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일만 하다가 결혼은 할 수 있을까?

조회수 2023. 7. 10. 13: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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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좋아해서 결혼을 안한건지, 결혼을 안해서 일에 몰입하게 된건지 모르겠지만 도전적으로 일하면서 살다보니 나이가 훌쩍 먹었다.

그때 즈음 남자친구를 만났다.

나는 유튜버로, 그는 브런치 인플루언서로 몇 차례 메시지를 주고받고 서로의 게시물에 좋아요나 눌러주는 사이였다. 그러다 내가 연 카페에 그가 종종 찾아와 일을 하곤 했다. 의자는 편했고 콘센트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카페에서 손님들과 아시안컵 축구경기를 단관하기로 했다. 지지부진하던 경기는 후반 막바지에 손흥민 선수가 골을 빵빵 넣어주면서 시원하게 승리했다. 함께 보던 카페 손님들 모두 폴짝폴짝 뛰었다. 흥에 겨웠던 몇몇은 2차를 가게 되었고, 그날 밤 그가 집근처로 바래다 주던 길에 여흥에 못이긴 우리는 얼떨결에 사귀기로 했다.

만난지 1년이 채 안 됐을 무렵의 일이다. 그날은 둘이 스벅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나는 잠시 시간을 내어 반가운 손님을 만나러 갔다. 나보다 10여 년은 먼저, 그것도 중국에서 사업을 하시는 선배님을 오랜만에 뵌 것.

“이 대표님, 사업은 평생 직장일 뿐이예요. 사업이 잘 된다고 내 재산이 늘진 않아요. 다시 재투자하게 되거든요. 돈을 모으려면 자산관리를 따로 해야 해요. 저도 사업 초에는 내내 그러다가 결혼하고부터 자산이 모이기 시작했어요. "

"결혼부터 하는 걸 추천 드려요."

미팅이 끝나고 스벅으로 돌아온 나는 그에게 이 말을 전하며 대뜸 결혼해야겠다고 말했다. 베트남에 아파트를 한 채 사야겠다며. (베트남 아파트는 선배님이 추천한 투자방법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결혼을 하기로 했다.

둘다 직장생활을 한 게 아니고 늘 불안정한 수입 때문에 모아놓은 돈도 없었지만 사업이 잘 풀리고 있으니 잘 될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당시 내가 결혼을 결심하게 된 진짜 이유는 내가 결혼을 해도 계속 나답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살아갈 수 있을 거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실제로 결혼을 해보니 조금 달랐는데, 오히려 원래의 나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나답게 살 수 있었다. 내 뜻에 대한 지지와 도움으로 부스터를 단 것이다.

지금 우리는 둘다 결혼할 때보다 일이 잘되어 직원들도 늘었고 사업을 조금 더 규모있게 꾸리게 되었다. 아직 두 회사가 아직 작아 사무실을 하나 얻어 반으로 쪼개어 쓰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365일 24시간 거의 같이 있게 되었다. 지겹지 않냐는 사람들도 있지만 ‘오히려 좋은' 점들도 있다.

같이 야근을 해도 각자의 영역과 시간을 확보하고 있으니 좋고, 집에서 기다리는 이가 없으니 눈치보이지 않아 좋다. 둘다 업무량이 많으니 집에 가도 각자의 책상에 앉아 일을 하거나 별 일정이 없는 주말엔 같이 출근하여 자기 책상에 앉아 자기 할 일을 한다.



크리에이터인 두 사람이 살다보면 하고 싶은 일들이 계속 샘솟고 여러가지 일을 벌이곤 한다. 물론 아이디어를 떠올릴 때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피와 땀과 눈물이다. 또 불안정하고 불안한 두 개체가 만나서 우리 내년에도 계속 이 사업을 할 수 있을까, 하면서 술잔을 기울이기도 한다. 우리는 베트남 아파트는 커녕 한국에 우리집도 아직 한채 없다. 하지만 죽을 때까지 같이 고민하면서 뭔가를 만들면서 입에 풀칠은 하고 살아갈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겼다.

꼭 안정을 찾고 돈이 있어야 결혼을 하는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쥐뿔도 없는데 무신 결혼이냐, 일이 더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예전의 나 같은 크리에이터 분이 있다면 결혼도 한번 생각해보시길. 더 재미있는 콘텐츠는 만들지 못해도, 더 재미있게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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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밖 불안과 자유 사이에서 10년간 외줄을 탄
한 프리랜서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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