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부터 ‘1,000원 짜장면’ 팔아온 황학동 작은 거인

요즘 짜장면 가격, 심상치 않다. 배달 앱을 켜서 살펴보기만 해도 어지간해서는 7~8,000원대가 보통이다. 어쩌다 싼 곳을 발견한다고 해도 5~6,000원 정도면 하한선이라고 봐야 한다. 높아진 물가의 영향이 크겠지만, 한때는 ‘국민 외식 메뉴’로 불리던 짜장면이 무색해진 현실이 퍽 씁쓸하다.
그런데, 짜장면을 3,000원대에 파는 곳이 있다. 그것도 서울 강북 한복판, 중구 황학동에서. 정지선 셰프와 정호영 셰프가 직접 가게를 찾아 맛을 본 결과, 퀄리티도 훌륭하다. 특히 볶음밥에 흑미를 섞어 조리할 정도로 재료도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하다.
서울 중구 황학동에 331㎡, 약 100평 넓이의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는 중식당을 운영하지만 기본 메뉴인 짜장면은 3천원 대. 다른 메뉴들은 조금 더 비싸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큰 차이가 나지는 않을 것이다. 이 식당의 사장님은 어떻게 이런 영업이 가능할까?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친 정지선 셰프와 정호영 셰프는 사장님을 모시고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약 30년 전, 그러니까 대략 1990년대 중반 즈음. 짜장면 한 그릇은 보통 2,000~2,500원 정도였다. 당시에는 사장님도 평범한 금액을 받았고, 배달원을 10명 가까이 두고 운영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정말 거의 매일 교통사고가 나서 손해가 막심했다고.
해결방법이 없을까 생각한 끝에 내놓은 답이 “배달 없이 싸게 팔자”였다고 한다. 그래서 당시로서도 파격적인 가격인 1,000원으로 판매를 시작했다. 당시 평균 시세보다 약 50% 이상 저렴한 가격이었던 셈이다.
인근에 탑골공원도 있고 동묘시장도 있어 유동인구가 많은 데다가 매장 바로 앞에 버스 정류장이 있어 접근성까지 좋은 널따란 가게. 한 마디로 좋은 상권에 크기까지 큰 식당이다. 임대료가 한 달에 1,140만 원이라는 말에 두 셰프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3천 원대 짜장면을 팔아서 천만 원대 임대료를 낸다? 언뜻 계산해보면 상상이 잘 안 되는 일이다. 말해두지만, 사장님이 건물주인 건 절대 아니다. 하지만 사장님은 “가능하다”라고 했다. 유동인구가 엄청나기 때문이라는 것. 애당초 근처에도 비슷한 가격대로 음식을 파는 곳이 많다는 설명이다.

평일 기준 하루에 대략 600그릇, 주말에는 기본 1,000그릇 이상 팔고 있기에 가능하다는 시원시원한 대답이 이어졌다. 한 그릇에 3,000원으로 잡더라고 600그릇이면 하루 매출이 1,800,000원. 같은 공식으로 1,000그릇이면 하루 매출이 3,000,000원이다.
더욱 놀라운 건, 월 매출 중 “절반 정도가 남는다”라는 대답이었다. 100평 가게지만 사장님 본인과 사모님, 직원 1명만 있기에 인건비가 최소화되고, 식자재는 사장님이 직접 공수해온다. 당일 피크타임이 아닌 시간을 이용해 다음날 영업할 식자재를 구해오고 손질까지 다 마쳐놓기 때문에,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하루 12시간 영업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누군가는 ‘상권이 좋아서 가능한 일’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상권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음식이 맛이 없었다면 아무리 금액이 저렴해도 오랜 세월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황학동 작은거인’이 가감없이 들려준 이야기는 음식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에 가능한, ‘비결 아닌 비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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