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 성게알 듬뿍 ‘앙장구밥’...반가운 가을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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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지나면 바다 생물도 살이 차기 시작한다.
바위틈에서 채취한 성게에서 얻은 진한 노란빛 성게알을 아낌없이 대접에 넣어 밥에 쓱쓱 비벼 먹는 '앙장구밥'은 이곳 향토음식이다.
이 가운데서도 성게알을 생으로 밥 위에 얹어 비벼 먹는 앙장구밥은 성게 특유의 향을 잘 느낄 수 있는 방법이다.
일광해수욕장 근처에 자리한 성게비빔밥전문점 '미청식당'은 앙장구밥 맛집으로 잘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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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료 말똥성게, 추워질수록 맛 좋아
고슬한 쌀밥에 참기름·김가루와 쓱쓱
녹진한 질감·향긋한 향이 입안에 가득
추석이 지나면 바다 생물도 살이 차기 시작한다. 미식가들이 입을 모아 진미라고 극찬하는 성게도 그렇다. 성게는 육지에선 밥상에 흔히 볼 수 없는 고급 식재료로 통한다. 해양도시 부산에선 이 귀한 성게알(성게 생식소)로 비빔밥을 해 먹는다. 바위틈에서 채취한 성게에서 얻은 진한 노란빛 성게알을 아낌없이 대접에 넣어 밥에 쓱쓱 비벼 먹는 ‘앙장구밥’은 이곳 향토음식이다.
‘앙장구’는 부산에서 말똥성게를 부르는 이름이다. 성게는 우리나라 얕은 바다부터 수심 70m 아래에 있는 암초 사이에 넓게 서식하며 부산을 비롯해 제주·강원 지역 일대에서 주로 볼 수 있다. 국내엔 둥근성게·북쪽말똥성게·분홍성게 등 약 30종이 서식하는데 많이 식용하는 건 보라성게와 말똥성게다. 우리가 가장 쉽게 떠올리는 검보라색에 뾰족하고 긴 가시가 돋친 것이 보라성게다. 그만큼 생산량이 많아 가장 흔히 접할 수 있다. 제철은 5∼8월 따뜻한 시기다. 반면 말똥성게는 가을에 맛이 들기 시작해 늦은 겨울까지가 제철인데 1월말부터는 쓴맛이 강해진다. 말똥을 닮아 이름이 붙은 말똥성게는 보라성게에 비해 작고 둥글다. 몸 전체가 진한 갈색 또는 올리브색을 띠고 가시 길이는 1㎝ 미만으로 마치 밤송이를 연상시킨다. 두 성게의 생식소는 색깔과 맛이 확연히 다르다. 보라성게는 옅은 노란색을 띠고 수분이 많은 단맛이 느껴진다. 말똥성게는 주황색에 가까우며 담백하고 쌉싸름한 맛이 매력이다. 바닷물이 차가워질 때 채취할 수 있는 말똥성게는 어획량이 적고 크기도 작아 더 귀하게 여겨진다.
부산 일광·송정·송도 해수욕장을 따라 이어지는 해안가 곳곳에선 싱싱한 성게알을 무심하게 접시에 담아 파는 광경을 볼 수 있다. 기장시장에도 해녀가 직접 채취한 해산물을 손질해 판다. 10월이 되면 제철 말똥성게를 들고 나오는데 작은 숟가락으로 하나하나 정성스레 성게알만 골라 내놓는다. 시장에서 생선을 파는 한 상인은 “말똥성게는 날씨가 추워질수록 맛이 좋다”며 “바다 건너 일본에서도 인기 있는 해산물이라 대부분 수출된다”고 설명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서 “맛이 달고, 날로 먹거나 국을 끓여 먹는다”고 기록된 것처럼 말똥성게는 예부터 다양한 조리법으로 그 풍미를 즐겼다. 부산에선 말똥성게를 달걀찜·죽·수제비·전·미역국 등으로 요리해 먹는다. 이 가운데서도 성게알을 생으로 밥 위에 얹어 비벼 먹는 앙장구밥은 성게 특유의 향을 잘 느낄 수 있는 방법이다. 일광해수욕장 근처에 자리한 성게비빔밥전문점 ‘미청식당’은 앙장구밥 맛집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식당의 최미향 사장은 “계절에 따라 앙장구밥에 들어가는 말똥성게 양이 달라진다”며 “겨울철을 제외하곤 보라성게를 함께 넣는데 보라성게의 단맛과 말똥성게의 담백하고 진한 맛이 잘 어울린다”고 설명한다. 앙장구밥은 따로 간을 하거나 양념을 얹을 필요 없다. 고슬고슬한 흰쌀밥 위에 참기름을 살짝 두른 뒤 성게알을 한가득 올리면 된다. 마무리로 김 가루를 넣으면 고소하고 짭짤한 맛이 자연스럽게 더해진다.
성게알이 풍부하게 들어간 앙장구밥이 마침내 나왔다. 노랑·주황 성게알이 조화롭다. 우선 알이 뭉개지지 않게 젓가락으로 살살 비빈다. 녹진한 질감이 느껴진다. 고루 비빈 앙장구밥을 입 안에 넣으니 향긋한 성게향이 입 안에 퍼진다. 해산물에서 쉽게 느낄 수 없는 향으로 마치 취나물향이 떠오른다. 밥알을 모두 삼킨 뒤에도 그 향이 코에 머물러 있다.
다가오는 주말과 휴일엔 부산으로 떠나보자. 가시가 돋친 껍데기 속 황금 같은 알을 맛보면 선선해지는 날씨가 더욱 반가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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