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尹 독대 요청에... 여당선 "필요하지만 공개 부적절"

만찬 앞두고 독대 요청 사실 알려져
윤상현 "언론에 나오는 것 좋지 않아"
김재원 "사전 공개돼 양쪽 다 부담"
김미애 "독대 어려워지진 않을 것"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2박 4일간의 체코 순방을 마치고 성남 서울공항으로 귀국하며 마중 나온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성남=왕태석 선임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4일 만찬 회동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한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데 대해 친윤계 의원 등을 중심으로 여당 내에서도 부적절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친윤계 김재원 최고위원은 23일 KBS라디오 '전격시사' 인터뷰에서 "사전에 공개가 됨으로써 양쪽 다 부담스러운 상황이 된 것은 좀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선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자주 만나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정부 입장에서 또 대통령 입장에서는 정부의 정책이나 공무원들의 보고, 정부 정책 전체의 연속성 측면에서 대통령이 갖고 있는 생각이 있을 수 있고, 여당 대표는 국민과 많이 만나면서 여론에 민감할 상황이기 때문에 잘 조화롭게 대화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대통령과 만나서 이런 대화가 있었다고 추후에 공개를 하면 훨씬 더 신뢰성도 높아지고 좋아질 텐데 사전에 공개가 되는 것은 약간 이례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곤욕스러운 상황이 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윤상현 "만찬 날 아닌 다른 기회 만들어야"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독대 요청을 했다(는 내용이) 언론에 나오는 것 자체가 좋은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독대 자체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긍정했다. 그는 "만찬에서보다 실무적인 비즈니스 회의로서 독대가 이뤄지는 게 훨씬 더 좋지 않겠나 싶다"며 "한 대표가 추석 연휴기간에 민심의 현주소를 많이 느꼈을 것 아니냐. 그것을 대통령에게 전하겠다고 하면 (만찬 회동 때가 아니라) 따로 기회를 만드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진행자가 "내일 만찬 전에 독대하지 말고 다른 날 하라는 말이냐"고 묻자 윤 의원은 "그렇게 할 수도 있다. 만찬 회동을 하는데 심각한 얘기를 할 수 있겠냐"라며 "한 대표가 전하려고 하는 메시지가 있으면 (만찬 당일이 아닌) 따로 말씀하는 (것이 어떤가) 그런 생각도 있다"고 답했다.

다만 윤 의원은 "만찬을 하면서 여러 현안에 대해 논의가 될 것이라고 본다"면서도 "언제든지 (당에서) 대통령께 민심의 현주소에 대해서 항상 알리고 또 협의하고 논의하는 구조가 이뤄져야 한다"고 대통령과 당대표 간 소통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김재원 "추후 공개했으면 더 좋았을 뻔"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에서 개막한 제25회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해 주제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윤 대통령 뒤편에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착석했지만 인사하지 않았다. 인천=왕태석 선임기자

반면 김미애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뉴스파이팅 배승희입니다' 인터뷰에서 "당정 간의 건강한 소통을 위해서도 저는 독대는 필요하다고 보는 입장"이라며 "공개적으로 말하기 껄끄러운 것 등 모든 것을 열어두고 (대화)할 수 있다고 본다"고 긍정적으로 봤다. 대통령실에서 독대 요청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그것을 전달하는 과정이 (어떻게) 언론에 공개가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것 때문에 (독대 자체가) 어려워질 거라고 생각지는 않는다"고 내다봤다.

앞서 한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만찬에 앞서 독대하자고 제안한 사실은 21일 채널A가 여권 핵심관계자를 인용해 첫 보도하면서 알려졌다. 이어 22일 오후 한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이 "저희가 (대통령실에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대를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실을 확인해 줬다. 여당 인사 여러 명이 한꺼번에 만나는 만찬 자리보다는 단독으로 만나야 의료 개혁 등 현안에 대한 깊은 논의가 가능하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한 대표의 요구에 아직 응답하지 않은 상태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