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당길 땐 '테라'부터 찾는다?…시각장애인, 이 음료만 골라 먹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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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골라먹을 수 있는 건 이 30개 중에서 비락식혜와 테라다."
업계 관계자는 "캔 음료나 플라스틱 용기는 점자를 새기는 게 상대적으로 쉽지만 봉지, 스티로폼은 어려워서 적용할 수 있는 제품 위주로 도입하는 추세"라며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점자 스티커, 동판 변경 등 여러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키오스크 하단에 이어폰을 연결한 뒤 터치패드로 기기를 조작하면 화면의 모든 구성 요소를 음성으로 안내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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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골라먹을 수 있는 건 이 30개 중에서 비락식혜와 테라다."
시각장애인 유튜버 원샷한솔은 '시각장애인은 무슨 음료인지 어떻게 알고 살까?'라는 영상에서 캔 음료 30여개를 올려두고 어떤 음료인지 추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음료', '탄산', '맥주' 등 점자가 표기된 제품은 구분했지만 그렇지 않은 제품은 구분하지 못했다. 반면 '비락식혜'와 '테라'는 각각 점자로 하트와 이름을 표기해 어떤 제품인지 금세 알아차렸다.
15일 흰지팡이의 날(시각장애인의 날)이 45회를 맞은 가운데 식품업계가 제품에 점자 표기를 확대하고 있다. 과거에는 제품 공간 부족, 비용 등의 문제로 점자 표기가 어려웠으나 용기 재질 개선, QR코드 도입으로 제품 정보를 알리기 위한 시도가 이어진다.
대표적으로 하이트진로는 현재 '참이슬' 페트병 제품과 '테라', '켈리', '필라이트' 등 캔 제품에 '소주', '맥주'를 각각 점자 표기했다. 테라는 국내 맥주 중 유일하게 점자로 제품명을 표기했다. 하이트진로는 1996년 업계 최초로 맥주 캔 음용구에 점자 표기를 적용한 바 있다.
음료 외에도 라면, 가공식품 등에도 점자를 표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오뚜기는 현재 모든 용기면에 점자 표기를 적용했다. 제품명, 조리법, 전자레인지 사용 여부 등을 점자로 새겼다. 이와 함께 컵면 70종, 컵밥 35종, 용기죽 10종으로도 표기를 확대했다. 컵밥엔 제품명과 전자레인지 사용 여부를, 용기죽은 뚜껑 스티커에 제품명을 투명 점자로 새겼다.
삼양식품도 '삼양라면', '불닭볶음면', '로제불닭볶음면', '까르보불닭볶음면', '4가지치즈불닭볶음면', '야키소바불닭볶음면' 등에 점자를 표기한다. 동서식품은 국내 인스턴트 커피 중 처음으로 '맥심' 커피 4종에 점자를 표기했다.
업계 관계자는 "캔 음료나 플라스틱 용기는 점자를 새기는 게 상대적으로 쉽지만 봉지, 스티로폼은 어려워서 적용할 수 있는 제품 위주로 도입하는 추세"라며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점자 스티커, 동판 변경 등 여러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점자 외에도 제품을 식별할 수 있는 방법을 적용한 식품도 있다. 남양유업은 파손이나 변질 우려로 점자를 찍기 어려운 우유팩의 특성을 고려해 '맛있는 우유'에 노치(Notch) 표기를 적용했다. 제품 상단의 한쪽을 반원형으로 도려내 U자 형태로 새기는 방식이다.
제품 정보가 담긴 QR코드를 활용하기도 한다. 농심은 '신라면큰사발'에 QR코드를 삽입했다. QR코드를 읽으면 조리법, 고객상담 안내, 소비기한 등이 적힌 웹페이지로 연결된다. 문자 음성 안내 기능을 통해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최근 식품의 점자·QR코드 도입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개정하며 제조사가 이를 적용하도록 힘을 보탠다.
이러한 움직임은 외식업계로도 번지고 있다. 한국맥도날드는 지난해 시각장애인을 위해 키오스크에 음성 안내 기능 도입한 뒤 지난 7월 전국 모든 직영 매장에 적용했다. 키오스크 하단에 이어폰을 연결한 뒤 터치패드로 기기를 조작하면 화면의 모든 구성 요소를 음성으로 안내받을 수 있다. 메뉴명, 가격, 열량 등 세부 사항을 볼 수 있다. 또 모든 직영 매장 바닥에 점자 블록도 부착했다. 롯데GRS는 키오스크 하단에 점자 스티커, 물리 조작 키패드, 직원 호출 버튼 등을 설계했다.
유예림 기자 yesr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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