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적 관세 전쟁의 승자는? [십자말풀이로 알아보는 국제 상식]

조회 1162025. 3. 29.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무차별적 관세 전쟁을 벌이자, 각국의 반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경제부터 소소한 에피소드까지 미디어를 떠들썩하게 한 전 세계 이슈를 소개한다.

➀ 중국 인공지능 ‘딥시크’를 모방한 ○○ 사이트와 앱이 급증해 3000개를 넘어섰다. ‘딥데스크’ 등 가짜 앱 피해를 막기 위해 딥시크 본사가 경고 메시지를 내고 있다.
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프리카의 왕국 ‘레소토’를 “아무도 들어본 적 없는 나라”로 언급했다가 반발을 사고 있다. 레소토 국민들은 “아무도 모른다면서 우리나라에 왜 미국 ○○○을 세웠느냐”고 항의했다.
➂ 사람이 다니는 길을 막고 있다가 먹이를 받으면 비켜주는 ○ ○ ○ ○ 코끼리가 스리랑카에서 화제가 된 가운데, 스리랑카 정부가 코끼리를 위해 일부 열차 운행 시간을 바꾼다고 발표했다.
➃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양복이 없느냐는 조롱 섞인 질문과 함께 면박을 당했다.
➄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의 입장권 예매율이 저조하자 주최 측이 화성에서 온 운석을 ○○하겠다고 밝혔다. 화성에 관심이 많은 트럼프 대통령의 엑스포 방문을 유도해 흥행 카드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➅ 취임 초부터 세계를 상대로 관세 ○○을 공포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다. 캐나다 커피숍은 메뉴에서 ‘아메리카노’를 퇴출하고 ‘캐나디아노’로 대체하고 있다.


➀ 짝퉁 딥시크가 무려 3000개
올해 설 연휴 무렵 공개돼 세계를 놀라게 한 중국의 인공지능(AI) ‘딥시크’ 기억하시죠? 딥시크는 키보드 입력 패턴까지 가져갈 정도로 사용자 개인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해 보안 논란이 커지는 바람에 우리나라에서는 접속이 차단된 상태입니다. ‘Forbidden fruit is the sweetest(금지된 열매가 가장 달다)’라는 영어 속담처럼, 막상 딥시크 사용이 우리나라에서 금지되자 써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는데요, 딥시크의 모국(母國) 중국에서는 딥시크처럼 위장한 피싱(Phishing, 개인 정보를 낚아 올리는 사기) 사이트가 무려 3000개에 달한다고 합니다. 겉모습이 진짜와 거의 같아 깜박 속았다고 합니다. 1만원을 지불하고 앱을 내려받았는데 알고 보니 딥시크(DeepSeek)가 아니라 딥데스크(DeepDesk)였다는 것입니다. 이런 식의 짝퉁 딥시크가 3000개나 된다고 하니 역시 중국 대륙답네요. 심지어 회원 가입에 필요하다며 돈까지 받은 사기 사이트도 많다고 합니다. 이처럼 중국 곳곳에서 논란이 커지자 딥시크 본사는 유료라고 돈을 요구하는 짝퉁 딥시크는 모두 사기이니 주의하라고 밝혔습니다. 진짜 딥시크는 모든 기능이 무료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유명세를 치르는 현상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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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운전면허 취득 후 첫 차로 대우자동차의 중고차를 샀는데요, 지금은 단종된 차량입니다. 당시 저는 ‘카오디오’라도 새것으로 사고 싶어서 전자상가를 찾아다녔는데요, 그 때 명품 카오디오인 줄 알고 산 제품이 ‘BOSS(보스)’였습니다. 오디오 명품은 ‘BOSE(보즈)’인데 눈속임 짝퉁 오디오 브랜드에 속았던 것입니다. ‘아차! BOSS는 의류 브랜드인데….’ 이 차이를 뒤늦게 깨닫고 속았다는 걸 알아차린 것은 이미 설치한 지 6개월이 지난 때였습니다.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어 제 눈썰미만 탓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지금도 생각나는 이런 아픔을 ‘딥시크(DeepSick)’라고 해야겠죠?

