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피해자의 손' 붙잡은 26년차 베테랑 경찰이 지금도 공부하는 이유는
조석완 오라지구대장 인터뷰
“제가 지금도 공부하는 건 경찰 일을 더 잘하고 싶어서입니다. 그래야 시민들에게 친절한 경찰관이 되죠.”
한국어교육학, 영어학, 청소년교육학, 심리학, 법학 등 정식 대학 학위 8개.
청소년 및 학교폭력, 심리상담 관련 자격증 20여 개.
버스, 택시, 화물운송, 포크레인, 지게차 등 운전면허 7개.
이 밖에 건강, 한국어교원, 경제, 컴퓨터, 어학, 각종 행정 자격증까지...
50여 개의 자격증과 10개 가까운 대학 학위를 딴 어느 ‘공부하는 경찰관’의 정체는 도대체 뭘까?
경찰의 날(10월 21일)을 맞아 제주에서 112 신고가 가장 많은 경찰관서 중 하나인 제주동부경찰서 오라지구대 조석완 대장(경정)을 최근 만났습니다.
그가 이토록 공부를 시작했던 원동력, 그것은 사람을 향한 애정에 있었습니다.
조석완 오라지구대장은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2014년쯤 안산단원경찰서에서 여성청소년계장, 112상황실장으로 근무하면서 청소년 상담 및 학교폭력, 외국인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시작’된 것 같다”고 구체적으로 털어놨습니다.
“학교폭력으로 너무 힘들어했던 중학생 친구가 있었어요. 이 친구가 어떻게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일어설 수 있도록 제가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시작이었어요. 얘를 중심으로 다른 곳에서 학교폭력을 당했거나 가해자였던 친구들을 모아서 댄스동아리를 만들고 연습하도록 독려했죠. 결국에는 공연까지 했던 적이 있어요. 이 친구들의 자존감을 긍정적으로 높여주는데 청소년 상담 자격증이 톡톡한 도움이 됐죠.”
경찰 일을 하면서 관심이 커진 부분을 공부하면서 하나하나 자격증, 학위로 취득하다보니 그 숫자가 늘어버린 것 같다는 설명엔 실제로 그가 26년간 경찰로서 걸어오며 만난 사람들과의 무수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조 대장은 브로커에 속아 개인정보가 담긴 자료들을 넘겼던 덴마크 노부부와 영어로 대화하며 도왔던 기억을 떠올리며, 학사편입으로 취득한 영어학 학위도 상담 관련 자격증과 함께 외국인과 소통하는데도 기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과거 경찰서 경비교통과장을 지내는 등 교통안전을 책임지는 일을 하다보니 버스, 화물운송, 지게차, 포크레인, 오토바이 등 운전 자격증 7개를 취득했습니다.
게다가 한번은 취약계층을 상대로 발마사지 봉사를 하는 시민단체의 모습을 보고 감동했다는 그.
이들을 닮고 싶단 생각에 발마사지, 발관리사, 카이오프랙틱, 아로마오일, 수지침, 안마, 뜸 자격증까지 땄습니다.
조 대장은 “하나에 꽂히게 되면 ‘올인’하는 성격 때문인 것 같다”며 “학사 편입으로 법학사는 경찰업무에의 연장선에서, 심리학사와 청소년교육학사는 청소년 상담업무에 대한 관심에서, 영어학사는 다문화 및 외국인 대상 업무에 대한 관심에서, 사회복지학사는 사회전반의 복지업무에 대한 관심에서 공부했다”고 말했습니다.
1991년 서울 본교 고려대에 입학해 지리교육학을 공부했고, '여지(麗紙)'라는 학보사 편집위원으로 대학시절을 보내며 글쓰기애 남다른 애정을 보였습니다.
2012년에는 제18회 지필문학 신인문학상을 받으면서 수필가로 데뷔하는 등 이색 이력으로 이어졌습니다.
연세대 법학 석사를 거쳐, 현재 제주대학교에서 한국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공부하는 경찰관’ 조 대장은 몸을 낮췄습니다.
그는 “친절하고 공정한 경찰이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지만 저보다 더 공부하고 노력하는 경찰관이 많다. 여전히 공동체 속에서 경찰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하고 현장에서 시민들을 만나며 답을 찾으려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각종 사건사고 초동조치를 처리하는 데만도 정신없는 그는 “대형 도로인 서광로, 연삼로, 연북로가 관내에 있고 노인 거주 비율도 높다보니 특히 고령자 교통사고 신고도 적지 않다”고 털어놨습니다.
또 “무단횡단, 정지선 준수, 담배꽁초 투기, 쓰레기투기 등 기초질서 위반행위 단속 문제에 대해 협력 단체와 머리를 맞대고 공동체 속에서 어떻게 변화를 이끌어낼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제주경찰에게 응원, 지지를 보내준다면 더욱 힘이 될 것이라며 현장으로 향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정용기 (brave@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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