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선란 5,990원…유통업계, 설 특수 잡는다
고물가 장기화 속 ‘싸게·빨리’ 수요 증가
업계, 과일·축산·수산까지 사전 확보전

설 명절을 앞두고 유통업계가 '물량 선점'과 '고객 선점' 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고물가의 장기화로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부담이 커진 가운데, 명절 수요가 몰리는 시기를 겨냥해 대형마트와 슈퍼마켓, 온라인 채널까지 할인 공세와 공급망 확보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업계는 이번 설이 "명절 대목이 살아나기보다, 체감물가에 따라 구매처가 빠르게 이동하는 시장"이 될 것으로 보고, 핵심 품목을 중심으로 가격과 물량을 동시에 잡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계란이다. 제수 준비와 명절 음식 수요가 겹치는 품목인 만큼 가격 변동에 대한 체감이 크다. 홈플러스는 설 명절을 2주 앞두고 계란 가격 부담을 낮추기 위해 미국산 신선란을 초저가로 선보이며 '장바구니 물가 안정'에 나섰다.
홈플러스는 오는 31일부터 전국 홈플러스 대형마트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에서 '미국산 백색 신선란(30구)' 4만5천판을 한 판 5천990원에 국내 마트 단독으로 판매한다고 밝혔다. 물량은 한정 판매로, 최대한 많은 고객이 구매할 수 있도록 1인당 2판으로 구매 수량을 제한한다.
가격 경쟁력도 부각된다. 26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가격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국내산 특란 30구 전국 평균 소매가격은 7천229원이었다. 홈플러스가 내놓는 미국산 신선란은 국내산 특란 평균 소매가 대비 17% 이상 저렴한 수준이다. 홈플러스는 31일 1차 물량 약 3만6천판을 선착순 판매로 공급하고, 이후 추가 물량도 순차적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이번 판매는 정부의 수입 추진과도 맞물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7일 국내 고병원성 AI 확산에 따른 계란 수급 불안에 대비해 미국산 신선란을 시범 수입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홈플러스는 해당 수입 물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한 뒤, 설 연휴를 앞두고 신속히 판매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명절 식탁의 '가격 신뢰'가 중요해진 만큼, 유통 과정에서 안전성 확보도 강조했다. 홈플러스는 5일간의 검역과 위생검사를 거친 뒤 세척·소독 과정을 추가로 진행해 소비자 불안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싸게 파는 데 그치지 않고 품질과 위생에 대한 신뢰를 함께 확보해 명절 수요를 끌어오겠다는 취지다.
이외에도 유통업계는 명절 수요가 집중되는 주요 품목 전반에서도 '물량 확보전'을 강화하고 있다. 과일·축산·수산·가공식품 등 제수용과 선물세트 핵심 품목을 중심으로 할인 판매를 준비하는 동시에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사전 물량 확보에 돌입했다.
특히 가격 변동성이 큰 신선식품은 명절 직전 수요 급증과 공급 불안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만큼, 산지 계약 확대와 수입선 다변화, 물류·저장 역량 점검까지 병행하며 '품절 없는 설'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는 이번 설 대목이 '할인 경쟁'만이 아니라 '공급 경쟁'으로도 번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일부 품목의 수급 불안이 현실화할 경우, 소비자들은 더 빠르게 '확실히 싸고, 바로 살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유통사들은 한정 특가 상품을 앞세워 고객 유입을 늘리는 동시에, 추가 물량 확보와 순차 공급 계획을 촘촘히 마련하는 방식으로 구매 수요를 선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명절 장바구니는 소비자들이 가장 가격을 민감하게 보는 시기"라며 "할인 경쟁은 물론 수급 불안에 대비한 선제적 물량 확보가 설 대목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