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출 전략]④ 농협은행, '비대면 금융' 혁신…강태영표 대기업 영업지도는

농협은행의 대·중소기업 원화대출금 및 비중 추이 /그래픽=박진화 기자

강태영 NH농협은행장이 기업대출 비중을 높여 하반기 수익성 개선에 주력한다. 다른 시중은행보다 낮은 기업대출의 비중을 올린다는 것으로, 기존 농업금융 중심의 대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겠다는 의지다.

이와 함께 기업 신용평가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안정성이 높은 대기업 여신을 확보해 건전성을 관리하면서 비대면 기업금융 서비스를 활용해 고객의 접근성을 높일 계획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이달 초부터 인공지능(AI) 기반 정부지원사업 추천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금융과 비금융을 아우르는 종합 기업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으로, 정부공고 문서를 데이터베이스(DB)화하고 AI를 활용해 기업고객 맞춤형 정부 사업을 추천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농협은행은 기업대출 확장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에 따라 올해 초 대기업고객부에 중견기업금융팀을 신설하는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이어 '부도관리 시스템 고도화 및 소매 부도 시 손실률(LGD) 개선 프로젝트'와 '데이터 기반 기업신용평가 시스템 개선' 등을 위한 경쟁입찰 공고를 내며 신용평가 시스템 고도화도 추진하고 있다.

강 행장은 농협금융에서 인정받는 디지털 전문가로 기업금융 부문의 디지털전환에 힘을 싣고 있다. 이에 따라 디지털 기업금융 프로젝트 '더퀴커(The Quicker)'를 개발해 11월 출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법인 비대면 실명확인과 전자약정 시스템 도입으로 신청부터 실행까지 모든 과정을 비대면화하고 스크래핑(고객정보 가공·제공 기술)과 공공서류 발급 방식 등으로 거래신청 서류를 최소화하는 것이 골자다.

또 전국 1064곳의 최다 점포망을 바탕으로 지역금고를 담당하고 있다는 강점을 활용해 영업을 확장할 계획이며, 보증기관과의 협력도 강화해 기업고객의 접근성을 높일 방침이다.

농협은행은 올해 혁신성장 분야 기업과 수출선도기업을 대상으로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과 2조6000억원, 신용보증재단과는 1조9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공공기관에서 발급하는 보증서는 담보력이 부족한 중견·중소기업이 더 많은 한도와 더 낮은 금리로 대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강 행장의 기업대출 확장은 대출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농협은행은 5대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가운데 순이익이 가장 적고 성장속도도 더뎌 수익성 높은 기업대출 확보가 필수적이다.

농협은행의 지난해 농업지원사업비부담 전 순이익은 2조795억원으로 3조원을 넘은 4대은행에 비하면 1조원 이상 차이를 보인다. 농업지원사업비 3702억원을 반영한 농협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은 1조8070억원이다. 농업지원사업비는 농협금융 계열사가 농협중앙회에 납부하는 분담금으로 농업·농촌·농업인 지원을 위한 자금으로 쓰인다.

농협은행은 현행법상 농업금융 전문기관으로서 농업인과 농촌 지원에 중점을 두며 정책자금을 대출해야 하기 때문에 이 비중(약 11%)이 높아 기업대출을 늘리는 데 제약이 있다. 원화대출금에서 대·중소기업(소호 포함)이 차지하는 비중은 38%로 다른 시중은행들이 50%를 넘는 것과 대조적이다.

다만 농업 관련 여신이 감소할 수 있다는 농민단체와 정책당국의 경계심이 커질 수 있어 강 행장은 대출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농업금융과 기업금융의 균형을 맞추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의 일환으로 농협은행은 연체가 거의 발생하지 않아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대기업 여신 확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14일 종합방위산업체 LIG넥스원과 'K-방위산업 발전을 위한 금융협력 업무협약'을 맺고 3년간 1조5000억원의 금융지원을 실시한 것이 대표적이다. 앞으로는 LIG넥스원 협력기업에까지 금융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기업금융의 질적 성장을 위해 세분화되고 전문화된 다양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며 "소상공인·농민·기업 모두 이용하고 싶은 농협은행이 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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