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숙 대란’ 한숨 돌렸지만…커지는 ‘형평성 논란’
‘나쁜 선례’ 지적도…“일정 기간 페널티 도입해야”
(시사저널=조문희 기자)
정부가 생활형숙박시설(생숙)의 오피스텔 용도변경을 위한 기준을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5만 호 이상의 주거용 생숙 거주자가 범법자로 내몰리는 이른바 '생숙 대란'을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사실상의 특혜'라고 지적하면서, 형평성을 유지하기 위한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국토교통부는 보건복지부와 소방청, 17개 지방자치단체와 합동으로 '생활형 숙박시설 합법사용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생숙의 오피스텔 용도변경을 위한 문턱을 낮추는 게 골자다.
구체적으로 오피스텔 용도변경의 가장 큰 장애물로 꼽혔던 복도 폭과 주차장 규제가 완화된다. 오피스텔 복도 폭 기준인 1.8m를 충족하지 않아도 각종 화재안전성능을 인정받았다면 별도 확장 없이 용도변경이 허용된다. 주차장도 확장이 어려울 경우 직선거리 300m 또는 도보거리 600m 이내에 외부 주차장을 설치하거나, 주차장 확보에 상응하는 비용을 지자체에 납부하면 된다.
이행강제금 부과도 유예된다. 용도변경이나 숙박업 신고 예비신청을 한 소유자는 2027년 말까지 이행강제금 부과 절차 개시를 유예 받을 수 있다. 또 오피스텔 입지가 불가능할 경우 각 지자체는 기부채납 방식으로 용도변경을 할 수 있도록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불법 생숙' 퇴로 열어준 당국
일명 '레지던스'라고도 불리는 생숙은 당초 외국인 관광객이나 장기 출장자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됐다. 숙박용이 아닌 주거용 사용은 현행법상 불법이다. 그러나 부동산값이 크게 오른 2020년부터는 주거용으로 투기 수요가 몰렸다. 주택법이 아닌 건축법 적용을 받는 시설이라, 과세나 전매제한 등 부동산 관련 규제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2021년 생숙을 숙박업으로 신고하지 않거나 오피스텔로 전환하지 않으면 매년 공시가격의 10%를 이행강제금으로 부과하겠다는 강제 조치를 꺼내들었다.
윤석열 정부도 생숙 규제에 단호한 태도를 보여 왔으나, 올해 들어 기류가 달라졌다. 이행강제금 부과 시기를 지난해 10월에서 올해 말, 다시 내년 9월로 줄줄이 연기하는가 하면, 이번에는 아예 용도변경 문턱을 낮추는 규제 완화책을 꺼내들었다.
당국의 태도 변화에는 '실수요자 보호'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불안'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장우철 국토부 건축정책관은 "생숙 소유자분들 중 상당수가 실수요 목적으로 한 채만 가지고 있는 사회 계층의 서민들인데 일단 그분들의 주거 안정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며 "주거 및 민생 경제 안정, 생숙발 PF 위기 등 다양한 상황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전국에서 사용 중인 생숙 11만7000실 가운데 44%인 5만 호 가량이 여전히 주거용으로 불법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오피스텔 용도변경에 성공한 사례는 1.1%인 1173실에 불과하다. 용도변경 기준이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또 대부분의 주거용 생숙 사용자는 투기 목적이라기보다, 주거시설로 오도한 분양업체 말을 믿고 실거주 목적으로 분양받은 것이란 하소연도 이어졌다.
"이미 용도변경한 생숙은 어쩌나"…"전매규제 페널티 고려"
이번 정부 조치를 두고 일각에서는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다. 이미 용도변경과 숙박업 신고를 마친 생숙에 비해 월등히 유리한 기준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또 지자체까지 나서 지구단위계획 수정으로 생숙의 오피스텔 용도변경을 돕겠다는 차원이라, '과도한 특혜'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형평성을 유지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이번 지원방안에 따라 오피스텔 용도로 전환할 생숙 수분양자는 임대와 실거주 등 미래 사용가치가 올라가는 만큼 그에 상응해 일정 기간 전매규제 페널티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이미 용도변경과 숙박업 신고를 득한 생숙업자와의 형평성 문제도 추후 논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당국은 이 같은 '특혜 논란'과 관련해 "특혜가 아닌 규제를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가져가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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