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수 매길 게 있나요…내년엔 부상 없이" 어깨 부상→시즌아웃 이정후, 8달 만에 돌아왔다 [일문일답]

신원철 기자 2024. 10. 1.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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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후 ⓒ곽혜미 기자
▲ 이정후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국제공항, 신원철 기자] 1억 1300만 달러 초대박 계약을 따냈지만 입단 첫 해 어깨 수술이라는 예상 못 한 사태를 겪은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미국에서의 한 시즌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다. 이정후는 "점수를 매길 게 있겠나"라며 "많은 경기에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고 미국에서의 첫 시즌을 돌아봤다.

이정후는 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귀국했다. 지난 2월 1일 미국 출국 후 8개월 만이다. 그 사이 이정후는 기대 이상으로 빠른 적응 능력을 보이며 스프링캠프에서 호평을 받았고, 데뷔전에서 첫 안타와 타점, 세 번째 경기 만에 첫 홈런을 터트리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한편으로는 빅리그의 벽을 느끼기도 했고, 결정적으로 펜스 충돌을 감수한 허슬플레이를 펼치다 어깨 수술을 받으면서 시즌아웃되는 악재를 겪기도 했다. 이정후는 미국에 남아 샌프란시스코 구단에서 재활 일정을 보냈고, 팀의 정규시즌이 마무리되면서 한국으로 돌아왔다.

1일 귀국 인터뷰에서 이정후는 8달 만의 귀국 소감에 대해 "엄청 설레거나 그런 느낌보다는,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구나 하는 걸 느꼈다. 한국에 있었을 때보다 더 빨리 지나간 느낌이다. 아직 다른 팀들은 내일(2일)부터 더 중요한 경기(포스트시즌)을 하는데 나는 시즌 끝나서 한국에 왔으니 아쉬운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재활 훈련 진전에 대해서는 "재활 훈련은 다 끝났다. 구단에서 준 비시즌 프로그램이 있어서 그대로 몸 잘 만들면 될 것 같다"며 "다쳐서 경기를 못 뛰었다. 재활하는 동안 우선 정신적으로도 리그에 어울리는 선수가 먼저 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적으로 야구를 대하는 방법, 경기를 준비하는 방법에서 더 성숙해진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 이정후 ⓒ곽혜미 기자

- 미국에서의 재활은 처음이었는데 어떻게 시간을 보냈나.

"수술 전에는 힘들었다. 그런데 그 시간도 다 지나간다는 것을 느꼈다. 재활하면서 트레이너들, 같이 재활하는 선수들과 열심히 운동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 수비 한 번에 시즌아웃이 됐다. 어떤 생각이 들었나.

"처음 (어깨가)빠졌으면 뭐지 싶었을 텐데 사실 그 느낌을 알다 보니까, 처음에는 수술을 했는데 또 빠지나 했다. 수술을 했던 곳이라 심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조금 더 심한 상태였다. 진료 받을 때부터 수술이 필요하겠구나 생각했다. 그 플레이 하나로 시즌이 끝나서 아쉽지만 앞으로 야구할 날이 더 많으니까 좋은 경험이 되지 않을까 싶다."

- 야구 훈련은 어디까지 시작했나.

"아직 안 하고 있다. 11월부터 하기로 돼 있어서 구단에서 준 (프로그램대로)할 것 같다."

- 부상 전까지 뛰었던 메이저리그, 자신의 능력을 어느정도 확인했나.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하다 보니까 더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조금씩 공이 눈에 익기 시작했는데 그때 다치는 바람에. 너무 아쉽고, 또 내가 이겨내야 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1년을 보냈지만 내년에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동안 느낀 점을 토대로 겨울에 더 열심히 준비해야 할 것 같다."

- 미국 현지 매체에서는 발사각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어렸을 때부터 하던 야구가 있는데 몇 달 만에 고치기는 쉽지 않다. 훈련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바뀌어야지 그걸(발사각) 신경 쓰면 내가 잘하는 것을 놓칠 수 있다. 겨울에 준비하다 보면 내년에 어떤 일이 있을지는 한 번 지켜봐야 한다."

- 내년 스프링캠프 참가는 문제 없나.

"재활은 거의 끝난 상태다. 몸은 80~90% 회복했다. 구단에서 준 스케줄을 잘 마치면 내년 캠프에는 문제가 없을 것 같다."

- 어떤 성과가 있었나.

"잘 모르겠다. 사실 경기를 많이 못 뛰어서 얻은 점이 있다고 하기 그렇다. 솔직히 시즌 초반 뛰었던 것들은 지금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재활했던 시간이 더 길어서. 그런 점들도 처음부터 되돌아보고 열심히 해야할 것 같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그래도 개막 시리즈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꿈에 그리던 리그에서 경기를 뛰고, 또 (김)하성이 형이랑도 같이 경기를 했다. 그 시리즈에서 안타도 치고 홈런도 쳐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

▲ 올해 불운의 부상으로 시즌을 조기에 접은 이정후는 현재 순조로운 재활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고, 오는 10월 1일 귀국해 재활을 계속 이어 나갈 전망이다

- 재활하며 선수단과 동행했을 때도 많은 것을 느꼈을 것 같다.

