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 인식"...혼전임신 숨기느라 7개월까지 44사이즈 입었다는 여배우의 정체는?

최근에는 혼전임신에 대해 흠이라기보다는 양가 부모님이 반기는 '최고의 혼수'로 여기는 분위기가 늘어나고 있는데요. 연예인의 경우에도 혼전임신을 당당히 밝히는 경우가 많으며 소식을 접한 대중들 역시 책임 있는 선택이었다며 응원을 보내지요.

하지만 90년대의 분위기는 지금과 사뭇 달랐습니다. 혼전임신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이 많은 데다 특히 여배우의 결혼과 임신 소식은 연기 활동 중단 선언이나 마찬가지였는데요. 때문에 90년대 주목받던 여배우가 임신 사실을 숨기고 촬영을 이어나가야 했던 상황은 충분히 이해가 되지요.

임신 7개월까지 임신 사실을 숨기느라 44사이즈 의상을 입고 촬영했다는 충격적인 사연의 주인공은 바로 배우 유혜정입니다. 1994년 22살 나이로 미스 강원일보와 미스 유니버시티 진에 당선되면서 연예계 활동을 시작한 유혜정은 당시 보기 드물게 큰 키와 서구형 외모로 주목받기 시작했는데요.

1995년 SBS 특채 탤런트로 선발되자마자 드라마 '사랑은블루', '개성시대'를 통해 떠오르는 스타가 되었지요. 당시 유혜정은 SBS 드라마 이외에도 '도전추리특급', '패션 1번지'등 각종 예능의 MC로도 활약하며 다양한 방송국에 출연했는데요.

신인으로서는 파격적으로 한불화장품과 8천만 원대 고액 광고 계약을 맺어 화제가 될 정도로 인기가 대단했습니다. 이후 시트콤 'LA아리랑'에서 유혜정이 선보인 짧은 단발과 선탠한 피부는 긴 생머리의 청순함을 미의 기준으로 여기던 당시에 획기적이면서도 매력적인 이미지로 떠오르기도 했지요.

드라마 '냉동인간', '부자유친', '질주', '끝의시작' 등 쉬지 않고 작품 활동을 이어간 유혜정은 1998년 영화 '키스할까요'를 통해 청룡영화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연기자로서 입지를 굳혔습니다. 이전까지는 미인대회 출신의 떠오르는 스타였다면 98년 이후 유혜정은 청룡영화상 수상에 빛나는 떠오르는 배우가 된 것이지요.

하지만 청룡영화상 수상 이후 영화계의 러브콜이 밀려들 줄로 예상했던 유혜정은 영화 '자귀모' 이후 활동을 중단했는데요. 이유는 출산 때문이었습니다. 게다가 영화 '자귀모' 촬영 당시에는 임신 사실을 알리지 못해 44사이즈로 제작된 촬영 의상에 몸을 맞추느라 고생하기도 했는데요.

작품 속에서 타이트한 흰색 원피스를 입고 처녀귀신으로 등장한 유혜정의 모습은 임산부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마른 상태입니다. 이후에도 임신 7개월까지 촬영과 활동을 이어갔다고 하니 밥을 거의 못 먹었다는 유혜정의 회고는 과장이 아닌듯하네요.

혼전임신으로 결혼이 급했던 유혜정은 그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유혜정의 결혼 상대였던 야구선수 서용빈이 병역 비리 문제로 재판 중에 있었기 때문인데요. 1999년 11월 두 사람은 서울힐튼호텔에 결혼식장을 잡아놓고도 재판이 8차례나 미뤄지는 바람에 청첩장을 돌리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결국 유혜정은 웨딩드레스를 입지 못했지요.

유혜정이 출산한 후에도 서용빈의 재판이 길어지면서 두 사람은 신혼여행도 가지 못했는데요. 유혜정은 출산 직후 바로 복귀하면서 연기 활동을 이어갔지만 결혼 전 받았던 스포트라이트와는 달랐습니다. '미시 여배우'라는 별칭은 유부녀라는 꼬리표와도 같았고 청룡영화상을 수상한 배우의 이력이 무색하게 작품의 중심 배역을 맡지 못했지요.

