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의심스러운 전화, AI가 거른다
낯선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고민하게 된다. 혹시 중요한 소식일까, 아니면 스팸일까. 스마트폰은 언제 어디서든, 나와 세상을 연결하는 고리이지만, 그 고리를 열고 악당이 침입할 가능성은 언제나 있다. 요즘은 보이스피싱도 심각하니, 전화 받기가 두렵기까지 하다. 그때마다 나는 영화에서 보았던 옛 귀족의 저택을 상상한다. 문지기가 현관을 지키며 손님의 이름과 용건을 물어보던 장면이다. 누군가 나 대신, 이 낯선 전화를 건 이의 정체를 물어봐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마침, 그런 서비스가 등장했다. 이달 출시될 아이폰의 새로운 운영체제 iOS26에 장착되는 '통화 스크리닝' 서비스다. 모르는 번호의 전화가 걸려 오면 인공지능(AI)이 조용히 전화를 받는다. 스마트폰의 벨이 울리지도 않고 진동도 없다. AI는 상대에게 누구냐고 묻고, 용건도 질문한다. 상대가 답하면, 그 내용이 곧장 스마트폰 화면에 텍스트로 뜬다. 사용자는 그 전화를 받을지 말지, 아니면 음성 사서함으로 넘길지 선택하게 된다. 그 덕분에 우리는 '불청객의 전화를 받지 않을 자유'를 얻게 됐다. 혹시 중요한 전화를 놓친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에서도 벗어나게 됐다.
그뿐만 아니다. AI는 그 정반대의 자유도 준다. '불편한 전화를 걸지 않을 자유'다. 젠스파크의 통화비서 서비스가 그런 예다. AI가 우리 대신 전화를 걸어준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애인에게 헤어지자는 말, 사장에게 퇴사한다는 말도 대신해준다. 우리는 더 이상 스마트폰을 붙잡고 떨리는 목소리를 내지 않아도 된다.
이처럼 AI는 받기 싫은 전화는 걸러주고, 불편한 전화는 대신해준다. 그 덕분에 전화를 둘러싼 불안과 부담이 줄어든다. 그러나 과연 이게 인간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나의 정체와 용건을 밝히라는 AI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의 기분은 과연 어떨까. AI가 대신 전하는 이별·퇴사 통보를 받은 이의 기분은 어떨까. AI가 인간과 인간의 접점을 차지하면서 인간 대 인간의 직접 접촉은 줄어드는 거 같아 씁쓸하다.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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