➁ 트럼프 대통령 덕분에 유명해진 레소토
여러분 혹시 ‘레소토(Lesotho)’라는 국가 들어보셨나요? 이탈리아 전통 요리 ‘리소토(Risotto)’와 혼동하시는 분도 있는데요, 아프리카 남단에 있는 나라입니다. 존재감이 거의 없는 이 나라가 얼마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회 연설을 계기로 세계에 회자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정부 예산 낭비의 문제에 대해 강조하면서 레소토를 언급했는데요, 아무도 들어본 적 없는 아프리카 레소토의 성소수자 단체를 지원하는데 정부 예산이 쓰였다고 말한 겁니다. 트럼프 주장대로 레소토 주재 미국 대사관이 자금을 지원한 시민단체가 예산 일부를 성소수자를 위해 쓴 것은 맞다고 하는데요, “아무도 모르는 나라”라고 한 트럼프의 발언에 레소토 국민들이 발끈했습니다. 레소토 외무부 장관은 트럼프 발언에 대해 “매우 모욕적이고, 우리나라가 그렇게 언급되다니 참으로 충격이다”라고 밝혔습니다. 레소토 국민들은 “어떻게 ‘아무도 들어본 적 없다’는 우리나라에 미국 대사관이 존재할 수 있겠느냐”며 “트럼프가 레소토를 비하하고 웃음거리로 삼았다”라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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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왕국’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레소토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국토 전체가 해발 1000m 이상인 나라로, 인구는 220만 명 정도입니다. 지도를 보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일부처럼 보일 정도로 남아공 서쪽에 자리 잡은 내륙 국가이고요, 면적은 남한의 3분의 1쯤 됩니다.
레소토는 ‘아프리카의 청바지 수도’로 불릴 정도로 미국에 청바지를 많이 수출하고 있습니다. 미국인들이 즐겨 입는 리바이스, 랭글러 청바지의 상당수가 레소토에서 생산되고 있습니다. 영어를 공용어로 쓰고 청바지와 다이아몬드를 미국으로 수출하는 레소토 국민들 입장에서는 ‘아무도 모르는 나라’라고 폄하하는 트럼프가 야속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번을 계기로 수많은 세계인이 레소토의 존재를 알게 됐으니, 너무 스트레스받지 않길 바랍니다. 오히려 트럼프를 레소토의 홍보대사나 명예시민으로 임명하면 트럼프가 모욕감을 느끼며 방방 뛰지 않을까요?

➂ 코끼리를 위한 스리랑카 정부의 배려
스리랑카에는 야생 코끼리가 7000마리 이상 살고 있는데요, 코끼리를 귀하게 여기는 불교의 영향을 받은 이 나라에서 코끼리를 죽이거나 해치는 것은 범죄 행위입니다. 스리랑카 불교 사원 다수가 코끼리를 키우는 배경에는 석가모니를 임신한 어머니가 태몽으로 코끼리 꿈을 꿨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올해 초 스리랑카에서는 ‘톨게이트 코끼리’라는 별명의 코끼리가 화제가 됐는데요, 큼지막한 덩치로 차도를 막고 버티고 있다가 승객이 먹을거리를 주면 슬그머니 길을 비켜줬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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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스리랑카에서는 코끼리들이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데요, 코끼리가 철로를 건너다 열차에 치여 죽거나 크게 다치는 사고가 잇따르자 스리랑카 정부가 열차 운행 시간 일부를 조정했습니다. 코끼리 사고가 잦았던 구간의 열차 운행 시간과 제한 속도를 변경해 지난달 첫 주말부터 적용한 것입니다. 앞서 지난 2월 철로를 건너던 새끼 코끼리들이 열차에 치여 숨지고, 중상을 입는 사고들이 일어나 비판이 거세지자 정부가 내놓은 대책입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17년 동안 열차에 치여 죽은 코끼리가 138마리라고 합니다.
그렇다고 코끼리가 일방적인 피해자인 것은 아닙니다. 코끼리가 농장으로 쳐들어가 사람을 해치는 일도 잦기 때문입니다. 스리랑카 정부가 최근 공개한 집계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인간과 코끼리 갈등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1195명, 코끼리는 3484마리에 달한다고 합니다. 제가 어릴 때 놀이동산(코끼리열차)과 동물원에서 만난 코끼리와는 전혀 다른 모습인 셈입니다. 그렇다고 동심 속 코끼리 이미지를 깨뜨려서는 안 되겠죠? “코끼리 아저씨는 코가 손이래~과자를 주면은 코로 받지요~” 이 동요를 기억하는 분들께는 ‘독도는 우리 땅’으로 유명한 가수 정광태의 가요 ‘코끼리 아저씨’도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화창한 봄날에 코끼리 아저씨가 / 가랑잎 타고 태평양 건너갈 때에 / 고래 아가씨, 코끼리 아저씨 보고 / 첫눈에 반해 스리 살짝 윙크했대요.”