그리고 오랜 재판으로 선수로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 서용빈이 공익근무를 하게 되면서 유혜정은 집안의 실직적인 가장이 되기도 했는데요. 현실적인 어려움이 컸지만 대중들은 남편 서용빈의 구속과 재판부터 군 복무까지를 모두 해낸 유혜정에게 응원과 위로를 보냈고 유혜정은 서용빈이 선수로 은퇴하는 순간까지 옆자리를 지켰습니다.

하지만 2006년 9월 은퇴식을 함께하고 11월 아침방송에 나와 은퇴 이후 계획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유혜정과 서용빈 부부가 2007년 1월 이혼했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분위기는 반전되었습니다. 이미 2006년 12월 이혼서류를 마무리했다는 두 사람은 이혼 합의 내용에 포함된 대로 이혼 사유에 대하서는 일절 함구했는데요. 때문인지 두 사람의 이혼을 두고 많은 추측이 제기되었고 그중 "서용빈이 은퇴하면서 돈벌이가 없어지자 이혼한 것이 아니냐"라며 유혜정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지요.

다만 대중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스포츠 스타와 여배우 부부이니만큼 방송을 통해 공개적으로 말할 수 없었을 뿐 두 사람 간 갈등의 조짐은 급작스러운 것이 아니었는데요. 앞서 신혼생활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할 당시에도 유혜정은 공익근무 중인 남편과 매일 함께 생활하는 것에 대해 "(원정경기 때문에) 떨어져 살다가 매일 같이 있으니까 서로의 단점과 성격이 너무 많이 보인다. 그래서 부부싸움이 늘었다"라며 "한 번 부부싸움을 하면 둘 다 직설적으로 맞붙는다. 서로 큰 소리로 싸우다가 집기를 들어 던지기도 한다"라고 전한 바 있습니다.

특히 이혼 직전에 함께 출연한 아침방송 당시에는 방송 관계자가 "촬영 당시에도 두 사람이 불화가 심각했다. 야외촬영 때도 여러 번 다퉈 촬영에 애로를 겪기도 했다"라고 털어놓을 정도로 갈등의 골이 깊은 상황이었는데요. 실제로 방송 중 다시 태어나도 서용빈과 결혼하겠느냐는 MC의 질문에 유혜정은 단호히 "아니오"라고 답하기도 했지요.

연애 당시 남자친구였던 서용빈의 옥바라지부터 시작해 혼전임신과 식도 올리지 못한 채 시작한 신혼생활 그리고 남편의 뒤늦은 군 복무와 불화까지, 유혜정에게는 쉽지 않았던 결혼생활이었지만 이혼 후 혼자 딸아이를 키우는 삶은 더욱 녹록지 않았습니다. 이혼 후 집안의 실직적인 가장이 된 유혜정은 미인대회 출신, 청룡상수상 여배우라는 타이틀을 모두 버리고 딸을 키우는 데만 집중했지요.

2010년까지 배역의 크기에 상관없이 연기 활동을 이어가던 유혜정은 보다 안정적인 수입원을 만들기 위해 과거 디자인학과를 졸업한 이력을 살려 직접 디자인한 옷을 판매하는 옷 가게를 열었는데요. 업계에서는 "연예인으로 얼굴만 비추는 거겠지", "잠깐 하다 말겠지"라는 편견의 시선도 있었지만 유혜정은 꾸준히 그리고 성실하게 일을 해냈고 덕분에 딸 서규원은 멋진 성인으로 성장했습니다.

최근 예능을 통해 엄마의 재혼을 적극 응원한다고 전한 서규원은 "예전 엄마의 화려하고 예뻤던 모습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라고 전했는데요. 더불어 "초등학교 입학식 날 오므라이스를 먹고 있다가 친구에게 부모님 이혼 사실을 들었다. 이후로 오므라이스를 먹지 못한다"라면서도 "엄마와 사는 게 너무 좋았다. 돌아가면 바꾸고 싶은 순간이 없을 만큼 아쉬운 게 없었다"라고 말해 자신을 위해 많은 부분을 희생하고 노력한 엄마에게 고마움을 전했지요.

이혼하지 않고도 자녀와의 갈등으로 힘들어하는 부모들이 많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엄마이자 아빠이면서 친구가 되어준 유혜정의 모습은 부모로서 매우 성공적인 셈인데요. 주목받던 여배우에서 집안의 가장으로 변신해 살아온 세월이 쉽지만은 않았겠지만 그런 엄마의 인생을 깊게 이해해 주는 딸이 있으니 후회 없는 삶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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