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단체 참여 조건 내건 野 향해 한동훈 "의료계 단일대오는 무리"
"의사는 적 아냐, 상처준데 사과"
韓, 의료계에 손내밀며 설득전
한덕수 "2025년도 증원 그대로"
비공개 당정서 韓대표와 격론
◆ 의정 갈등 ◆
국민의힘이 추석 당일인 오는 17일까지 '여야의정 협의체'를 출범시킨다는 목표로 의료계 설득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앞서 국민의힘이 참여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한 15개 의료단체·기관 중 일부가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왔다는 점을 공개하면서 이들을 중심으로 협의체를 일단 띄우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12일 개최된 당정협의회에서 "의료계는 단일대오를 갖추기가 어렵고 그것을 요구하는 것도 무리"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대표성 있는 단체가 포함돼야 한다고 조건을 내걸자, 이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셈이다. 이날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현재까지 대표성 있는 의료단체의 참여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명실상부한 의료계 대표의 참여가 없는 식물 협의체 발족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 대표는 "의료계의 다수 또는 특정 단체의 참여를 대화 출발의 전제조건으로 삼는 것은 공감대가 흐지부지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 비판했다. 이어 "민주당이 진짜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대한 불안감을 덜어드리는 것을 원하신다면 특정 의료단체의 참여 같은 조건을 걸지 말고 일단 협의체 출발에 동참해주시기 바란다"고 압박했다.
또 협의 의제에도 제한을 두지 않겠다고 강조해온 한 대표는 이날 "의사는 정부의 적이 아니다. 정부가 그렇게 생각한 적은 전혀 없다"며 의료계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특히 그는 "그간 일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일부 관계자들의 다소 상처를 주는 발언들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여당의 대표로서 그런 일이 있었던 것에 대해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대신 사과했다.
한 대표가 언급한 '일부 관계자'는 의사 단체 등에서 문책을 요구하는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 등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불거진 '의사 블랙리스트' 논란도 언급하며 "지금 상황에서 전공의들에 대한 사법적인 대응에 신중해줄 것을 다시 한번 요청한다"고도 덧붙였다. 당정은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의료진의 사법 부담을 덜어주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을 조속히 추진하고 '단축근무 제도화' 시기를 앞당기기로 뜻을 모았다.
국민의힘은 협의체 참여에 긍정적인 의료단체가 있다는 점을 알리며 의료계 설득에 나섰다. 이날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지금 일부 의료단체가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고, 국내 15개 의료기관·단체를 대상으로 독려하고 있다"며 "야당이 기대하는 만큼의 성과는 아니더라도 적극적인 참여 의지를 보이고, 의료 공백 사태를 방지하고 의료 인력 양성, 필수의료 개선에 뜻을 같이할 단체가 준비돼 있다"고 전했다. 김 정책위의장과 의사 출신인 인요한 의원·한지아 수석대변인은 이날 협의체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단체 중 한 곳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와 만나기도 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대한의사협회 주도 휴진에 동참하지 않은 서울 동대문구 소재 린여성병원을 방문해 분만 등 필수의료 분야를 담당하는 현장 의료진을 격려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가 "참여 여부에 대해 논의하거나 결정한 바 없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서도 한 수석대변인은 "협의 중"이라며 "반대 입장을 낸 것이 아니라 아직 결정이 나지 않았다는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도 의료계에 여야의정 협의체 동참을 촉구했지만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재논의와 관계자 문책 및 대통령 사과 등의 요구에 대해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재차 드러냈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지난 9일부터는 수시모집에 들어가 있다. 사실상 불가능"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사과를 한다거나 문책을 하는 것은 오히려 개혁의 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한 응급의료 종합상황 브리핑을 통해 "그것(2025년도 증원)은 그것대로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 총리와 한 대표는 이날 비공개 당정협의회에서 2025년 의대 정원 재조정 문제를 의제에 포함하는 것과 관련해 논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윤균 기자 / 구정근 기자 / 우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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