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몇 년 사이 공유 전기 자전거는 서울 시내 곳곳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수치상으로는 3년 사이 7배 가까이 증가하며 전동 킥보드를 추월했다. 문제는 늘어난 숫자만큼이나 방치된 자전거도 함께 늘었다는 점이다.
점자블록은 물론이고 횡단보도 입구와 버스 정류장, 인도와 차도를 가리지 않고 세워진 공유 자전거는 시민 통행을 방해하고 각종 사고 위험까지 유발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 해결은 지지부진하다. 전동 킥보드는 무단 주차 시 최근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견인 조치를 시행하고 있지만, 전기 자전거는 강력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불합리하다는 반응이 이어진다.


도로교통법 미적용
즉시 견인 불가능해
공유 전기 자전거는 사실상 아무 곳에나 방치돼도 행정 처분이 어렵다. 전동 킥보드는 도로교통법 적용으로 불법 주정차 시 즉시 견인이 가능하지만, 전기 자전거는 ‘자전거 이용 활성화 법’에 따라 10일 이상 방치돼야만 조치가 가능하다. 즉시 견인을 할 법적 근거조차 없다는 의미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해 전동 킥보드 불법 주차로 견인된 사례는 약 9만 건에 달했다. 같은 기간 전기 자전거는 단 한 건의 견인도 없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을 가리거나, 인도 통행을 막고, 차도에 방치돼도 견인 대상이 되지 않는다. 자전거 보관대는 턱없이 부족하고, 시민들은 일상에서 위험과 불편을 그대로 떠안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견인료 자체도 법에 규정되어 있지 않다. 견인하더라도 비용을 부과할 수 없다는 뜻이다. 서울시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관련 조례 개정을 추진했으나, 일반 자전거와의 형평성 문제로 결국 계류됐다. 공공질서를 해치는 행위가 반복되고 있는데도 법과 제도는 여전히 전기 자전거를 '보호 대상'으로만 바라보고 있다.

책임 소재 없는
공유자전거 운영
공유 전기 자전거의 핵심 문제는 관리 주체의 부재다. 현재는 누구나 공유 자전거 사업을 별도 신고 없이 운영할 수 있는 구조다. 책임 소재가 불명확하니 방치 자전거에 대한 행정 조치도 이뤄지지 않는다. 국회에는 이를 보완하기 위한 자전거 대여업 등록 의무화 법안이 발의돼 있지만 업계 반발로 논의가 멈춘 상태다.
사업자들은 “모빌리티 확산을 막는다”며 반발하고 있지만, 시민 불편은 도를 넘었다. 무단 주차로 인해 보행자 사고 위험이 커지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차량 통행에 지장을 주는 사례도 잦다. 실질적인 조치가 전무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는 민원에 손만 놓고 있는 셈이다.
시민들은 “킥보드는 견인하면서 자전거는 왜 그대로 두냐?” “차라리 거치대라도 늘려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공유 자전거는 도시의 새로운 민원이 되고 있다. 불법 주정차 단속 대상에서 제외된 전기 자전거가 결국 시민들의 안전과 질서를 위협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법령 정비와 함께 책임 주체 명확화가 시급한 시점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지금처럼 공유자전거를 방치하는 자세로 일관한다면, 이 문제는 끝내 제자리걸음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