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의 아쉬움을 싹 날려버렸다, 르노 그랑 콜레오스 2.0 가솔린 터보

르노코리아자동차는 최근이 브랜드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리라 생각된다. 사명을 르노삼성자동차에서 르노코리아자동차로 바꾸며 오랜 시간 함께해온 삼성과 아름다운 이별을 고했고, 중국의 최대 자동차 회사인 지리와 손을 잡으며 상호 협력을 통해 제품 생산에 나섰다. 이런 변화들 덕분에 그동안 봐오던 SM 시리즈나 QM 시리즈 등의 모습에서 완전히 달라진 신제품 그랑 콜레오스가 출시됐다. 그동안 한국 시장에 선보여온 주력 모델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이 모델이 대대적인 변화의 시작점인 것이다.

지난해 출시에 맞춰 멀리 부산에서 제품을 시승해봤는데, 당시에는 하이브리드 모델만 시승이 이루어져 함께 출시된 가솔린 모델은 경험해보지 못했다. 이번에 가솔린 모델의 시승차가 마련되어 하이브리드와는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기존 QM6와도 비교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르노의 중형 SUV는 국내에선 QM6라는 이름으로 판매중이지만, 다른 국가에선 글로벌 정책에 맞춰 콜레오스라는 이름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번 신제품의 경우 후면에 ‘그랑(Grand)’이라는 이름이 없음에도 그랑 콜레오스를 사용하는 건 국가별 라인업 구성에 따라 이름을 다르게 가져가는 것으로, 우리나라의 경우 콜레오스에 해당하는 QM6를 판매중이고 당분간 더 이어 나갈 예정이라 신제품을 구분하기 위해 그랑 콜레오스라는 이름으로 결정했지만, 기존에 QM6를 콜레오스로 판매하는 국가에서는 기존 모델을 단종하고 신제품으로 출시하는 경우엔 이름을 그대로 이어 나가는 것이다.

오로라 프로젝트의 첫 번째 결과물인 그랑 콜레오스는 지리의 CMA 플랫폼을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일부에서는 지리 싱유에 L을 배지 갈이만 해서 출시한 게 아니냐고 생각하지만, 외관은 물론이고 인테리어, 인포테인먼트 등 플랫폼 외에는 전부 르노코리아에서 개발한 모델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그래도 중국산’이라고 생각한다면 현재 지리 산하에 브랜드인 볼보와 폴스타가 있고, 이 두 브랜드를 통해 쌓은 기술력과 노하우가 이번 그랑 콜레오스에도 녹아들었다고 본다면 마냥 깔볼 수만은 없을 것이다.

외관에서는 그동안 르노코리아가 선보인 제품들의 디자인과는 크게 달라졌음이 느껴진다. 다른 국산 브랜드들이 직선과 각을 살린 디자인을 보이고 있음에도 르노코리아는 한결같이 곡선 위주의 디자인을 이어왔는데, 이번 그랑 콜레오스에서는 같은 르노코리아의 디자인이 맞나 싶을 만큼 직선과 각을 사용한 외관을 보여준다. 이 디자인은 전 세계 르노 소속 디자이너들이 경쟁을 펼쳐 우리나라 디자이너의 결과물이 선정된 것이라고. 완전히 달라진 듯 하지만 QM6의 흔적이 약간 남아있는데, 헤드라이트와 이어지는 역사다리꼴 형태의 그릴 디자인에서 찾을 수 있다. 마름모꼴로 구성된 그릴 테두리와 하단 흡기구 주변은 하이브리드와 마찬가지로 파란색 장식을 삽입했는데, 구분을 위해 가솔린 모델에서는 다른 색을 쓰는 것도 좋았겠다는 생각이다.

측면에서는 벨트라인에 캐릭터 라인을 강하게 넣었고, 화려한 디자인의 휠을 적용해 이전의 부드러움보다는 날카로움과 강인함이 느껴진다. 후면에서는 최근의 디자인 유행에 발맞춰 좌우 테일램프를 연결하는 라이트바를 더해 차체가 넓어보이게 디자인했고, 전면과 마찬가지로 범퍼 양 끝단의 통기구에 파란색 장식을 더했다.

조수석에서만 스크린이 제대로 보이는 편광필름 코팅이 적용됐다

실내는 역시 나란히 배치된 3개의 스크린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 프리미엄 브랜드나 스포츠카 브랜드에서 볼 수 있던 조수석 스크린은 센터 스크린 못지않게 큼직한 사이즈가 적용돼 이동 중 엔터테인먼트를 즐기기 충분하다. 여기에 서로 간에 콘텐츠를 주고받을 수 있게 한 기능은 단순히 엔터테인먼트 외에도 내비게이션 화면 등을 운전석과 센터 스크린 간에 주고받을 수 있어 개인의 취향에 맞춰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 사진에서도 보듯이 조수석 스크린은 조수석에 앉은 사람만 볼 수 있도록 편광필름으로 코팅이 됐기 때문에 운전자의 주의를 흐트러뜨리지 않고, 사운드의 경우엔 개별적으로 블루투스 헤드셋을 연결해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등 안전에 적잖이 신경 쓴 모습이다.

