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is] 말로 게임 만든다…크래프톤이 오버데어에 거는 기대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는 AI 관련 기술·정책과 기업의 전략을 쉽게 풀어드립니다.

최근 크래프톤은 오버데어의 AI 게임 제작 에이전트 '스튜디오 에이전트'를 공개했다./사진:오버데어 홈페이지 갈무리

"우주 배경의 레이싱 게임 만들어줘."

채팅창에 짧은 명령어 한 줄을 입력하자 인공지능(AI) 에이전트가 분주하게 움직인다. 캐릭터 배치부터 배경 디자인, 복잡한 스크립트 작성까지 단숨에 처리한다. 코딩이나 전문 개발 지식 없이도 누구나 '게임 제작자'가 될 수 있다. 크래프톤이 3년 넘게 공들인 차세대 C2E(Create-to-Earn) 플랫폼 '오버데어(OVERDARE)'가 그리는 미래다.

오버데어는 크래프톤이 게임을 '하는' 회사에서 '만드는 판'을 까는 회사로 변신하겠다는 승부수다. 최근 크래프톤은 오버데어의 AI 게임 제작 에이전트 '스튜디오 에이전트'를 공개했다. 이와 함께 텍스트 입력만으로 아바타 의상을 자동 생성하는 기능인 'AI 코스튬'도 선보였다. 게임 제작 외 영역에서도 크리에이터 진입 문턱을 낮추려는 시도다.

크래프톤이 꿈꾸는 'NEXT 배그'

오버데어를 이해하려면 크래프톤의 고민부터 짚어야 한다. 배틀그라운드(PUBG) 하나로 글로벌 게임사 반열에 오른 크래프톤은 오랫동안 단일 지식재산권(IP) 의존도를 낮출 다음 성장동력을 찾아왔다. 그 해답으로 낙점한 것이 '플랫폼'이다. 게임을 직접 만들어 파는 대신, 누구나 게임을 만들 수 있는 판을 깔면 콘텐츠와 이용자가 동시에 쌓이는 구조가 된다. 로블록스가 10억 명의 이용자를 확보한 방식이다.

이를 실행에 옮긴 것이 2023년 오버데어 설립이다. 크래프톤은 네이버제트(제페토 운영사)와 합작법인을 세우고 지분 85%를 확보했다. 크래프톤은 오버데어 설립에 약 403억원을 지분 투자했다. 오버데어 사업부문 인력과 IP 일체를 새 법인에 넘기며 자산 양수도로 280억원을 추가 투입했다. 지분 투자와 자산 양수도의 성격은 다르지만 설립 초기에만 680억원 넘는 자원을 오버데어에 집중시킨 셈이다.

오버데어는 현재 약 110명이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이용자가 직접 게임을 만들고 수익을 얻는 C2E(Create-to-Earn) 생태계를 모바일에서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크래프톤은 오버데어 플랫폼으로 앱과 스튜디오를 제공한다./사진:오버데어 홈페이지 갈무리

블록체인 대신 AI…전략 변경한 이유

초기 오버데어는 블록체인을 앞세웠다. 창작물을 대체불가토큰(NFT)으로 등록하고 스테이블코인 USDC로 정산하며 자체 메인넷 '세틀러스'로 거래 투명성을 확보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블록체인·NFT 열기가 식으면서 C2E 모델의 매력도 함께 옅어졌다.

이에 오버데어에 AI를 탑재하면서 전략을 변경했다. 이용자제작콘텐츠(UGC) 플랫폼의 성패는 크리에이터 수에 달려 있다. 크리에이터가 많아야 게임이 쌓이고 게임이 많아야 이용자가 모인다. 이용자가 모여야 크리에이터에게 수익이 돌아간다. 그런데 게임 제작의 진입 장벽이 높으면 이 선순환은 시작조차 되지 않는다.

이번에 공개한 AI 에이전트는 그 첫 번째 고리를 푸는 열쇠다. 오버데어는 향후 아트 에셋 배치와 레벨 디자인까지 AI가 수행하는 방향으로 확장해 게임 전반을 AI로 제작할 수 있는 환경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오버데어의 여정은 예상보다 더디다. 당초 2024년 하반기 정식 출시를 목표로 했지만 일정이 밀렸고 현재는 2026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스튜디오 에이전트도 아직 라이브 테스트 단계다. 블록체인에서 AI로 무게중심을 옮기며 재정비한 오버데어가 로블록스·제페토가 선점한 시장에서 크리에이터를 끌어모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이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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