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 병력 부족, 불침번 근무 현장부터 변화 시작
한국군은 최근 몇 년 사이 저출산·인구절벽 여파로 병사 인원이 급감하면서, 기본 생활관 경계근무인 불침번제 유지조차 어려워진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육군뿐 아니라 공군, 포병 등 비교적 인원 여유가 없던 부대에서는 불침번 근무자 배치가 심각하게 줄고, 그 일부는 아예 폐지하거나 당직병에 업무를 통합하는 조치가 잇따르고 있다. 실제 일부 소대, 대대급 단위에서는 한 주에 5~6회 고강도 불침번 순환 근무가 병사들에게 과부하로 작용하기도 하며, 이마저도 점차 축소 추세다.

생활관·탄약고·위병소 등 불침번이 반드시 필요한 현장
불침번 근무는 생활관뿐 아니라 위병소·탄약고·유류고·특수 중요 장소를 감시하고, 군 내 화재·도난 사고·외부 침입 및 탈영자 발생·환자 관리·위생 점검 등 다양한 안전 임무를 담당한다. 병력이 부족하면 당직병이 불침번 업무까지 떠안게 되지만, 인원구조 상 취침시간이 축소되고 경계 업무 피로도가 전반적으로 심화된다. 특히 탄약고·위병소 등 무장 경계 장비가 필요한 곳은 병사 1인 당 업무 강도가 극단적으로 높아져서, 실제로 잠도 못 자고 밤 근무를 반복하는 것이 현실이다.

“병사만 불침번 선다”…간부·군무원 업무는 증대
불침번은 전통적으로 병사만 근무하는 직책이다. 장교·부사관 등 간부들은 별도의 당직근무를 담당하며, 불침번 인원 부족시 당직 근무에 생활관 유지, 상황보고 등의 추가 업무가 덧붙여진다. 중대장·당직사관이 직접 생활관을 순찰하거나, 야간상황병이 불침번 임무를 부분 대행하는 일이 점차 늘고 있다. 이 때문에 간부 업무부담도 늘고 있으며, 병력부족이 간접적으로 전체 부대 운영 효율성까지 저하시키는 부작용이 퍼지는 중이다.

병력 절감, 불침번 폐지…공군·포병 부대에서 더욱 심각
공군, 해군, 포병 등 비교적 모병 구조에 가까운 부대들에서는 입대자 수 급감과 맞물려 불침번 폐지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공군의 경우, 일찍이 불침번 자체를 없애고, 사고 발생 시 당직 병사가 보고만 담당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했다. 현장에서는 야간순찰조차 미흡하거나, 인원부족으로 ‘아무도 불침번을 서지 않는’ 사례까지 나타난다. 포병·지원부대도 같은 양상이며, 전역병이 대량으로 발생하는 12~2월에는 당직병이 하루 종일 일하면서 체력 고갈이 심화한다.

불침번 축소가 안보·안전사고에 미치는 심각한 영향
불침번 근무자의 부재는 생활관 내 안전사고(화재·자살 등), 탄약고·기지 경계 취약, 환자 관리 미비, 도난·외부 침입 사고 증가 등 직접적인 위험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야간에 아무도 감시하지 않는 생활관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해도 다음날 아침까지 조치가 없는 형태가 나타나, 군 기강·부대질서까지 흔들릴 수 있다. 탄약고와 위병소 등 주요 목표물의 경계근무까지 인원부족으로 축소되면 안보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된다.

불침번 대신 당직병 다중 역할…근무 피로와 사고 위험 증가
불침번이 폐지된 부대들의 대안은 ‘당직병 다중 업무’다. 당직병은 본래 상황보고, 서류정리, 취침·기상관리만 담당해야 하지만, 불침번 업무까지 떠안으면서 야간근무가 늘고 휴식시간이 급격히 짧아진다. 일부 지역에서는 밤새 한명이 상황관리와 경계까지 모두 맡을 수밖에 없어, 피로 누적으로 사고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군 내부에서는 ICT·자동 센서 도입, 경계근무 자동화 시스템 등으로 대체를 시도하지만, 인력경계가 전통적 병력 대비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아직 장담하기 어렵다.

급격한 병력 감소가 군대 운영 전반에 미치는 파장
불침번 폐지, 당직병 강화 등은 인구절벽이 가져온 군 병력 운용 위기의 단면이다. 현장에서는 병사 근무 강도가 극단적으로 높아져 복무기간 내내 피로·불만이 쌓이고, 간부·부사관까지 업무가 중복되어 전체 효율성이 점점 추락한다. 실제로 군 내부 규정은 각 부대장 재량으로 일부 폐지·축소가 가능하나, 안전·안보 대비 측면에서 꾸준히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향후 AI 기반 감시·ICT 근무 시스템이 전면 도입되더라도 완전한 대체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