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무의 오디세이]  빙판이 '전세계 탁구인 축제의 장'으로…현정화·김경아·박미영 등 레전드들 '승승장구'

김경무 기자 2026. 6. 9.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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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오벌 ‘XIOM 2026 강릉세계마스터즈탁구선수권’
-지난 5일 개막, 105개국 3000여명 출전 12일까지 열전
-승패보다 화합과 우정의 무대, 지역경제 활성화 도움
45~49세부 여자복식 예선에서 3전 전승을 거둔 김경아 박미영 조. 대한탁구협회

8년 전,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렸던 그곳, 강릉 오벌(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 

당시 세계 정상급 스피드스케이터들의 금메달을 향한 질주가 펼쳐졌던 그곳. 빙판 위의 함성은 사라졌지만, 또 다른 열기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은빛 얼음 대신 100개가 넘는 탁구대가 경기장을 빼곡히 메웠고, 그 위에서는 여러나라에서 온 탁구인들이 기량을 겨루고 있습니다. 

지난 5일 개막돼 12일까지 열리는  'XIOM 2026 강릉 세계마스터즈탁구선수권대회'(ITTF 월드 마스터즈 챔피언십)입니다. 

대회조직위원회에 따르면, 105개 나라에서 3000여명의 선수(레전드+동호인)들이 참가했습니다. 국제탁구연맹(ITTF) 창립 10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이번 대회는 세계 최대 규모의 생활체육 탁구 축제입니다. 

참가자들은 모두 40세 이상이며, 참가비는 30만원 정도입니다. 과거 세계 무대를 누볐던 올림픽 메달리스트와 세계 챔피언은 물론, 순수 생활체육 동호인들까지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현정화 감독이 같이 예선전을 치른 선수들과 포즈를 취했다. 대한탁구협회

지난 8일 현장을 방문해보니, 70~80세는 물론, 90세도 넘어 보이는 고령의 선수들이 남녀 가릴 것 없이 다소 굼뜬 동작이지만 복식에서 기량을 겨루는 장면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대단한 노익장이고, 생활체육의 힘인 것이지요.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한국 탁구 레전드들이었습니다. 현정화, 김경아, 박미영 등입니다.

대회조직위원회 집행위원장이기도 한 현정화 한국마사회 탁구단 감독은 직접 선수로 출전해 여자 55~59세부 단식 예선에서 3전 전승을 기록하며 본선 토너먼트(128강)에 진출했습니다. 가장 먼저 참가 신청서를 낸 1호 선수이기도 합니다.

2004 아테네올림픽 여자단식 동메달리스트 김경아 대한항공 여자탁구단 코치, 그리고 그의 오랜 복식 파트너 박미영 탁구클럽 코치도 함께 여자 45~49세부 복식에 출전해 예선 3전 전승으로 본선 토너먼트에 안착했습니다.

ITTF 월드 마스터즈 챔피언십 경기장으로 임시 변신한 강릉 오벌. 김경무 기자
출전 선수들 연습장으로 쓰이는 강릉 아레나. 김경무 기자

독일, 홍콩, 호주-핀란드 연합팀을 모두 3-0으로 제압한 두 콤비. 오랜 공백이 무색할 정도로 안정적인 수비와 노련한 경기 운영을 선보였습니다. 김경아 코치는 과거 커트를 구사하는 수비 탁구의 대명사였습니다. 

두 선수는 2008 베이징올림픽 때 한국팀의 여자단체전 동메달을 함께 일궈내는 등 한국 여자탁구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주인공입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두 선수가 단식에도 나란히 출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현재 대진상 서로 다른 블록에 자리하고 있어 승리를 이어갈 경우 결승 무대에서 맞대결을 펼칠 가능성도 있습니다.

김경아 코치는  "좋은 추억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출전했는데 막상 연습을 하다 보니 승부욕이 생기더라"고 웃었고, 박미영 코치도  "하면 할수록 예전 감각이 살아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9일은 휴식일로 경기가 없고 10일부터 본선 토너먼트가 시작된다고 하니, 이제 우승 경쟁이 본격화되는 셈이지요.

세계 생활체육 탁구인들의 축제가 중반으로 접어드는 가운데, 레전드들이 어떤 이야기를 써 내려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노익장을 뽐내는 선수들. 김경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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