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일터’ 된 학교급식실… 5년간 종사자 60명 ‘조리흄’

김유나 2023. 3. 14. 18:49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최근 학교 급식 종사자들의 폐암 산업재해 신청이 잇따라 정부가 이들을 대상으로 폐암 검진을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검진자 1000명 중 약 1.3명은 폐암에 확진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2021년 12월부터 학교 급식종사자 중 55세 이상 또는 경력 10년 이상 근무자를 대상으로 폐암 건강검진을 실시 중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4개 시·도교육청 건강검진 결과
‘35∼65세 女 폐암 발생률’의 4.5배
폐암 의심되거나 매우 의심 139명
확진자 평균 연령 54.9세, 부산 최다
교육부, 급식실 조리환경 개선 추진
노조 “인력충원 없인 폐암예방 불가”

최근 학교 급식 종사자들의 폐암 산업재해 신청이 잇따라 정부가 이들을 대상으로 폐암 검진을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검진자 1000명 중 약 1.3명은 폐암에 확진된 것으로 확인됐다. 일반 성인 여성의 4배가 넘는 수치다. 과거 확진된 인원까지 고려하면 최근 5년간 폐암 진단을 받은 급식종사자는 최소 60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폐암에 확진된 학교급식 노동자인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조합원들이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대회의실에서 열린 급식 종사자 폐암 검진결과와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급식 현장의 노동환경 등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는 14개 시·도교육청의 학교 급식종사자 2만4065명에 대한 건강검진 결과 139명(0.58%)이 ‘폐암 의심’ 또는 ‘매우 의심’ 판정을 받았고, 실제 31명(0.13%)이 폐암 확진을 받았다고 14일 밝혔다. 대부분의 급식종사자와 비슷한 연령대인 35∼65세 여성의 폐암 발생률이 0.029%라는 점을 고려하면 발병률이 4.5배에 이르는 것이다. 2018∼2022년 폐암 진단으로 산업재해를 신청한 사람(29명)을 더하면 최근 5년간 급식종사자 중 폐암 유병자는 최소 60명이다. 

정부는 2021년 12월부터 학교 급식종사자 중 55세 이상 또는 경력 10년 이상 근무자를 대상으로 폐암 건강검진을 실시 중이다. 이번 발표에는 검진이 완료되지 않은 서울·경기·충북 통계는 빠져 향후 확진자는 더 늘 전망이다. 특히 서울은 지난해 11월 중간집계에서 폐암 의심 비율이 평균보다 높은 곳으로 꼽혔던 곳이다.

폐암 확진자 수는 부산이 6명으로 가장 많았고, 경남 4명, 경북·광주·인천 각 3명 등의 순이었다. 부산은 확진자 발생 비율도 0.34%로 가장 높았고, 광주(0.25%)와 울산(0.17%)이 뒤를 이었다. 확진자 평균 연령은 54.9세, 평균 종사 기간은 14.3년으로 조사됐다. 폐암 의심은 전남 22명, 부산 20명, 경남 18명, 인천·충남 15명 등이었다. 이밖에 추적 검사가 필요한 ‘경계성 결절’은 534명(2.22%), 향후 발병 소지가 있는 ‘양성 결절’은 6239명(25.93%)으로 조사되는 등 학교 급식종사자 중 28.7%(6912명)가 폐에 이상이 있다는 소견을 받았다.

교육부는 고용노동부 등과 함께 급식실 환경 개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국립암연구소에 따르면 급식실에서 대량으로 튀김 등의 요리를 할 때 폐암을 유발하는 ‘조리흄(미세분진)’이 발생해 환기가 잘 안되면 폐암 발병 가능성이 커진다. 교육부는 환기 설비 개선이 필요한 학교 1곳당 1억원씩 지원하기로 하고 올해 보통 교부금에 1799억원을 반영했다. 2027년까지 모든 교육청의 노후 설비를 개선하고, 조리흄을 유발하는 튀김류는 주 2회 이하로 최소화해 폐 질환 위험을 낮춘다는 목표다.

현장에서는 인력 충원이 가장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열악한 급식실 환경 때문에 채용이 어려워 학교에선 대체인력도 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인력 충원 없이는 안전한 급식을 담보할 수 없다”고 밝혔다. 2011년부터 중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다 폐암 진단을 받았다는 A씨는 “‘죽음의 일터’가 아닌, 아이들에게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주는 건강한 급식실이 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은 “폐암 의심 소견을 받은 이들도 지속적인 추적 관찰과 검진을 해야 하고 향후 폐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며 “교육부 대책에는 1인당 식수 인원 개선, 안정적인 예산 확보, 가이드라인 마련 등 근본적인 대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