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할인 해도 안 사요"... 오피스텔 급매ㆍ마피 '속출'

- 서울에도 15~40% 할인분양
- 화려했던 오피스텔의 몰락

오피스텔 시장에 한파가 불고 있습니다. 세제혜택도, 규제완화도 이미 떠난 시장의 관심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입니다. 미분양 적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할인분양까지 대거 등장했습니다. 서울 한복판, 역세권도 예외가 아닙니다.

오피스텔 “본인 부담금 0원” 그래도 안 산다

요즘 서울 오피스텔 분양 시장에는 1억 원 할인분양이 드물지 않습니다.

용산 남영역 인근에 위치한 A오피스텔은 15% 할인분양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소형 오피스텔 분양가를 8억 원대에 책정한 점을 고려하면, 할인 폭이 이미 1억 2천만 원에 달합니다. 여기에 계약금 2천만 원 정액제에 선착순 입주지원금도 있죠.

GTX 역세권에서도 할인분양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상봉역 인근에 공급된 B 오피스텔은 최대 25% 할인분양을 하고 있습니다. 3룸을 6억 원대에 분양했는데, 할인 폭으로 치면 최소 1억 5천만 원에 달합니다.

심지어 ‘본인부담금 0원’ 분양도 있습니다. 도봉구 창동의 C오피스텔은 최대 40% 할인분양을 진행했는데요. 은행에서 60% 대출을 받으면 당장 한 푼도 안 쓰고 분양받을 수 있다는 식이었습니다.

분양단지들의 이렇게 절절한 구애에도 시장의 반응은 차갑습니다. A오피스텔은 2022년 분양을 시작했고, 결국 지난해 11월에 입주까지 마쳤습니다. 그래도 1년 넘도록 미분양을 다 털지 못하고 있죠. B, C 오피스텔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시장의 관심이 사라지니 공급도 확 쪼그라들었습니다. 부동산R114 자료에 따르면 2020년만 해도 1만 5천여 실씩 나왔던 오피스텔 공급물량은 2022년에 3천 실 규모로 줄더니, 올해 예정물량을 합쳐도 3년간 1만 실도 안 되는 수준입니다.

거래도 없고, 계속 떨어지기만… 경매도 찬밥

매매시장에도 적막이 감돌고 있죠.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오피스텔 거래량은 2022년 8월에 처음 1천 건대로 감소한 이후, 2년 넘게 1천 건 초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중순 아파트 시장 열기도 다른 세상 얘기였죠.

변동성도 증발했습니다. 서울 오피스텔 매매가격지수는 2년 동안 꾸준한 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4월 이후 올해 10월까지 1년 반 동안 1.1% 하락했는데요. 같은 기간 6.2% 상승한 아파트와는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거래도, 변동성도 없으니 경매에서도 찬밥 신세입니다. 법원경매정보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는 2,208건의 오피스텔 경매가 진행됐고, 이 가운데 472건만 매각에 성공해 매각율이 21.4%에 그쳤습니다.

반면 아파트는 매각율이 38.4%로 근 2배에 달했고, 매각가율도 89.8%를 기록했습니다. 오피스텔 매각가율은 79.3%로 80%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5채 중에 1채 꼴로 간신히 매각됐고, 그것도 감정가보다 20%는 적게 받은 겁니다.

‘아파트 대체재의 몰락’ 아파트도 내리는데 굳이…

시장에서는 이런 오피스텔 침체를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보고 있습니다. 오피스텔은 아파트의 대체재라서 그렇습니다. 가격이나 규제 면에서 아파트 접근성이 높아지면 당연히 아파트를 사지, 오피스텔을 찾지는 않게 됩니다.

정책도 오피스텔에 불리했습니다. 1월에 출시되어 주저앉으려는 주택시장을 일으켜 세운 신생아 특례대출은 디딤돌 대출의 일환이라 오피스텔에는 해당 사항이 없죠. 실수요가 아파트 시장으로 쏠리면서 오피스텔에 대한 관심도 사라졌습니다.

9월에는 스트레스DSR 2단계까지 시행됐습니다. 스트레스DSR 2단계는 은행 및 제2금융권 주담대 전체에 적용되므로 오피스텔도 대상에 포함됩니다. 대출이 더 많이 나오는 것도 아니니 굳이 아파트가 아닌 오피스텔을 선택할 이유도 없죠.

오피스텔은 아파트의 완전한 대체재라기보다, 투자 열기가 뜨거울 때 이미 너무 비싸진 아파트 대신에 손이 가는 상품이었습니다. 비트코인과 알트코인의 관계에 가깝죠. 아파트 매물량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쌓이고, 거래량이 바닥을 친 시점에 극적인 부활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처지입니다.

월세 오르는 서울 소형, 접근에는 신중해야

오피스텔 전망이 전반적으로 불투명한 상황입니다만, 유독 ‘서울 소형’에 대한 관심만은 소폭 늘고 있습니다. 정부가 주택공급 일환으로 비아파트 지원을 강화하기로 하기도 했고, 임차 수요도 상당한 상황이라 그렇습니다.

특히 월세가 치솟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오피스텔 월세가격지수는 올해에만 1.48%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임대수익이 개선되면 투자수익률도 높아지니 투자수요도 생깁니다. 이 와중에 금리인하도 단행됐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울에서는 약간의 상승도 관측됩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서 서울 아파트는 8월부터 미미하나마 상승 전환을 했습니다.

물론 여러 호재에 비해 상승폭은 미미한 수준입니다. 오피스텔 시장에 관심이 있더라도 신중한 판단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