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요양원에 평생 알바족까지…생산·소비 동력 멈춘 ‘중국몽’ 민낯

청년 실업률 치솟고 소비도 줄어…中 경제위기에 동남아·인도 눈돌리는 글로벌 기업들
[사진=AP/뉴시스]

값싸고 풍부한 노동력의 대명사였던 중국의 아성이 무너지고 있다. 근로수입을 통해 가정을 지키려는 기성세대와 달리 중국 청년들 사이에서 ‘탕핑(躺平)’ 신드롬이 불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탕핑(躺平)은 가만히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뜻의 중국 신조어다. 구직을 포기한 채 ‘청년 요양원’에 입소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중국을 경제 대국으로 성장시켜준 ‘인적자원’에 큰 균열이 생겼다.

“저임금 받느니 취업 안해”…중국 2030세대의 현실 ‘2명 중 1명 백수’

16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중국의 청년 실업률은 21.3%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16세에서 24세 사이의 인구 9600만명 가운데 노동 인구는 3200만명으로, 이 중 약 630만명이 실업 상태인 것으로 집계됐다. 해당 통계 발표 이후 중국 당국은 청년 실업률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장단단 베이징 국가발전연구원 경제학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중국의 실제 청년 실업률은 46.5%에 달했다. 당시 정부에서 공표한 19.7%보다 무려 26.8%를 웃도는 수치다. 당국의 청년 실업 통계에 ‘탕핑족’과 부모에게 의존하는 ‘캥거루족’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현재 중국의 2030세대는 단순 노동력을 요하는 업종보다 고숙련 고임금 일자리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온라인 구인·구직 회사인 즈롄자오핀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중국 대졸자의 25%가 텐센트, 바이트댄스 등 IT 분야의 취업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임금이 아니라면 취업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현지 내에서 ‘청년 요양원’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게 그 방증이다.

▲ 중국 베이징의 한 거리 전경. [사진=AP/뉴시스]

청년 요양원은 바, 카페, 노래방 등을 갖추고 있는 수용 시설로, 입소자들이 사교할 수 있고,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청년 요양원은 중국의 주요 도시뿐 아니라 동부 산둥성과 남서부 원난성 등 지방에도 확대되는 추세다. 월 이용료는 1500위안(원화 약 28만원)으로 ‘탕핑’ 유행과 맞물려 현지 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성균관대학교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중국인 유소동 씨(27·여)는 “고향인 청도의 또래 친구들을 보면, 식당·의류업체 등에서 몇 년 간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월급이 높지 않으면 차라리 스트레스 없는 아르바이트가 낫다는 생각을 대부분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노동 소득이 줄다보니 자연스레 중국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이 계속되면서 소비도 살아나지 않는 모습이다. 15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4.7% 성장해 시장 예상치(5.1%)를 하회했다. 전분기인 1분기 성장률(5.3%)보다도 낮은 기록이다.

중국의 경제 성장 원동력인 노동력에 차질에 생기자, 글로벌 기업들은 동남아와 중앙아시아로 눈길을 돌리는 분위기다. 베트남은 이미 인텔, 삼성전자, 엔비디아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격전지가 되고 있다. 인도 역시 삼성·현대·폭스콘 등 세계기업들이 공장을 짓고 진출한 상태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과거 기성세대에 비해 안정적으로 자라온 중국 청년 세대들이 역대 최악의 취업난을 겪으며 불안한 미래에 맞닥뜨리자 현실을 회피하는 경우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며 “청년 실업 문제는 곧 국가 생산력과 직결되는 중요한 사안이다”고 밝혔다.

#중국 #청년 #실업률 #역대급 #백수 #탕핑 #신드롬 #인적자원 #리스크 #고임금 #선호 #기조 #뚜렷 #아르바이트 #청년요양원 #디플레이션 #소비침체 #글로벌 #기업 #공장 #동남아 #인도 #중앙아시아 #국가 #생산력 #하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