진 게 아닐까 싶어요.

슬라이더를 비롯한 좋은 공을 던지는 비결은 단순한 것 같아요. 본인의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한 거죠. 투수는 경기를 치르면서 필요성을 느끼게 되거든요. 그것이 구종 추가가 될 수도 있고, 아니면 저처럼 손가락이 짧아서 기존 공을 더 향상하게끔 할 수도 있고요. 정말 이리저리 궁리하고 노력해야 해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거는, 투수는 마운드에 올라가면 무조건 자신감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잘 치는 타자가 나와도, 자신 있게 "그래 한 번 칠 수 있으면 쳐봐라!", "내 공 한 번 쳐봐라!"라고 던지는 게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싶어요. 투수에게는 자신감이 가장 큰 무기죠. 자기 공을 자기 자신이 믿지 못하는데, 누가 그 공을 인정해 주겠어요? 그렇잖아요. 그래서 저는 마운드에 섰을 때는 자신감을 갖고 던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슬라이더만이 아니라 다른 공을 던지는 데 있어서도요.


2020년 7월 25일 KIA와 삼성전에서 시구하는 선동열 전 감독. 시구 전 불펜 피칭에서는, 구속은 줄었지만, 슬라이더의 예리함은 여전했다. (사진=KIA 제공)

투수 선동열을 상징하는 슬라이더. 그 슬라이더가 빠르고 크게 휠 수 있었던 것은 공에 자신감이 실려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감. 모든 지도자가 투수에게 하는 말이다. “자신 있게 던져라!” 그러나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투수에게 자신감은 생겨나지 않는다. 지도자의 격려, 또는 조언은 도깨비방망이가 아니라서, 자신감 생겨나라고 하면 곧바로 투수의 마음에 자신감이 쑥쑥 자라날 리는 없기 때문이다.

자신감은 노력이라는 준비가 있을 때, 비로소 생겨난다. 그리고 이 준비는 완벽함을 추구할 뿐, 그것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 지나치게 완벽함에 얽매이면, 막상 경기에서 자신이 준비한 것이 조금만 어긋나도 바로 흔들리는, 그런 나약한 자신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준비하고, 그것을 경기에서 점검·조정해 나가는 능력과 노력이 중요하다.

투수 선동열도 그런 시간을 보냈다. 어느 날 갑자기 빠르고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던질 수 있었던 것이 아니라, 조금씩 조금씩 생각하고 조정해 나간 결과였다. 땀을 통한 자신감. 그것이 선동열표 슬라이더의 실체다.

“굳은살이 지금도 있잖아요. 선수 생활을 끝냈는지가 언젠데. 그러니까 이것은 얼마나 공을 갖고 놀았는지를 말해주는 흔적인 거죠. 그만큼 (공을) 가지고 놀기도 하고 많이 던지기도 하다 보니까, 그 굳은살이 지금도 있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