공조장치는 온도나 풍량, 송풍 방향 등 주요 기능들을 물리 버튼으로 배치해 놓았고, 그 외의 설정은 터치스크린을 통해 조작해야 한다. 예를 들어 열선 핸들 기능의 경우 스크린으로 조작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번거롭다면 ‘아리야’로 음성 명령 기능을 사용해 조절할 수 있어 주행 중에도 안전하게 기능 변경이 가능한 점이 좋았다. 

시승차는 최상위 트림인 에스프리 알핀 4WD 모델로, 시트 등이 기대 이상으로 화려하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콘솔박스 상단에 파란색과 흰색, 빨간색 각 1줄씩 바느질을 넣어 이 제품이 프랑스 제품임을 은근하게 느끼도록 한 점인데, 너무 과하지 않으면서도 정체성을 보여주는 아이디어가 좋다. 시트에도 알핀의 로고를 넣고 스포티함을 강조하는 파란색 바느질과 파란색을 더한 안전벨트도 잘 어울린다.

뒷좌석은 리클라이닝 기능으로 편안함을 높였으며, 트렁크는 뒷좌석을 접어 내리면 최대 2,034L의 용량이 확보되기 때문에 많은 짐을 실어야 하는 상황도 거뜬하고 차박 등의 용도로도 거뜬하다.

차량 안팎을 살펴봤으니 이제는 달려볼 차례다. 시동을 걸 때부터 마음에 드는 건 엔진음이 꽤나 조용하게 들려온다는 것. NVH 개선을 위한 여러 대책들이 적용됐고, 여기에 보스의 오디오 시스템과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더해져 음악 감상에도 제격이다. 시종일관 조용하니 오디오 볼륨을 높이지 않아도 잔잔한 음악을 감상할 수 있어 좋다.

파워트레인은 2.0 가솔린 터보 엔진이 들어가고, 변속기는 전륜구동 모델이 7단 DCT, 사륜구동 모델은 8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된다는 차이가 있다. 이는 일반도로 중심으로 주행하는 전륜구동 모델은 조금 더 경쾌한 주행을 경험할 수 있는 DCT를, 비포장길도 달릴 수 있는 사륜구동은 더 안정적인 승차감을 보여주는 자동변속기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사륜구동 모델은 주행 모드에 오프로드 기능도 갖추고 있어 비포장길을 만나더라도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최근 들어 유가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 2.0 가솔린 터보 엔진은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지는데, 중형 SUV임에도 불구하고 복합연비가 9.8km/L, 전륜구동 모델은 11.1km/L로 꽤 우수한 편이다. 실제 주행에서도 시내와 전용도로를 5:5 정도로 달려봤는데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는 10km/L 전후의 연비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도 역시 자연흡기가 아닌 터보 엔진인 만큼 출력은 훨씬 시원시원하게 뻗어 나온다. 최고출력 211마력/5,000rpm, 최대토크 33.2kg·m/2,000~4,500rpm의 성능을 내는데, QM6에서 느꼈던 성능에 대한 아쉬움을 날려버리기에 충분한 수준이다. 가속 페달에 잠시 힘을 더했을 뿐인데 금세 제한 속도를 넘어가 버려 서둘려 브레이크를 밟아 속도를 낮췄을 정도니 말이다. 이제 좀 덩치에 어울리는 엔진이 장착됐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주행 보조 기능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는데, 방식이 독특하다. 액티브 드라이버 어시스트를 작동시키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함께 차선 유지 보조 기능이 함께 작동하고, ACC만 단독으로 작동시키거나 속도 제한 기능도 설정할 수 있다. ACC나 차선 유지 보조 모두 작동이 매끄럽고, ACC 기능은 정차 및 재출발까지 지원하기 때문에 막히는 도심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여기에 각종 충돌 방지 보조 기능도 갖춰져 있고, 주차 시 도움을 주는 360° 3D 어라운드 뷰, 주차가 정말 자신 없는 초보자라면 주차를 대신 해주는 풀 오토 파킹 보조까지 갖추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처음 타는 사람이 숙지해야 할 점으로는 먼저 수동 변속 시 레버를 앞뒤가 아닌 좌우로 움직여 변속하는 독특한 방식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오토 홀드 기능의 경우 이를 해제하기 위해선 스크린 내부 설정 메뉴가 아닌, 화면 위쪽을 쓸어내려 나오는 단축 메뉴에서 해제할 수 있다. 그리고 디지털 계기판 표시 정보를 변경하는 건 스티어링 휠 스포크의 버튼이나 다이얼이 아닌, 방향지시등 레버 끝단의 버튼을 눌러야 가능하다. 조금 일반적이지 않은 방식이어서 처음엔 당황할 수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 금방 적응해 익숙해질 것이다.

출시 직후 터진 논란으로 인해 판매량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됐으나, 그래도 다행히 시장에 안착해 르노코리아의 판매량을 끌어올리는데 일조하고 있다. 여기에 신제품이 출시됐음에도 같은 포지션의 QM6를 단종시키지 않고 계속 이어가는 것도 반가운 일이다. 가성비를 원한다면 QM6를, 우수한 성능과 첨단 기능을 원한다면 그랑 콜레오스를 선택하면 되니 말이다. 이제 지금의 좋은 분위기를 이어 나갈 수 있는 노력으로 꾸준하게 사랑받는 그랑 콜레오스를 만들어 뒤를 잇는 후속 모델까지 함께 성공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