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자에게 빚더미 물려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정선아 2026. 4. 12.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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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권 청구 소송 패소 김씨, 임대인에 속아 대항력·우선변제권 상실
‘전세금안심대출보증제’ 금융기관 유리 호소… 공사측 “도울 방법 없어”


“전세사기 피해를 구제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피해자에게 돈을 갚으라고 소송을 제기할 줄은 몰랐어요….”

인천 미추홀구 한 오피스텔 전세사기 피해를 입은 김하나(가명·30)씨는 최근 HUG가 제기한 구상권 청구 소송에서 패소했다. 지난 2024년 전세 계약이 끝난 A씨에게 임대인은 전세보증금 3억원을 돌려주지 않고 잠적했다. 이로 인해 김씨는 전세보증금을 마련하려고 HUG의 ‘전세금안심대출보증’ 가입을 통해 은행에서 대출받은 2억7천만원을 갚지 못하면서 구상권 청구 소송을 당한 것이다.

‘전세금안심대출보증’은 임차인이 은행에 대출금을 갚을 수 없을 때 HUG가 대신 은행에 대출금을 상환해주는 상품이다. HUG는 은행에 2억7천만원을 갚은 뒤, 김씨와 임대인을 상대로 이 돈을 갚으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내가 대출을 받아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테니 잠시 주소지를 옮겨달라”는 임대인의 말에 속은 김씨는 다른 지역으로 전출입 신고를 해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른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잃었기 때문이다. 임대인은 법정에 나오지 않았고, 김씨는 법원에 이의를 제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고스란히 빚을 떠안게 됐다.

김씨는 “사회초년생 때부터 이런 큰 빚을 지게 돼 절망스럽다”며 “전세사기로부터 서민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보호하는 HUG가 임대인뿐만 아니라 나에게까지 돈을 갚으라고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씨는 HUG의 전세금안심대출보증 제도가 정작 전세사기 피해자가 아닌 금융기관의 이익만을 보호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과거에는 임차인이 대항력을 상실했을 경우, HUG는 은행에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시중은행들이 이러한 조항은 은행에 손해를 입힌다는 이유로 삭제를 요구하자, HUG는 이를 받아들여 2020년 8월 해당 조항을 삭제했다.

김씨를 대리하는 인석법률사무소 천우석 변호사는 “이미 HUG는 임대인에 대한 부동산 가압류를 신청해 실질적으로 보증금을 받을 수 있는 권한을 확보했음에도 피해자인 임차인에게 구상권 소송을 제기했다”며 “금융기관의 이익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조항을 변경하는 HUG는 서민의 주거 안정을 책임지는 공공기관으로서 전세사기 피해자를 보호하는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HUG는 김씨가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상실해 구상권을 청구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HUG 관계자는 “은행들이 HUG가 대출보증을 끝까지 책임져줘야 안심하고 전세금안심대출보증 상품을 운영할 수 있다고 해 조항을 변경했다”며 “무척 안타까운 사연이지만, 임차인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상실해 HUG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했다.

/정선아 기자 su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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