➃ 정상회담 중 면박당한 우크라이나 대통령
지난달 세계를 가장 놀라게 한 뉴스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이었을 겁니다.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이 회담에서 두 정상은 얼굴을 붉히며 고성을 주고받았습니다. 영국 일간지는 “외교가 사망하는 장면이 TV로 생중계됐다”라고 평가했고, 일각에서는 “외교적 체르노빌이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소련(러시아)에 속했던 1986년에 일어난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연상시키는 ‘외교 참사’였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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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를 무례하다고 몰아붙인 트럼프 대통령과 밴스 부통령이 너무 심했다는 지적도 있고, “미국도 미래에는 (전쟁)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한 젤렌스키가 경솔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저는 두 정상의 설전이 벌어지기 전에 젤렌스키를 도발한 미국 기자에게 레드카드를 주고 싶습니다.
당시 정상회담 도중 브라이언 글렌이라는 기자가 젤렌스키에게 왜 정장을 입지 않았느냐고 따지듯 물었는데요, 심지어 “정장을 갖고 있긴 한가요?”라고 조롱하는 듯한 말까지 했습니다. 초청한 상대국 대통령에게 이렇게 무례한 질문을 한다는 것은 예전 같으면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모습입니다. 이 기자가 소속한 [리얼 아메리카 보이스]는 5년 전 설립된 신생 매체인데요, 트럼프를 일방 지지해 편향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데다 코로나19 대유행 때 오보도 여러 번 낸 곳입니다. 이 회사의 백악관 출입 기자인 그는 공화당 하원의원 마저리 테일러 그린의 남자친구이기도 합니다. 그린 의원은 소셜미디어에 “젤렌스키는 돈을 구걸하러 오면서도 정장을 차려입지 않을 정도로 무례했고, 이를 지적한 남자친구를 보니 매우 뿌듯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자기들 스스로 글로벌 ‘밉상 커플’임을 인증하는군요!

➄ 엑스포 홍보를 위해 안간힘 쓰는 일본

최근 4월 13일에 개막하는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에 가보고 싶다는 일본인 비율이 31%에 그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자국에서 열리는 엑스포를 찾아가려는 일본인이 10명 중 3명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이 엑스포 개막 한 달을 앞두고 시행한 설문에서 엑스포에 ‘가고 싶다’(31%)는 응답보다 ‘가고 싶지 않다’(68%)가 월등히 많게 나온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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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 흥행을 걱정해 온 일본 정부로서는 더욱 초조할 만한 설문 결과입니다. 실제로 개막 한 달을 앞둔 때 엑스포 입장권 예매는 약 800만 장에 그쳐 당초 목표(1400만 장)보다 한참 미달했습니다. 이에 주최 측은 자유이용권과 당일권도 선보이고, 각종 할인 행사도 열면서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심지어 비장의 흥행 카드로 트럼프 방문을 성사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입니다. 트럼프가 관심을 가질 만한 ‘화성 운석’을 엑스포 때 전시해 ‘미끼’(?)로 삼겠다는 것입니다. 재작년 우리나라는 국민들이 원했던 2030년 엑스포 유치의 꿈을 이루지 못했는데, 올해 엑스포를 여는 일본은 국내외 참관객이 외면해 ‘동네 잔치’로 망신 당할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새옹지마’라고 해야 할까요, ‘전화위복’으로 봐야 할까요?

➅ 무차별적 관세 전쟁의 승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무차별적 관세 전쟁을 벌이자 각국의 반감이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특히 이웃나라 캐나다가 단단히 화가 났습니다. 가뜩이나 트럼프가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州)로 삼고 싶다고 말해 미운털이 박혔는데, 캐나다 물품에 25% 관세를 물리겠다며 엄포까지 놓은 것입니다.
이에 캐나다 국민들은 미국 의류, 식품, 화장품을 멀리 하고 자국 상품을 찾고 있습니다. 중국의 ‘애국 소비’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죠. ‘미국산 불매, 캐나다산 구매(Bye America, Buy Canada)’ 운동을 펼치는 것입니다. 심지어 캐나다 커피숍들은 메뉴판에서 ‘아메리카노(Americano)’를 퇴출하고 ‘캐나디아노(Canadiano)’를 새로 넣고 있습니다. 아메리카노는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군들이 에스프레소에 물을 더해 연하게 마시던 데서 비롯된 말인데요, 이제 캐나다에선 미국의 ‘미(美)’ 자도 보기 싫다는 얘기인 셈입니다. 캐나다 심정이 이해가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아메리카노를 캐나디아노로 마음대로 바꾼 것처럼 한국 전통의상인 ‘한복(韓服)’을 중국이 ‘중복’, 말레이시아가 ‘말복’이라고 멋대로 바꿔 부르면 기분이 어떨까요? 혹시 “중복과 말복 얘기하니 ‘삼계탕’이 생각난다”라고 동문서답하실 분은 없겠죠?

ㅣ 덴 매거진 2025년 4월호
글 곽수근(조선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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