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전영 오픈서 또 울라? 안세영 불참에 신난 경쟁자들

배드민턴 코트 위의 ‘절대 강자’ 안세영이 자리를 비우자, 그동안 그녀의 그늘에 가려 숨죽였던 경쟁자들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특히 안세영에게 무려 10연패를 당하며 ‘안세영 포비아’에 시달렸던 세계 2위 왕즈이(중국)에게 이번 독일 오픈은 단순한 대회를 넘어선 자존심 회복의 무대다.

26일(한국시간) 독일에서 열린 BWF 월드투어 독일 오픈(슈퍼 300) 여자단식 16강전에서 왕즈이는 세계 50위 아말리에 슐츠(덴마크)를 단 29분 만에 2-0으로 완파했다. 안세영이 전영 오픈(슈퍼 1000)을 대비해 휴식을 취하며 이번 대회에 불참하자, ‘호랑이 없는 굴’의 주인이 되기 위한 무력시위를 시작한 셈이다.

‘눈물의 10연패’ 왕즈이, 빈집털이로 자존심 세우나

왕즈이에게 안세영은 거대한 벽이자 트라우마 그 자체다. 최근 1년 2개월 동안 안세영을 만난 10경기에서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월드투어 파이널 결승 패배 후 믹스트존에서 눈물을 펑펑 쏟았던 장면은 그녀가 느낀 절망감의 크기를 짐작게 한다.

하지만 안세영이 빠진 이번 대회에서 왕즈이는 1번 시드를 받으며 압도적인 우승 후보로 거듭났다. 16강전에서 보여준 빠른 스피드와 정교한 코너 공략은 안세영 앞에서의 무기력함은 온데간데없는 모습이었다. 그녀에게 이번 우승은 일주일 뒤 버밍엄에서 열릴 전영 오픈을 앞두고 무너진 멘탈을 재건할 유일한 기회다.

중국·일본의 ‘안세영 대항마’들, 8강 나란히 합창

왕즈이뿐만이 아니다. 중국의 또 다른 강호 한웨(세계 5위)와 일본의 신성 미야자키 도모카(세계 9위)도 나란히 8강에 안착했다. 안세영이 지난해 단일 시즌 11회 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는 동안 들러리에 그쳐야 했던 이들에게, 이번 독일 오픈은 ‘우승 맛’을 볼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특히 ‘배드민턴 요정’으로 불리는 미야자키는 올해 처음으로 국제대회 8강 무대를 밟으며 기세를 올렸다. 이들은 안세영이 없는 틈을 타 유럽 현지 적응과 실전 감각을 극대화해, 다가올 전영 오픈에서 안세영의 2연패를 저지하겠다는 계산을 마쳤다.

여제의 여유, 전영 오픈 2연패 향한 ‘전략적 쉼표’

경쟁자들이 독일에서 땀을 흘릴 때, 안세영은 한국에서 조용히 칼을 갈고 있다. 지난해에는 리허설 대회인 프랑스 오픈을 우승하고 전영 오픈까지 휩쓸었지만, 올해는 실전보다 ‘완벽한 회복’을 선택했다. 이미 이달 초 아시아단체선수권에서 한국의 첫 우승을 이끌며 몸풀기를 끝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127년 전통의 전영 오픈은 배드민턴 선수들에게 올림픽만큼이나 권위 있는 무대다. 안세영은 이곳에서 세 번째 우승과 2연패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린다. 독일에서 우승컵을 노리는 왕즈이와 한웨가 전영 오픈 4강과 결승에서 다시 안세영을 마주했을 때, 과연 이번 ‘빈집 우승’이 자신감이 될지 아니면 다시 한번 여제의 위엄 앞에 무릎을 꿇게 될지가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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