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기아 2024 K9 3.8 4WD "이 덩치에 이렇게 운전이 편했어?"

기아 '더 2024 K9'이 지난 4월 비교적 조용히 출시됐다. 2세대 K9은 2021년 페이스리프트 이후 연식변경을 거듭하면서 조금씩 얼굴을 바꿔왔다.

2024년식은 그릴의 크롬 포인트가 수평적으로 바뀌면서 약간의 세련미와 안정감을 더했다. 휠은 블랙 컬러를 추가하면서 젊고 단단한 분위기를 낸다. 19인치인데도 그 이상의 사이즈로 느껴질 만큼 꽉 차 보이는 인상을 준다.

그렇다. K9은 언제나 묵묵히 제 역할을 다 해왔다. 기아의 최고 맏형 역할을 하면서도 어깨에 힘 한번 준 적이 없고 자신을 알아봐 달라고 떼 쓴 적도 없다. 기아의 모든 기술이 총집결 된 플래그십 세단이면서도 화려한 '스포트 라이트'를 요구하지도 않는다.

실제 K9을 타보면 그저 갖고 있는 모든 능력치를 다해 탑승객의 만족을 이끌어 낸다. 이번 시승에서 눈에 띄게 칭찬하고 싶었던 부분은 바로 지능형 주행 성능이다.

시승 모델은 6기통 3.8리터 가솔린 엔진(플래티넘 트림)과 4륜구동 시스템을 탑재했다. 최고출력 310마력과 40.5kg.m 토크는 여전히 뭉실뭉실하면서도 훌륭한 주행성능을 선사한다. 액셀러레이터를 무심하게 슬쩍 밟는 것만으로도 바로 바로 반응하며 부드러운 가속을 시작한다. 속도를 중고속으로 올리면서 도심을 주행하면 예전엔 그다지 느끼지 못했던 '편안한 스스로 달리기' 능력을 발휘한다.

앞 차선이 뻥 뚫려 있으면 악셀패달에서 발을 뗐는데도 쓰윽 가속을 멈추지 않는다. 자연스러운 타력주행은 마치 스마트 크루즈컨트롤을 걸어 놓은 것처럼 착각할 수도 있다. 레이더나 카메라를 통해 주변에 거스를 것 없는 상황이면 달리고 있던 속도를 그대로 유지한 채 매끄러운 파워를 뿜는다. 운전자가 기석페달을 밟을 것으로 예측하기 때문이다. 아주 기특하다.

제동이 필요할 때도 마찬가지다. 차선 전방에 차량과 가까워져 브레이크를 슬쩍 밟아야 할 땐 자동으로 속도를 살짝 줄여준다. 고속화 도로에 접어들어선 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인 '고속도로주행보조(HDA)'가 추가적인 도움을 준다. 해당 도로 규정속도에 맞게 슬쩍 슬쩍 눈치를 보다가 과속 카메라가 감지되면 스스로 속도를 맞춘다.

물론 이 기능은 다른 현대차그룹의 상위 버전 모델들에도 추가되고 있는 첨단장치다. 하지만 K9처럼 가장 큰 플래그십 세단에는 이 기능이 상당한 도움을 준다. 2톤에 육박하는 중량에 5m를 훌쩍 넘는 기함이기 때문에 가속감과 제동에 있어서 스스로 제어를 하는 능력은 다른 모델들 보다 운전에 훨씬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예측 주행 시스템에 전자제어 서스펜션도 큰 도움이 되는 건 마찬가지다. 중형급 세단이나 SUV 보다 대형급 차량에 더 필요한 전자제어 서스펜션은 실제로도 높다란 과속방지턱을 유연히 넘어주는데 확실한 도움을 준다. 특히 앞바퀴가 방지턱을 넘어가는 순간에 서스펜션을 살짝 무르게 풀어주고, 뒷바퀴가 방지턱을 지나고 난뒤 떨어지는 순간에 바운스를 잡아주며 깔끔한 마무리를 선사한다.

이 역시 무겁고 큰 세단이기 때문에 이같은 기능을 제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사실 전자제어 서스펜션의 성능을 크게 느껴보지 못하는 운전자들이 많다. 그래서 무겁고 큰 세단이나 SUV가 아니면 전자제어 서스펜션을 유료 옵션으로 선택하는 이들도 많아 보인다. 물론 에어 서스펜션이 적용되면 훨씬 좋겠지만 그러면 K9과 같은 착한 가격(6180만원)으로 만나보긴 힘들어 진다. 

여기다 2024 연식변경 모델은 동승석에도 에르고 모션 시트 적용으로 품격을 살렸다. 쇼퍼드리븐을 위한 2열 탑승객은 적당한 리클라이닝으로 만족감을 유지하고, 1열 동승석까지 추가적 편의를 제공했으니 이제 모든 좌석은 VIP가 된 셈이다.

/지피코리아 김기홍 기자 gpkorea@gpkorea.com, 사진=지피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