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2주기에야 자세 낮춘 정부·여당?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를 1주일 앞두고 정부·여당이 희생자 추모와 재발방지책 강조 메시지를 내는 등 한껏 자세를 낮췄다. 최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금고 3년 유죄판결을 받았지만 박희영 용산구청장,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김미나 창원시의원 등은 무죄·선고유예 판결을 받아 유족과 시민사회의 반발을 산 가운데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면담을 갖고, 이들을 위로하는 한편 정부와 국회의 재발 방지 노력을 강조했다. 협의회 측 이정민 운영위원장은 추 원내대표와 만나 "국정감사 기간 중인데도 시간을 내 만나주셔 감사하다"며 "'별들의 집' 이전 문제에 심려가 많았는데 (추 원내)대표님도 애를 많이 써주셔서 잘 마무리돼 간다"고 인사말을 했다.
이 위원장은 "이태원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무리 없이 잘 진행되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여야 합의로 이뤄진 법안인 만큼 특조위가 마무리될 때까지 국민의힘 당에서도 관심을 갖고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위원장은 그러면서 오는 29일 이태원 참사 2주기를 맞아 국회에서 추모제를, 오는 26일에는 서울광장에서 시민추모대회를 열 예정이라며 추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와 의원들을 초청하겠다고 말하고는 초청장을 전달했다. 이들은 추 원내대표에게 26일 시민추모대회 추도사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주기 추모제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야당이 주도하는 정치 행사'라며 불참했고,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도 불참했다. 당시 국민의힘에서는 인요한 혁신위원장 등 소수만 참석했다.
추 원내대표는 이들의 추모대회 초청과 추도사 요청에 "일정을 한 번 맞춰봐야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특조위 등 전반적 사안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고 잘 챙기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유족들이 추 원내대표 면담 후 전했다.
추 원내대표는 언론에 공개된 모두발언에서는 "다시 한 번 (희생자) 159분의 명복을 기원한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무엇보다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국민의힘에서는 국민 생명·안전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할 예정이고, 특히 이태원참사 희생이 헛되지 않고 다시는 이런 참사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추 원내대표는 "특조위도 지난달 23일부터 첫 전원회의를 열고 활발히 활동하고 있고 시행령 개정 등도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있다. 특조위가 독립적인 기구로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게 진행되지 않을까 한다"고 언급하는 한편, 지난 추석연휴 기간에 이태원 참사 추모공간 '별들의 집'을 방문했던 일을 언급하며 "11월 초가 되면 옮겨야 한다고 걱정들이 많으셨는데, 그 사이 서울시와 행안부에서 적극적 협조를 해줘서 나름대로 괜찮은 공간이 확보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저도 굉장히 의미있게 생각한다"고 관심을 표명하기도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이날 오전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다가오는 10월 29일은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2주기가 되는 날"이라며 "다시 한 번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평생 그 슬픔을 안고 살아가실 유가족분들께 국민과 함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정부는 그동안 이 같은 비극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국가안전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편했으며, '다중 운집 인파사고' 예방을 위해 경찰·소방·지자체 등 유관기관 간 상시적 협력체계를 구축해 면밀히 대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지난 5월에는 여야 합의로 '이태원참사특별법'이 통과돼 이태원참사특별조사위원회가 출범했으며, 피해구제심의위원회와 추모위원회도 조만간 출범하게 된다"며 "정부는 관련 위원회들이 차질 없이 활동할 수 있도록 한 치의 소홀함도 없이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한 총리는 "이태원 참사 2주기를 맞아, 정부는 국민 안전에 무한한 책임이 있다는 엄중한 사명을 다시 한번 새기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혼신의 힘을 다해나가겠다"며 "모든 부처는 사고는 예측하지 못한 곳에서 한순간의 방심으로 일어난다는 점을 각별히 유념하고, 다가오는 '핼러윈 데이' 등 인파사고 위험에 철저히 대응해 달라"고 국무위원들에게 당부했다.
그는 "전국 곳곳에서 지역축제 등이 열리고 있는 만큼, 지자체장들께서도 책임의식을 갖고 현장관리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덧붙였다.
정부와 여당의 이같은 태도는 참사 직후 정부 책임론이 제기됐을 때나 국회 국정조사 국면 등에서 보인 방어적 태도와는 다소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윤석열 정부는 유가족 등이 요구한 이상민 행안부 장관 경질에 대해서는 여전히 거부로 일관하고 있고, 이 장관은 현재도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다.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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