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어디에"…과거사 '사과' 권고에도 尹정부 이행 '0'
경찰서장 사과 4건 뿐, 정부 사과 無
진실규명 본격화에도 2년째 묵묵부답
행안부 총괄 효과 미비+국가의 항소
진보정권 대통령·장관 사과와 대비돼
국가 사과 있어야 '피해 지원' 원활
유족들은 피해 회복에 각자도생 처지
정부 "사과 위한 절차에 시간 걸려"
과거 공권력으로부터 자행된 잔혹한 인권침해 사건들에 대해 진실규명과 함께 '국가 사과' 권고가 이어졌지만, 현 정부의 공식 사과는 차일피일 미뤄져 유족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尹정부 사과 '0'건, 국가 상대 소송에는 '항소'
한국전쟁 시기 등 군경에 의한 희생사건과 관련한 지역별 경찰서장 사과 4건 뿐, 중앙정부 차원의 공식 사과는 '0'건에 그친 것.
2기 진실화해위는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지난 2022년 후반기부터 집단수용시설 사건들을 중심으로 진실규명을 결정해 오면서 국가 사과를 촉구했다. 문재인 정권 후반기였던 2020년 12월 출범해 2년가량 조사에 집중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2년째 사과가 미뤄지고 있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개별적으로 진행 중인 일부 국가를 상대로 한 배보상 소송전에서 현 정부가 유족에 항소하는 사례들이 전해지면서, 윤 정부가 국가의 책임과 피해 회복에 소극적 태도로 일관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처럼 정부 사과가 지지부진한 데 대해 사과 주체(정부 부처)와 범위 설정 등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진단도 있었다.
하지만 이미 지난해 9월 관련법(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개정 시행으로 소관 부처가 행정안전부로 명문화된 상태다. 의지만 있다면 행안부가 정부부처나 기관별 사과와 지원 절차를 주도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이 마련됐다는 얘기다.
이는 이전 정권에서 대통령이나 장관급 인사가 직접 사과한 것과 대비된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제주 4·3 사건에 대해 55년 만에 직접 사과했고, 이후 정부의 공식 사과가 이뤄진 바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쳐 문 정부에 이르기까지는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 기관별 단체장 등의 사과가 있었다. 이로써 1기 진실화해위의 국가 사과 권고 276건 중 절반 넘는 156건(중앙정부 및 관련 기관장 등 사과)이 이행됐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조영선(전 민변 회장, 법무법인 동화) 변호사는 "윤 정부에서 임명된 진실화해위 김광동 위원장 체제로 바뀌면서 위원들 자격 심의나 과거사 정리에 회의적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며 "국가의 항소가 남용되는 경향이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위원회가 피해자로 인정했는데도 국가가 부인하는 이율배반이다"라고 판단했다.
진실화해위에서 활동했던 한 관계자는 "예전엔 과거사 컨트롤타워가 없어 사건별 주무부처가 다르면 사과를 누가할지, 어떻게 후속 조치할지를 놓고 지체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며 "지금은 법개정이 됐는데도 효과가 없고, 과거사 업무가 국정과제에서도 빠져 있다"고 말했다.
유족 '고통'만 가중…"피해 회복 위해 각자도생 처지"
누구보다도 국가 사과가 절실한 건 희생자와 유가족들이다. 이들에게 국가 사과 지연은 또 다른 상처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간 진실화해위의 권고사항에 포함된 피해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도 이뤄지지 않아, 대부분 유족 측은 국가를 상대로 개별 소송을 진행해 왔다. 유족 입장에서는 '국가의 책임 인정'을 전제로 한 사과가 늦어질수록 재판에서 유리해질 기회를 잃게 되는 것으로 인식된다.
또한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추진되는 피해 회복 사업 역시 국가 사과와 병행돼야 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관측도 뒤따른다.
군사정권 시절 중앙정부 지침에 따라 경기도에서 벌어졌던 선감학원 사건이 대표적이다. 2년 전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전국 지자체장 중 유일하게 진실규명 사건에 공식 사과하고, 여러 피해자 지원책을 시행했다. 단 타 지역 거주민을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정부 차원의 책임 인정과 후속 조치가 이행되지 않아, 도민에 한해서만 지원하고 있다.
김영배 선감학원아동피해대책협의회장은 "행정적으로 일괄적인 피해자 지원과 배보상이 가능하려면 국가의 진심어린 사과가 선행돼야 한다"며 "그런데 행안부와 몇 번을 접촉해도 반영이 되지 않고 있다. 정치적 계산을 떠나 대통령이 나서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조 변호사도 "유족이 명예회복과 피해보상을 위해 각자도생하는 처지"라며 "정부는 재정 파탄을 운운할 게 아니라, 피해자와 유족이 더는 고통 받지 않도록 행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행안부 "사과 위한 협의 절차로 시간 걸리는 것"
이에 대해 정부 측은 '국가 사과를 위해서는 복잡한 협의 사항과 절차들이 존재해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정부의 정치적 성향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금 정부에서 중앙정부 차원의 사과가 아직 없는 것은 맞다"면서도 "보수 정권인 MB(이명박) 때도 공식 사과가 순차적으로 이뤄졌고, 사과를 위해 협의 과정이 굉장히 오래 걸렸던 것"이라고 밝혔다.
배보상 사건 재판에서 정부(기관 포함)의 잇단 항소 조치에 관해서는 "절차적 이의나 금액 규모 등에 대해 정부와 유족 간 갭(차이)이 있을 수 있다"며 당위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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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창주 기자 pcj@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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