"생각지도 못 했는데 선수들과 감독님이 먼제 제의해줬다. 나에게는 너무 뜻깊은 시간이었다. 선수들이 먼저 얘기해줘서 너무 고맙다. 경기는 못 나가더라도 운동하면서 그 야구장의 환경 이런 것들을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다."

- 공교롭게도 김하성도 어깨가 안 좋았다.

"형이 애리조나에 왔을 때 나도 애리조나에 있어서 같이 얘기를 했다. 사실 내가 뭐라고 말하기에는 형의 상황이 있다. 재활 잘 하면 형의 경기력을 찾을 거로 생각한다."

- 파르한 자이디 사장이 떠나고 버스터 포지 신임 사장이 취임했다.

"수뇌부 교체에 대해는 내가 말할 것이 없다. 새로 신임 사장으로 선임된 분도 정규시즌에 야구장에 자주 오셔서 대화를 많이 나눴었다. 늘 선수들과 가까이 지냈던 분들이다. 수뇌부 교체에 대해 드릴 말씀은 없고 나는 내년 시즌을 바라보면서 내가 할 일만 잘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 김혜성도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데,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나.

"야구도 중요하지만 야구는 혜성이가 알아서 잘 할 거다. 생활 쪽에서 많이 얘기해주고 싶다. 같은 말을 쓰는 동료들을 떠나 통역 형과 둘만 한국말을 쓴다. 그런 환경에서 내가 먼저 다가가서 얘기하고 장난치고 해야 동료들도 우리를 더 많이 생각해준다. 힘들더라도 먼저 다가가면 선수들도 좋아한다. 그런 걸 잘 했으면 좋겠다."

- 그런 면에서 본인은 적응이 다 끝났나.

"재활로 많이 빠져있었는데 그렇게 하면서 선수들과 리프레시도 하고 그랬다. 경기 뛸 때보다 장난도 많이 치고 더 많이 친해진 것 같다."

- 메이저리거에 걸맞은 멘탈의 일부분인가.

"그거까지는 모르겠지만 한국과는 다른 멘탈을 가져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안 좋게 생각하면 끝도 없다. 이제는 남은 야구 인생에 부상이 없었으면 좋겠다. 아무리 좋은 선수라 해도 경기에 나가지 못하면 끝이라는 것을 많이 느꼈다. 미국에서도 결국 많은 경기에 나가는 선수들이 자기 성적을 내더라."

▲ 이정후 ⓒ곽혜미 기자

- 처남 고우석은 아쉬운 시즌을 보냈는데 어떤 응원 메시지를 보냈나.

"같이 힘내자고 말하고 싶다. 같이 힘내고, 올해 부족한 것을 많이 느꼈다. 직접 느낀 것만큼 좋은 게 없다고 생각한다. 실패해봐야 얻는 게 있다. 같이 힘냈으면 좋겠다."

- 내년 시즌 어떻게 만들어가고 싶나.

"부상 없이 한 시즌 풀로 뛰고 싶다. 2년 동안 그렇게 하지 못했다. 선수라면 경기에 나가야 상황이 벌어지는데 경기를 2년 동안 많이 못 뛰었다. 가장 야구를 많이 하고 실력이 늘어야 하는 시기에 자꾸 쉬는 것 같아서 걱정이다. 잘하든 못하든 일단 많은 경기에 나가고 싶다."

- 팬들에게.

"많이 와주셔서 감사하고, 또 1년 동안 많은 응원을 해주셔서 감사하다. 준비 잘해서 내년에는 부상 없이 좋은 경기력 보여드리겠다."

▲ 내년 개막전 정상 출격을 목표로 재활 중인 이정후

이정후는 지난 시즌을 마친 뒤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다. 샌프란시스코가 이정후에게 6년 1억 1300만 달러 대형 계약을 안기면서 꿈을 향한 첫 단추를 성공적으로 끼웠다. 샌프란시스코 외야 재구성의 중심에 이정후가 있었다.

이정후는 시범경기에서 35타수 12안타 타율 0.343과 OPS 0.911로 뛰어난 적응 능력을 발휘했다. 정규시즌에서는 개막전부터 안타와 타점을 기록하면서 눈도장을 받았고, 세 번째 경기에서 첫 홈런을 날려 장타력까지 선보였다. 첫 20경기에서는 타율 0.289, OPS 0.727을 기록했다.

그러나 나머지 17경기에서는 타율 0.226, OPS 0.526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5월 중순에는 자신의 파울타구에 맞은 영향으로 3경기에 결장하더니, 복귀전에서 수비하다 어깨를 크게 다쳐 시즌아웃됐다. 직전 3경기에서 타율 0.429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는데 여기서 부상이라는 큰 악재를 맞이한 것이다.

이정후는 37경기 타율 0.262와 OPS 0.641, 2홈런 8타점을 남기고 어깨 수술을 받게 됐다. 수술을 받은 뒤에는 샌프란시스코에서 계속해서 재활을 이어갔다. 지난 6월 27일에는 아버지 이종범 전 코치와 함께 '한국 문화유산의 밤' 행사의 일환으로 열린 시구 행사에 참가하기도 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수비 도중 펜스에 부딪혀 교체됐다. ⓒ연합뉴스/AP 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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