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주전 부상에도 질주하는 KIA 타이거즈의 숨은 원동력

김양희 한겨레신문 기자 2024. 4. 27.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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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자책점 1위, 팀 타율 2위…투타 밸런스 조화로 ‘안정 전력’ 구축

(시사저널=김양희 한겨레신문 기자)

지난 2년간 KIA 타이거즈 구단은 다사다난했다. 장정석 전 단장은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앞둔 박동원(LG 트윈스)에게 뒷돈을 요구한 혐의를 받으며 해임(2023년 3월)됐다. 곧이어 김종국 전 감독도 광고 후원업체로부터 거액의 뒷돈을 받은 게 확인돼 구속영장까지 청구(2024년 1월)됐다. 김 전 감독의 배임수재 의혹은 스프링캠프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았다. 

KIA는 수장 없이 스프링캠프를 시작했고, 선택지가 많지 않았던 터라 내부 승진으로 이범호 코치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그나마 KIA 선수들을 잘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시점이 2월 중순이었다. 2024 시즌 개막 40여 일을 앞둔 초보 사령탑은 당황하지 않고 팀을 빠르게 추슬렀다. 그리고 시즌 초반 KIA를 최상위권으로 끌어올렸다. 나성범 등 주축 선수들이 부상을 당하는 와중에도 잘 버텨온 결과물이다. 이가 빠져도, 발톱이 빠져도 지금 호랑이의 포효는 심상찮다. 

3월18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시범경기. KIA 이범호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제 역할 다해 주는 외국인 선발투수들

KIA는 현재 투타 밸런스가 꽤 좋다. 4월23일 기준 팀 평균자책점 1위(3.50), 팀 타율 2위(0.289)다. 주전 선수들이 부상 등으로 빠져있는데도 선발진의 안정과 백업 선수들의 활약으로 전력에 흔들림이 없다.

일단 외국인 선발투수들이 제 역할을 해주고 있다. 지난해에는 외국인 투수들(4명이 16승 합작)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는데 올해는 다르다. 우완 투수인 제임스 네일은 스위퍼(변형 슬라이더)를 앞세워 5경기 등판에서 4승 무패 평균자책점 1.14의 짠물 투구를 보여줬다. 메이저리그에서 불펜투수로만 뛰어 선발투수로서는 물음표가 달렸는데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불펜투수 때는 투 피치(투심 패스트볼, 커브) 유형에 가까운 투수였지만, 선발로 던질 때는 투심, 커브 외에 스위퍼, 컷 패스트볼, 체인지업까지 곁들이니 타자들이 얼어붙는다. 벌써 작년 리그 최우수선수(MVP)였던 에릭 페디(현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향기가 난다. 윌 크로우 또한 6경기에서 4승(1패)을 수확했다. 평균자책점은 2.61.  
 
KIA 외국인 투수가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한 것은 2020 시즌 애런 브룩스(11승4패 평균자책점 2.50)와 드류 가뇽(11승8패 평균자책점 4.34)이 마지막이다. 현 추세대로라면 네일, 크로우 모두 10승 이상의 승수를 쌓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네일, 크로우 외에도 좌완 양현종, 윤영철이 선발 로테이션을 잘 지키고 있다. 팔꿈치 부상의 이의리는 불펜 피칭을 통해 1군 복귀 시기를 정한다. 네일, 크로우가 우완인데 양현종, 윤영철, 이의리가 좌완이라는 점도 밸런스가 좋은 편이다. 
 
선발뿐만 아니라 불펜의 역량도 돋보인다. 불펜의 핵심인 임기영(옆구리 부상)의 부재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탄탄하다. 전상현, 곽도규, 최지민, 장현식, 정해영 등이 뒷문을 확실하게 잠그고 있다. 4월23일 기준 최지민, 곽도규의 평균자책점은 각각 0.69(13이닝 1자책점), 2.25(12이닝 3자책점)에 불과하다. 마무리 정해영은 11경기에서 9세이브(1승1패 평균자책점 2.46)를 올려 부문 1위에 올라있다. 이숭용 SSG 랜더스 감독은 "KIA와 맞서보니 불펜이 좋고, 타선이 득점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KIA 타이거즈의 김도영, 이우성, 최원준 선수(왼쪽부터) ⓒ연합뉴스

김도영과 서건창의 반등

간판타자 나성범이 시범경기 때 부상(햄스트링)을 당하고 황대인 또한 개막 직후 햄스트링을 다쳐 타선에 구멍이 생겼지만 '이' 빠진 자리를 '잇몸'이 지탱해 주고 있다. 최원준과 이우성, 김도영의 성장이 눈에 띈다. 지난해 데뷔 첫 3할의 타율(0.301)을 기록했던 이우성은 원래 이범호 감독이 1루수로 기용할 예정이었는데 나성범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외야수로도 기용되고 있다. 쓰임새가 좋다. 

KIA가 '파이어볼러' 문동주(한화 이글스)를 거르고 우선 지명했다는 이유로 문동주와 계속 비교되고 있는 김도영은 올해 비로소 만개했다. 호타준족으로 고교 시절 '제2의 이종범'이라는 말까지 들었던 김도영은 개인 시즌 최다 홈런(23일까지 9홈런)을 이미 넘어섰다. 데뷔 후 3시즌 연속 두 자릿수 도루 기록도 이어가고 있다. 조심스럽게 '30(홈런)-30(도루)'도 가능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노력의 아이콘' 서건창의 반등은 놀랍다. KBO리그 최초로 200안타 신기록을 세웠던 그는 LG 트윈스 시절 에이징 커브를 의심케 하는 부진을 겪었으나 고향인 광주로 온 이후 확 달라졌다. LG에서 3년간 평균 타율이 0.239에 불과했는데 KIA에서는 현재 0.354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주자가 있을 때 방망이가 매서운 것도 고무적이다. 서건창은 LG 유니폼을 입었던 지난해에 포지션 중복 등의 문제로 44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하며 22안타를 터뜨렸는데 올해는 20경기 출장에서 벌써 17안타를 터뜨리고 있다. 
 
이 밖에도 백업포수 한준수가 주전 김태군의 뒤를 잘 받치고 있다. 박민, 홍종표 등도 유격수 박찬호가 부상으로 팀을 이탈했을 때 구멍을 잘 메웠다. 물론 최형우가 맏형으로서 타선을 잘 지탱해 주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나성범이 늦어도 5월초쯤 복귀하면 KIA는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KIA 성적이 좋으니 광주도 모처럼 들썩인다.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는 팬들이 넘쳐난다. 개막 12경기에 19만376명의 관중(평균 1만5865명)을 끌어모으며 개장 이후 최고 호황을 누리고 있다. 작년에는 홈 매진이 단 한 차례도 없었는데 올해는 벌써 5번이나 관중이 꽉 찼다. 홈 10경기 기준 역대 최다 관중 기록도 세웠다.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KIA는 올해 홈 100만 관중 돌파도 가능하다. KIA가 홈 100만 관중을 끌어모았던 해는 KIA가 우승했던 2017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1981년생인 이범호 감독은 프로야구 최초의 1980년대생 사령탑이다. 김성근 전 SK 와이번스 감독은 이범호 감독에 대해 "(일본) 소프트뱅크 호크스로 코치 연수를 왔는데 공부를 정말 열심히 했다"고 말한 바 있다. KIA 관계자는 "이범호 감독은 선수들이 편하게 야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간다"고 했다. 이범호 감독의 성공은 프로야구 사령탑 세대교체의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 리그에 젊은 감독이 더 많이 중용될 수 있다는 얘기다. 발톱 세운 호랑이의 기세가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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