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보유국의 품격 버렸나…‘강제 폐관’ 작은도서관

이준희 기자 2024. 10. 16.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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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이튿날인 11일 오전 10시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호수공원 안에 있는 호수공원작은도서관에 이용자가 모여들었다.

도서관 건물을 꽉 채운 이들은 고양시가 작은도서관을 폐관할 수 있다는 소식에 모여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었다.

한편, 고양시는 2㎞ 이내에 시립도서관이 있다는 이유로 호수공원작은도서관 폐관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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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 13년 ‘호수공원작은도서관’ 폐관 방침
“자랑스러운 자발적 독서공동체 이렇게 흩나”
게티이미지뱅크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이튿날인 11일 오전 10시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호수공원 안에 있는 호수공원작은도서관에 이용자가 모여들었다. 도서관 건물을 꽉 채운 이들은 고양시가 작은도서관을 폐관할 수 있다는 소식에 모여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용자들은 이날 한겨레 취재로 ‘시가 도서관 폐관 방침을 세웠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우리가 일군 도서관을 어떻게 시가 대화 한 번 없이 문을 닫을 수 있느냐”고 입을 모았다.

호수공원작은도서관은 2011년 문을 열었다. 도서관의 가장 큰 특징은 위치다. 고양시를 대표하는 장소인 호수공원에 있다보니 고양시 전역은 물론 서울이나 다른 경기도 지역에서 온 이들까지 이곳을 찾는다. 우연히 들렀던 이들이 작은도서관의 매력에 빠지고 동아리 활동까지 하는 식이다. 실제 이곳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동아리만 9개이고, 회원은 68명에 달한다. 이 중에는 10년 넘게 이어져 온 동아리도 여럿이다.

이날 도서관을 찾은 김현주(53)씨는 “우리 도서관은 작은도서관이고 또 공원 안에 있다는 강점이 있다. 다른 도서관에서는 동아리 활동을 하기가 쉽지 않은데 여기는 저희가 10년 동안 만들어온 독서 공동체가 있다”고 했다. 이어 “오히려 전국에 내놓고 자랑해야 할 곳인데 행정 하시는 분들은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고양시의 장점을 스스로 없애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개관 때부터 이곳을 이용했다는 이희수(57)씨는 “시립도서관은 사서들이나 도서관 운영하는 분들이 ‘이런 동아리를 만들자’하고 모집을 하지만, 여기서는 이용자들끼리 자연스럽게 동아리를 만든다. 60, 70대분들이 우연히 놀러 왔다가 ‘누가 시 좀 알려줬으면 좋겠다’, ‘나도 시를 쓰고 싶다’하면 자연스럽게 사서 선생님이나 관장님이 ‘그러면 강의를 들을까요?’ 해서 강의도 마련하고, 우리끼리 ‘함께 시를 써보자’며 동아리를 만들어 그게 10년 넘게 유지되는 곳”이라고 했다.

‘도서관 지킴이’를 자처한 작은도서관 이용자들이 11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호수공원작은도서관 앞에서 책을 한권씩 들어보이고 있다. 이준희 기자
‘도서관 지킴이’를 자처한 작은도서관 이용자들이 11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호수공원작은도서관에서 이곳 도서관의 장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준희 기자

호수공원작은도서관은 퇴직자들이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장소이기도 했다.

박경화(64)씨는 “퇴직하고 이 도서관을 알게 돼 1년 동안 여기서 동아리 활동도 하고 책을 읽었고 제2의 인생을 이렇게 순탄하고 행복하게 시작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폐관된다고 하니 너무 난감하다”고 했다.

소방공무원 출신 김진용(61)씨도 “일반 도서관은 동아리 활동이 너무 빨리 마감되는데 이곳은 시 낭독회 등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한편, 고양시는 2㎞ 이내에 시립도서관이 있다는 이유로 호수공원작은도서관 폐관을 추진 중이다. 시는 같은 이유로 고양시 내 5곳의 작은도서관을 사실상 폐관할 방침이다. 도서관 이용자들은 이에 ‘도서관 지킴이’를 자처하고 반대 운동에 나서기로 했다. 조준래(72)씨는 “두 달 전에 이곳에 온 막내인데 그 뒤로 하루하루가 감동이었다”며 “세계 어느 곳을 가도 찾아볼 수 없는 이런 좋은 도서관을 중복 투자라는 이유로 없앤다는 건 탁상행정의 극치이고 우리가 과연 고양시장을 잘 뽑았는지에 대해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했다.

글·사진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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