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성과평가'가 수익율을 올리는 핵심 요소!
[김병철의 퇴직연금 되살리기]
수익률 높은 원인은 뭘까 찾아야
그럴려면 성과평가 잘 할 수 있어야
퇴직연금도 성과평가할 정보 충분해야
정보를 바탕으로 경쟁하고 성과평가해야
필자는 지난 2000년 국민투자신탁이라는 높은 연봉을 주는 회사를 떠나 지금의 스타트업 회사에 해당하는 (주)제로인이라는 회사에서 펀드평가를 시작하였습니다. “자본시장 개방으로 외국회사와 우리나라 자산운용회사들이 경쟁할 때 글로벌 스탠다드에 따라 평가하면 우리나라 회사들이 도태될 것”이라는 말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한국에 맞는 성과평가를 하여 한국 자산운용회사들이 글로벌경쟁력을 가진 자산운용회사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하자는 목적으로 젊은이들이 의기투합하였고, 충분히 목적을 달성하였다고 자평합니다.
평가가 그런 것입니다. 공신력 있는 평가는 단순히 순위를 보여주는 것을 뛰어넘어, '좋고 나쁨'을 보여주는 것으로 인식됩니다. 좋은 평가를 받은 곳으로 자금이 몰리게 되고, 더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경쟁을 하려 하고, 성과가 좋아지는 결과로 연결됩니다. 성과의 원인이 무엇인지 분석하여 성과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주는 것 역시 평가이기 때문입니다.
성과평가가 수익률을 올리게 해
첫번째 글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현대 재무이론은 수익률은 자산배분에 의해 결정된다고 합니다. Brinson, Hood, Beebower은 1974년부터 1983년까지 10년간 미국의 91개 연기금의 성과를 분석한 결과 자산배분이 성과에 91.5% 영향을 미치고, 종목선택과 시장타이밍의 영향은 적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는 자산배분의 중요성을 언급할 때 자주 인용되는 대표 이론입니다.
필자는 여기서 성과를 분석하고 평가하였기에 이같은 사실을 알 수 있었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분석자는 분석대상이 되는 91개 연기금의 전체 수익률을 포함하여, 자산의 구성, 투자시기 등에 대한 데이터(DATA)를 수집하여 분석하였고, 성과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분석할 수 있었습니다.
국민연금을 포함한 선진화된 연기금들이 자산운용위원회 등을 만들어 목표수익률과 자산배분을 결정하는 한편, 성과평가위원회 등을 만들어 성과 원인과 결과를 분석하는 것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 자산배분과 성과평가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인과관계 즉, 원인이 결과에 영향을 줍니다. 하지만 지속되고 반복되는 상황에서 결과는 또 다른 원인이 됩니다. 따라서 결과에 대한 올바른 평가가 더 나은 다음 결과를 만들어 냅니다. 자본시장에서 성과평가가 그런 것입니다. 결과를 분석해 더 높은 수익률을 만들기 위한 방법을 찾는 것, 그것이 성과평가인 것입니다. 결국 성과평가는 수익률을 올리게 하는 든든한 배경입니다.
퇴직연금도 성과평가할 수 있어야
더 높은 수익률을 만들기 위해 성과평가를 하려면 먼저 데이터를 수집하여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평가대상 금융상품의 일수익률, 일자산규모 등을 수집해 기간별수익률(1개월, 3개월, 6개월, 1년 등)과 위험(표준편차 등), 위험조정수익률(샤프 등)을 만듭니다.
이는 같은 기간동안 어느 상품 수익률이 높은지, 어느 상품 위험이 낮은지, 위험을 감안할 때 어느 상품 성과가 좋은지 등을 알려줍니다. 또한 금융상품의 자산명세를 수집할 수 있으면 자산배분효과, 종목선정효과 등 성과 원인을 분석할 수 있습니다. 자산매매내역까지 수집하면 정상적인 운용이었는지, 비정상적 운용이었는지, 특이사항까지 분석할 수 있습니다. 성과평가는 수집할 수 있는 정보의 양과 질에 따라 정확도와 신뢰도가 상승합니다.
안타까운 점은 우리나라 퇴직연금은 성과를 평가하기 위한 필요 데이터를 수집하기 어렵다는 사실입니다. 겉으로는 통합연금 포탈과 각 금융기관 홈페이지에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었지만, 일수익률, 일자산규모 등 성과평가를 위해 꼭 필요한 정보는 공개되어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부족한 정보를 기반으로 1980년대식 왜곡된 관행을 적용한 방식의 성과가 공개되고 있습니다.
이는 가입자 등 정보이용자에게 혼란을 주고 있으며, 최근 국정감사에서 문제점이 지적되기도 하였습니다. ("금감원 연금저축수익률공시 혼란 야기…시장과 최대 90%p 괴리" 연합뉴스) 우리나라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올바른 성과평가를 하기 위해서는 정보가 충분하게 공개되어야 합니다.
퇴직연금가입자를 위한 성과평가 정보
두번째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퇴직연금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하며, 좋은 상품을 선택하여 퇴직연금을 적립해야 노후빈곤에 대비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성과평가 정보가 연금선진국처럼 충분하게 제공되어야 합니다.
먼저, 가입자가 자신에게 맞는 퇴직연금상품을 스스로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개별 상품의 기간수익률, 위험, 위험조정성과를 비교하여 순위를 나열한 성과평가 정보가 제공되어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퇴직연금사업자를 선택하여야 함에 따라, 상품 선택 후에 적립금을 맡길 사업자를 선택할 수 있도록 퇴직연금사업자 성과를 비교하고 순위를 나열한 정보 또한 제공되어야 합니다. 참고로 퇴직연금사업자의 성과는 통합성과(Composite: 여러 개의 상품의 수익률을 묶어서 만드는 수익률) 방식으로 측정하여야 하며, 성과평가전문회사에서 측정이 가능합니다.
결국 퇴직연금성과평가 정보가 퇴직연금 가입자들에게 제대로 제공되기 위해서는 성과평가전문회사의 역할이 필요한 것입니다.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분석하며, 평가하여 이를 공신력 있게 제공하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자본시장법》은 집합투자기구 평가회사에 펀드에 대해 평가하고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퇴직연금의 경우에도 전문적인 평가정보를 제공하는 회사가 필요합니다.
우리나라도 연금선진국과 같이 퇴직연금 수익률이 높아지려면, 높은 수익률을 달성하기 위해 경쟁하고, 성과를 높이기 위한 방법을 찾는 올바른 성과평가가 절실합니다. 이를 위해 성과평가를 위한 기초 정보가 충분하게 공개되어야 합니다. 또한 전문적으로 성과를 분석하고 평가하여 공신력 있게 제공하는 성과평가전문회사가 필요합니다. 행복한 국민의 노후를 위해서는 세 부분이 박자가 잘 맞아야 합니다. 정보, 경쟁, 평가 말입니다.
※ 김병철 에프앤가이드 퇴직연금 사업부 부문대표는 자산운용회사와 증권회사가 합쳐진 투자신탁회사에서 처음 직장 생활을 시작해 자산운용시장의 영업, 제도, 상품 등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했다. 2000년 (주)제로인에서 펀드평가시장 개척에 나서 펀드와 펀드매니저, 자산운용사를 평가했고, 연기금 등 투자자에게 성과평가 및 컨설팅을 전문적으로 제공했다. 2016년에는 KG제로인 대표이사를 지냈고, 2024년 에프앤가이드에 퇴직연금사업부를 신설해 부문대표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