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보다 무서운 건 ‘종이컵’이었다…매일 마시며 삼킨 진실
날씨가 급격히 추워지면서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그러나 손에 쥔 일회용 종이컵이 단순한 ‘종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겉보기에는 하얗고 깨끗하지만, 뜨거운 물을 붓는 순간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플라스틱과 화학물질이 음료 속으로 스며들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 역시 종이컵 등 일상 플라스틱 제품이 뜨거운 물에 노출될 때 ‘수조(兆) 단위’의 나노입자를 방출한다고 밝히며, “온도와 접촉 시간이 길수록 입자 방출량이 급격히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나노포어 센싱(nanopore sensing) 기술을 활용해 이 미세입자를 실시간으로 분석했으며, 그 결과 이러한 초미세 입자가 면역세포의 염증 반응을 유발한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연구진은 입자의 크기가 작을수록 체내 흡수가 용이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미세플라스틱이 인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경계심을 늦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보고서를 통해 “음식이나 음료를 통해 미세입자가 체내로 들어올 경우 염증 반응이나 세포 손상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며, “현재로서는 장기적인 영향을 평가하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국내외 일부 연구에서는 미세플라스틱이 장내 미생물 균형을 무너뜨리고 간이나 신장 등 조직에 염증 반응을 유발할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미국 미시간대 공중보건대학이 45~56세 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서는 혈중 PFOS와 PFOA 농도가 높은 그룹의 고혈압 발병 위험이 각각 42%, 4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연구는 혈중 PFAS 농도와 질환의 연관성을 보인 것으로, 종이컵 사용 자체가 원인이라는 직접 근거는 없다. 전문가들은 PFAS가 식기 코팅제·포장재 등 다양한 경로로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것이 현실적인 예방책이라고 조언한다.
문제는 결국 ‘습관’이다. 뜨거운 음료를 담은 채 오랜 시간 방치하거나 한 번 사용한 컵을 재사용하는 행동은 코팅층 손상을 가속시켜 더 많은 미세입자가 배출될 수 있다. 실제 여러 연구에서 뜨거운 물을 담은 뒤 시간이 지날수록 미세플라스틱 방출량이 꾸준히 증가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반대로 다회용 컵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다회용 텀블러에서 검출된 미세플라스틱 양은 일회용 종이컵보다 최대 4.5배 적었다. 환경부의 ‘탄소중립 포인트제’에 참여하면 텀블러 사용 1회당 최대 300원의 포인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김지연 기자 delay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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