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가 믿고 산 "터키 칸 전투기", 개발 지연으로 먹구름

터키의 야심찬 칸(Kaan) 전투기 개발 프로젝트가 첫 번째 큰 시련을 맞고 있습니다.

항공산업 전문지인 AVIATION WEEK에 따르면, 터키 항공우주산업(TAI)의 메흐메트 데미로글루 총괄 매니저가 공급망과 제조 문제로 인해 핵심 프로토타입들의 첫 비행이 대폭 연기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터키의 5세대 전투기 개발 계획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연이은 일정 지연, 개발 역량 의문 제기


지금까지 터키는 P0라는 초기 시험기로 겨우 두 번의 비행만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이 기체조차 원래 지상에서 엔진 테스트용으로 만들어졌다가 급하게 비행용으로 개조한 것이죠. 진짜 문제는 앞으로입니다.

실제 양산형에 가까운 P1, P2, P3 프로토타입들의 첫 비행이 모두 연기되면서 개발 일정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데미로글루는 원래 올해 말 P1 비행을 약속했는데, 이제 2026년 1분기로 밀렸습니다.

P2는 2026년 2분기, P3는 아예 2027년 초로 연기됐죠.

총 6대의 시험기를 만들어서 "미친 듯이 비행"하겠다고 하지만, 정작 첫 번째 제대로 된 프로토타입도 제때 못 띄우는 상황에서 과연 가능할지 의구심이 듭니다.

2028년 납품 약속, 지키기 어려울 듯


더 심각한 문제는 터키 공군에 대한 약속을 지킬 수 있느냐입니다.

2028년 말까지 첫 번째 블록 10 버전을 납품하기로 했는데, 이번 지연으로 인해 그 가능성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데미로글루 총괄 매니조도 이를 의식한 듯 블록 10 항공기의 "한계를 설정"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쉽게 말해 원래 계획했던 기능들을 포기하거나 축소하겠다는 뜻이죠.

6월 17일 파리 에어쇼에서 이런 내용이 공개되면서, 터키의 첫 5세대 전투기 개발이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과제임이 드러났습니다.

성급한 해외 판매, 위험한 도박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인도네시아와의 성급한 계약입니다.

칸 전투기가 제대로 개발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인도네시아가 48대나 주문했다는 건데, 이는 상당히 위험한 도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인도네시아 측에서는 이 숫자가 단순한 '관심 표명' 수준이라고 했는데도, 데미로글루는 이게 확정된 주문이라고 우겼습니다.

몇 가지 기술적 협의만 남았다면서 "주문은 사실상 완료됐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제대로 된 프로토타입 하나 완성하지 못한 상황에서 해외 고객에게 수십 대를 약속한다는 게 말이 안되는 상황입니다.

만약 개발이 실패하거나 성능이 기대에 못 미치면 칸 전투기 수입국들은 엄청난 손해를 감수해야 할 것입니다.

과도한 자신감이 부른 무리한 약속


데미로글루 총괄 매니저는 인도네시아의 결정을 "우리에 대한 신뢰"라고 포장했지만, 사실 이는 터키의 과도한 자신감을 보여주는 사례일 뿐입니다.

"과거 우리가 해온 일을 보면 신뢰할 만하다"고 했지만, 정작 5세대 전투기 개발 경험은 전무한 상황입니다.

더군다나 계약 내용을 보면 단순히 전투기만 파는 게 아니라 기술 이전, 지식 공유, 현지 생산까지 약속했지만,

정작 자신들도 아직 제대로 완성하지 못한 기술을 어떻게 다른 나라에 전수한다는 건지 의문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관심을 보이고 있고, "올해나 내년 초에는 인도네시아만큼 큰 계약이 또 나올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고 있지만, 이런 식으로 약속만 남발하다가는 나중에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T-70 실패의 교훈을 잊었나


더욱 걱정스러운 건 터키가 T-70 헬기 사업에서 쓰라린 실패를 겪고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튀르키예 T70 헬기

2014년 T-70 블랙호크 109대 생산 계약을 맺고 의기양양했지만, 터키가 러시아 S-400 방공시스템을 들여오면서 미국 제재에 걸려있는 상황입니다.

결국 71대분 부품 수출이 중단됐고, 지금은 겨우 38대분 키트만 조립하고 있는 신세입니다.

데미로글루 총괄 매니저도 현 상황을 "움직이긴 하는데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고 솔직히 인정했습니다.

그러면서도 10톤급 헬기 설계를 다시 바꿔서 7월 전시회에 내놓겠다고 했는데 이 말도 의심스러운 상황입니다.

무리한 도전이 가져올 위험한 결말


칸 전투기 개발을 보면 터키 방산업계의 위험한 면모가 그대로 드러납니다.

기술력도 경험도 부족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5세대 전투기에 도전하고 있고, 심지어 완성도 안 된 제품을 해외에 팔겠다고 나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도전 정신은 높이 살 만하지만, 현실을 무시한 무모한 도전은 결국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T-70 헬기 사업처럼 국제 정치 상황에 휘둘리거나, 기술적 한계에 부딪혀 약속을 지키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인도네시아와 같은 해외 고객들에게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면, 터키 방산업계의 신뢰도는 크게 타격을 받을 것입니다.

몇 달 연기된 프로토타입 비행이 단순한 일정 지연으로 끝날지, 아니면 더 큰 문제의 시작일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