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탁 엑스파일] KB부동산신탁, '책준신탁' 수익성 악화 부메랑...차입형 늘린다

출처=KB부동산신탁 홈페이지

KB부동산신탁은 2017년 이후 책임준공확약형토지신탁(이하 책준신탁)을 중심으로 수주를 늘리면서 빠른 외형 성장을 이뤄냈다. 다만 당시 효자였던 책준신탁으로 인해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신용등급이 낮은 중소건설사가 부동산신탁사의 신용도를 활용하기 위해 책준신탁을 찾았다. 특히 은행계 부동산신탁사의 신용도를 활용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조달을 하려는 수요가 많았다. 당시 가장 적극적으로 책준신탁을 수주한 곳이 KB부동산신탁이다.

KB부동산신탁 입장에선 담보신탁 대비 보수가 높은 책준신탁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신탁 계정에서 차입이 이뤄지는 차입형토지신탁(차입신탁)보다 회사가 짊어질 위험이 적다는 점도 책준신탁 수주를 늘린 이유였다.

당시 늘린 책준신탁은 KB부동산신탁의 아픈손가락이 된 상황이다. KB부동산신탁은 지난해 193억원의 순이자이익을 얻었는데도 96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대규모 영업손실 배경은 598억원의 토지신탁 충당부채를 반영한 탓이다. 지난해 신탁 사업 대출 관련 예상 손실 추정액이 600억원에 가까웠다는 의미다.

책준신탁은 일반적으로 사업장 규모가 작은 상가나 오피스텔 관련 공사가 많아 주택 분양시장 침체와 무관할 것으로 예상됐다. KB부동산신탁의 효자였던 책준신탁이 대규모 영업손실을 불러일으킨 것은 고금리로 인한 부동산 시장 침체 탓이다. 부동산 경기 저하로 인해 책임준공이 지켜지지 않으면서 책준신탁의 부담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KB부동산신탁은 올해 2월에도 자기자본의 10% 이상의 부실채권이 발생해 이를 공시했다. KB부동산신탁은 부동산경기침체 및 건설업 환경 악화로 인한 부실채권 발생이며 시장 상황을 고려해 할인분양과 매각, 임대차 계약 등으로 채권 회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출처=KB부동산신탁 공시

지난해 기준 KB부동산신탁의 책준신탁은 8조원이다. 전체 신탁자산의 19%를 차지한다. 2022년 기준 19.7%보다는 비중이 다소 감소한 수치다. KB부동산신탁은 2월 기준 책준신탁 사업장이 52건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72건보다는 감소한 수치다. 점진적으로 책준신탁 비중을 낮춰가는 과정인 셈이다.

KB부동산신탁의 책준신탁 PF 대출 약정 한도는 2023년 말 기준 5조6206억원이다. 이 중 4조20억원이 대한 PF대출이 실행됐다. 책임준공 미이행이 연쇄적으로 발생할 경우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해 말 기준 KB부동산신탁의 대손상각비는 1331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2년 112억원보다 12배(1188%)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대손상각비 급증은 회수가 불확실한 매출채권이 크게 늘었다는 의미다.

KB부동산신탁 관계자는 "책임준공기한 내 준공을 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사업장별 특성에 맞춰 관리를 하고 있다"며 "공정관리, 시공사관리, 사업관리 등으로 나눠 집중 관리를 통한 사업 정상화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KB부동산신탁은 책준신탁의 비중 축소와 수익성 개선을 위해 차입신탁을 늘리고 있다. KB부동산신탁 관계자는 "우량한 차입형 사업장 선별 수주와 리스크가 낮은 비토지신탁 상품 실적을 증대하고자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

KB부동산신탁은 차입신탁 확대를 위해 단기차입금 한도를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지난해 5월과 11월에 이어 올해 2월에도 단기차입금 한도를 늘렸다. 2월 3400억원의 한도를 늘려 차입한도를 7650억원까지 확대했다.

차입시탁 확대를 위해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한 상황이다. 책준신탁과 달리 신탁사가 직접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만큼 한도를 늘려놓는 것이다.

김진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