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145만, 넷플릭스에서도 4위…‘신의악단’의 역주행은 끝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개봉해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145만 관객을 모으며 ‘역주행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던 영화 ‘신의악단’이 이번에는 무대를 넷플릭스로 옮겨 또 한 번 저력을 증명하고 있다. ‘신의악단: 찬가’라는 제목으로 최근 넷플릭스에 공개된 이 작품은 업데이트와 동시에 넷플릭스 ‘오늘 대한민국의 TOP 10 영화’ 부문 4위에 오르며, 극장가에 이어 온라인동영상서비스에서도 관객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가짜 찬양단이 그려낸 인간애, 몽골 설원에서 완성된 휴먼 드라마

‘신의악단’은 대북 제재로 경제적 위기에 몰린 북한이 국제사회로부터 2억 달러를 지원받기 위해 사상 처음으로 가짜 찬양단을 조직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어느 북한이탈주민의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된 작품으로, 서로를 속고 감시하던 인물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는 과정에서 진심으로 소통하고 변화해 가는 여정을 담는다. 10년 만에 스크린 복귀를 알린 박시후가 냉철한 보위부 장교에서 가짜 찬양단을 이끄는 지휘자로 변모하는 박교순 역을 맡았고, 그룹 2AM 출신 정진운이 원칙주의자 장교 김태성으로 팽팽한 긴장감을 만든다. 극 중에는 ‘광야를 지나며’, ‘Way Maker’ 등 잘 알려진 CCM과 임영웅의 히트곡이 배치돼 음악 영화로서의 색채를 더했는데, 다만 해당 히트곡의 경우 사전 협의 없이 무단으로 사용됐다는 논란이 불거지며 이후 공개된 VOD 버전에서는 관련 장면이 편집된 것으로 전해진다. 몽골 울란바타르와 다르항 일대에서 다수 장면을 촬영한 만큼 엔딩 크레딧에는 한국인 스태프와 몽골인 스태프가 구분돼 표기되기도 했다.
“7번방의 선물” 작가가 북한에서 찾아낸 아이러니

지난해 12월 8일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김형협 감독은 이 작품이 지닌 특유의 아이러니를 강조했다. 그는 북한을 배경으로 가짜 찬양단이 조직되는 설정 속에서 궁극적으로 찾고자 한 것은 인간애였다고 소개했다. 각본을 맡은 김황성 작가는 앞서 ‘7번방의 선물’을 통해 교도소라는 공간 속 아이러니에서 인간애를 뽑아낸 경험이 있는데, 이번에는 북한의 합창단을 배경으로 인간 본질과 사랑이라는 주제를 휴먼 드라마로 풀어냈다는 설명이다. 김 감독은 12분의 배우가 등장하는 작품인 만큼 캐스팅에도 상당한 공을 들였다며, 100페이지에 달하는 배우 리스트를 일주일 넘게 검토하며 역할에 맞는 배우를 찾아 나섰다고 돌아봤다.
15년 만의 복귀, 그리고 논란 속에서도 이어간 촬영

박시후는 15년 만에 제작보고회 무대에 서며 냉철하고 카리스마 있는 교순이 악단과 함께하며 변해가는 서사에 매력을 느껴 출연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영하 40도의 혹한 속에서도 배우들이 하나로 뭉쳐 웃음을 잃지 않고 촬영했다며 복귀 소감을 전했다. 다만 이날 그는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한 입장도 짧게 언급해야 했다. 가정 파탄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박시후는 해당 주장이 명백한 허위이며 법적 절차를 밟고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관계자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전했다. 이런 부담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정진운과의 브로맨스는 현장 분위기를 밝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했다는 후문인데, 정진운은 박시후가 자신의 응석과 장난을 잘 받아준 덕분에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10분의 1 스크린으로 시작해 3주 연속 좌판율 1위까지

‘신의악단’의 진짜 반전은 개봉 이후에 벌어졌다. 지난해 12월 31일 개봉 당시 이 작품은 ‘아바타: 불과 재’, ‘주토피아 2’ 같은 할리우드 대작과 국내 경쟁작들에 밀려 최대 10분의 1 수준의 적은 좌석 수로 조용히 출발했다. 첫 주말 박스오피스 5위에 그쳤지만, 실관람객들 사이에서 “보면 터진다”는 입소문이 퍼지며 개봉 2주 차부터 좌석 판매율 1위 자리를 꿰찼다. 이후 지난 1월 23일부터 25일까지는 3주 연속 주말 좌석판매율 1위라는 대기록을 세웠고, 1월 26일에는 누적 관객 70만 명을 돌파하며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통상 시간이 갈수록 순위가 내려가는 극장가 흐름과 정반대로 오히려 순위가 상승하는 이례적인 흐름을 보인 셈이다. 이어 2월 5일에는 개봉 37일 만에 누적 관객 100만 명을 돌파했고, 이후에도 상승세를 이어가며 최종적으로 145만 관객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티켓 파워가 크지 않은 배우 구성과 저예산, 장기화된 한국 영화 불황이라는 조건 속에서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남겼다는 평가다.
극장을 넘어 넷플릭스로, 이어지는 두 번째 흥행

이제 ‘신의악단’은 넷플릭스라는 새로운 창구를 통해 다시 한번 관객과 만나고 있다. 넷플릭스에 공개된 ‘신의악단: 찬가’ 버전은 극장 상영본(110분)보다 4분가량 짧아진 것으로, 저작권 논란이 됐던 임영웅 노래 장면 등 일부가 정리된 채 공개된 것으로 보인다. 극장에서 티켓 파워가 크지 않은 캐스팅에도 진심 어린 이야기의 힘으로 역주행 신화를 썼던 이 작품이, OTT 플랫폼에서도 상위권에 오르며 미처 극장에서 감상하지 못한 관객들과 새롭게 만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