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동성 동반자,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있다'...동성커플 법적 지위 일부 인정

동성커플인 소성욱 씨와 김용민 씨

사실혼 관계인 동성 동반자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한 첫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동성 부부의 법적 권리와 지위를 일부 인정한 최초 사례라는 평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8일 소성욱 씨가 동성 부부 배우자로서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달라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보험료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국민건강보험법령에서 동성 동반자를 피부양자에서 배제하는 명시적 규정이 없는데도 동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제하는 것은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이라며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자유, 법 앞에 평등할 권리를 침해하는 차별 행위이고 그 침해의 정도도 중하다"고 밝혔다.

소 씨의 동성 배우자인 김용민 씨는 판결 선고 후 BBC 코리아에 "예상을 못 했기 때문에 더 기쁘고 얼떨떨한 마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대법원 판결문에서) 저희를 '동성 동반자'라는 표현으로 불러줬어요. 그래서 '아, 이제 한국에서도 동성 부부가 동반자로서, 함께하는 파트너로서 인정을 받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기뻤어요."

소 씨는 지난 2019년 배우자 김용민 씨와 결혼식을 올렸다. 이들 부부는 '인정이 되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에 혼인신고는 하지 않았지만, 이듬해 2월 소 씨를 건강보험 직장 가입자인 배우자 김 씨의 피부양자로 등록했다.

하지만 건강보험공단에서는 '동성 부부인 줄 몰랐다'며 '피부양자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소 씨의 피부양자 인정을 취소했다.

이에 소 씨는 "실질적 혼인 관계인데도 동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부인하는 것은 피부양자 제도의 목적에 어긋난다"며 2021년 2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공단은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혼 관계 배우자에 대해서도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2022년 1월 1심 재판부는 "현행법상 동성인 두 사람의 관계를 사실혼 관계로 평가하기는 어렵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그러나 이듬해 2심 재판부는 소 씨와 김 씨가 "동성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사실혼과 같은 생활공동체 관계에 있는 사람의 집단"이라며 "사실혼 배우자 집단과 동성 결합 상대방 집단은 이성인지 동성인지만 달리할 뿐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소 씨가 건보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료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1심 판결을 뒤집은 2심의 판단을 유지한 것이다.

소송을 공동대리한 장서연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건강보험 피부양자 제도를 전제로 하는 것이긴 하지만, 한국 최고 법원이 사실혼 관계에 있는 이성 동반자와 동성 동반자가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이라고 본 것"이라며 "또 이들을 차별 취급하는 것은 성적 지향으로 인한 차별에 해당하는데, 그런 차별에 어떠한 합리적 이유도 없다고 봤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제도도 똑같은 논리로 확장될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출발점이 되는 판결"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