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청년만 받는 ‘자격증’, 죽어가는 원도심 살린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도시는 사람을 담는 그릇입니다. 내용물이 자꾸 새 나간다면 그건 더 이상 그릇이 아닌 겁니다."
청년도시재생사는 부산시가 발급하는 자격증이다.
자격증을 따려면 부산시와 협약한 대학에서 1년 동안 3학점 이상을 이수하는 일반과정과 부산도시공사 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심화 과정을 밟아야 한다.
부산시 창조도시과 관계자는 "청년도시재생사 취업률과 고용유지율을 보면 제도의 효과가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지역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국비 지원이 계속해서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 맞는 원도심 되살리려
부산시, 전국 최초 조례 만들어 자격증 발급

“도시는 사람을 담는 그릇입니다. 내용물이 자꾸 새 나간다면 그건 더 이상 그릇이 아닌 겁니다.”
25일 한겨레와 만난 김범준(28)씨 생각은 단호했다. 그는 “지역이 무너지지 않으려면 사람이 머물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재생사업이 활발해야 살아 움직이는 도시가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김씨는 군 복무를 마친 2019년 가을 대학(한국해양대 해양공간건축학과)에 복학하면서 오래된 건축물과 마을 공동체를 보존하는 ‘도시재생’ 개념을 처음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건축가가 되면 빈집을 고쳐 마을 공동체를 되살리는 사업을 하려는 구상을 갖고 있었는데, 지도교수님 권유로 도시재생 분야에 흥미를 갖게 됐다. 수업을 들을수록 낡은 것에 숨결을 불어넣는 도시재생의 매력에 빠져들었다”고 했다.
김씨는 내친김에 도시재생 관련 과목을 연달아 수강하고 현장 실습도 했다. 이런 노력 덕에 도시재생 활성화 계획, 도시 설계, 건축 설계가 주업인 부산의 건축사사무소 ‘싸이트플래닝’에서 인턴을 하고 2021년 정규직이 됐다. 이 과정에서 김씨가 딴 ‘청년도시재생사’ 자격증이 큰 힘을 발휘했다.

청년도시재생사는 부산시가 발급하는 자격증이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부산에만 있다.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를 맞고 있는 원도심을 되살리고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2019년 전국에서 처음 조례를 제정해 자격증을 발급하고 있다. 자격증을 따려면 부산시와 협약한 대학에서 1년 동안 3학점 이상을 이수하는 일반과정과 부산도시공사 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심화 과정을 밟아야 한다.
올해 강의가 개설된 대학은 경성대, 동명대, 동서대, 동아대, 부산대, 한국해양대 등 8곳이다. 인기도 꾸준하다. 지난해까지 5년 동안 일반과정은 1036명, 심화 과정은 435명이 이수했다. 올해는 322명이 수강을 신청했다. 김동혁(25·동명대 건축학과)씨는 “낡은 것을 쓸어 낸 뒤 새것을 짓는 게 건축이라고 생각했는데, 지난해 도시재생사 과정을 이수하면서 리모델링과 재활용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 앞으로 도시재생 분야에서 계속 일하고 싶다”고 했다.
취업률도 높다. 지난 5년 동안 배출한 청년도시재생사 435명 가운데 104명이 정규직에, 41명이 인턴 취업에 성공했다. 자격증을 딴 4명 가운데 1명이 정규직 일자리를 얻은 셈이다. 높은 취업률에는 부산시의 ‘도시재생 전문기업’ 지정도 영향을 미쳤다. 부산시는 2년마다 도시재생 전문기업을 선정하고 3년마다 재인증 심사를 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171개 지역 기업이 도시재생 전문기업에 선정됐다. 이 기업들이 인턴을 채용하면 부산시가 그해 확보한 예산이 허용하는 한도에서 한달치 인건비를 지원한다. 정규직을 채용하면 1인당 월 233만원을 3년간 지원하는데, 재원은 행정안전부 예산 50%, 부산시비 40%, 기업체 10% 비율로 분담한다.
청년도시재생사를 채용한 기업의 만족도 역시 높다. 한영숙(49) 싸이트플래닝 대표는 “도시재생 개념과 철학을 대학에서 배우고 입사하는 것만으로도 이 분야에서 일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도시 거주 경험이 풍부한 퇴직자들을 대상으로 한 도시재생사 교육과정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더 많은 도시재생사가 배출되면 도시재생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정책적 관심도 커지지 않겠냐는 것이다.
부산시 창조도시과 관계자는 “청년도시재생사 취업률과 고용유지율을 보면 제도의 효과가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지역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국비 지원이 계속해서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유엔 안보리, 가자전쟁 ‘즉각 휴전’ 촉구 결의안 첫 채택
- 의-정 대화 관건은 ‘2천명 증원’…협상 테이블에 오를까
- 조국 “최악의 상황 와도 제2·제3의 조국 나올 것…합당은 없다”
- [단독] 검찰, 압수한 전자정보 ‘입맛대로’ 저장했다
- “집단 사직? 정말 ‘의새’가 되려는 겁니까?” 사직 반대 교수의 일침
- 이종섭 참여 ‘방산 회의’…첫 일정은 방사청장과 ‘비공개 면담’
- 방심위, MBC ‘윤석열 비속어’ 후속보도에도 법정제재 의결
- ‘중국 구금’ 축구 국가대표 손준호, 319일 만에 풀려나 귀국
- [현장] 강제동원 자녀들 도쿄서 첫 외침…“윤 정부 맘대로 못 끝내”
- 류준열·한소희·혜리 ‘사생활 공방’…클릭은 무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