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진을 보라. 제주도 주요 지점을 모두 연결한 지하철 노선도인데 정말 이렇게  되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자세하다. 사실은 제주 주민이 만든 가상의 지하철 노선도인데, 서울이나 부산처럼 노선이 몇 개씩 깔려있는 걸 보면 오죽하면 이랬을까 싶기도 하다.

제주 여행갈 때마다 비싼 렌터카 비용에 학을 뗀 경험도 많았는데 제주엔 지하철이 다니기 어려운 걸까. 유튜브 댓글로 “제주도에는 왜 지하철이 없는 건지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제주도에 매년 10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몰려들고 인구도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지하철을 만들 생각은 없는지 제주도청에 물어봤다.

제주도청 관계자
“결국은 수요가 부족하다는 말씀을 드려야 될 것 같아요. 지하철 ㎞당 건설비가 워낙 큰 것에 비해 예측되는 수익과 이용객 통행시간 절감 등 편익이 낮은 거죠. 서울시도 지하철 적자가 어마어마하지 않습니까.”

역시 문제는 돈이다. 13년 전 제주도의 새로운 교통수단을 검토한 국가철도공단 자료에도 지하철은 복잡한 공법으로 공사비용이 높고 공사 중 민원이 많이 발생한다고 나와 있다. 당시 예측한 ㎞당 건설비는 무려 1000억원. 

자칫 잘못 만들었다가는 텅텅 빈 채 세금 먹는 하마가 된 수도권의 경전철처럼 애물단지가 될 수 있는 거다. 제주도 외곽의 관광지를 주로 찾는 여행객과 제주 도심과 섬 내부를 주로 다니는 현지 주민의 교통 수요가 다르다는 것도 노선을 정하는 데 어려움을 주고 있다. 제주도가 화산섬이긴 하지만 기술적으로는 지하철도를 뚫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지는 않을 거라고 한다.

제주도청 관계자
“요즘 철도 기술이 얼마나 좋은데 (지하철 공사가) 어려울까 의문은 들고요. 땅(지질) 때문이라기보단 비용편익 문제가 더 큰 상황….”

제주의 한 정책연구기관 전문가도 지질의 문제보다 새로운 교통 수단을 만들 의지나 계기가 없던 게 더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취재하다 처음 알게 된 건데 한때 제주도에도 철도가 있었던 적이 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 제주도의 한 포구를 찍은 이 사진을 보면 아래에 삐뚤빼뚤하게 기찻길이 깔려있는데1929년부터 2년간 지상에서 운영됐던 순환궤도의 흔적이다. 그런데 당시 워낙 조잡하게 만들어놔서 사고가 많이 나는 바람에 금방 중단됐다고 한다.

지하철 없는 제주도의 대중교통 현실은 암울하다. 수송 분담률이 10%대로 전국에서 최하위권.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주도는 자연스레 자동차 천국이 됐다. 제주도를 달리는 자동차 대수는 40만5000대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자동차를 2대 이상 보유한 가구의 비율도 33.4%로 전국 최고 수준.

무엇보다 관광객들이 찾는 렌터카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면서 혼란을 유발하고 있다. 제주 내 렌터카 업체는 114개, 자동차는 2만9800대로 10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었다. 제주도에서 렌터카 총량제를 실시해 조금씩 줄여나가고 있지만, 워낙 여행 수요가 많아 주차난과 교통혼잡이 계속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중이다. 

제주도가 해결책으로 꺼내든 카드는 노면전차인 ‘트램’. 2031년까지 제주 신도심부터 제주공항, 제주항까지 약 18㎞ 구간에 트램을 건설하겠다는 구상이다. 땅을 파지 않는 만큼 지하철보다 건설이 쉽고 탄소를 덜 배출해 친환경적이라는 강점이 있는데 이게 계획대로 잘 풀려도 일단 완료시점이 2031년이라 10년은 기다려봐야 한다.

근데 실현 가능성도 아직 미지수다. 이미 제주에서 2010년과 2016년에도 트램을 추진했다가 비용 문제로 엎어진 적이 있다. 현재 예상 사업비도 3600억원이 넘는데… 제주도는 최근 트램의 특성과 효과성을 분석하는 연구 용역을 막 시작했다고 한다. 

제주도에 새로운 대중교통수단이 필요하다는 게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지만 나올 때마다 비용 부담이나 정책 우선순위에 밀려 번번이 좌절되곤 했다. 그러는 동안 기존 도로는 승용차로 꽉꽉 들어차고, 여행객들은 가뜩이나 물가 비싼 제주도에 렌터카 비용 부담까지 겹치자 아예 여행을 포기하곤 한다. 제주도의 고질적인 대중교통 문제를 해결할 해법은 정말 없는걸까.

 당신도 취재를 의뢰하고 싶다면 댓글로 의뢰하시라. 지금은 “시각장애인은 화장을 어떻게 하는지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 중이다. 구독하고 알림 설정하면 조만간 취재 결과가 올라올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