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아버지, 韓성장 모델 주목…한국과 각별한 노벨수상자들

임지우 2024. 10. 15.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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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상 허사비스, 2016년 알파고·이세돌 대국 당시 방한
경제학상 3인방, 남·북한 경제발전 차이 천착 지한파…'한국계 부인' 수상자도
'세기의 대국' 이세돌과 허사비스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2016년 구글 딥마인드의 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을 마친 이후 이세돌 9단과 데미스 허사비스 딥마인드 CEO가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10.15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한강 작가가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거머쥐면서 어느 해보다 노벨상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다른 분야 수상자들도 한국과의 각별한 인연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우선 노벨화학상을 공동 수상한 데미스 허사비스(48)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인공지능(AI) 모델 알파고를 만든 '알파고의 아버지'로 한국에 잘 알려져 있다.

그는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세기의 바둑 대결' 당시 방한해 대국을 직접 지켜봤다.

알파고는 당시 이세돌 9단과 총 다섯 차례 대국에서 네 차례 승리해 한국 바둑계는 물론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허사비스 CEO는 당시 한국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믿을 수 없는 대국이었고 가장 놀라운 경기 결과였다. 엄청난 한 주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세돌 9단에게는 "창의적인 천재성과 대국 내내 보여준 모든 것에 대해 깊은 감사의 말을 전한다"면서 "함께 대국하고 얼마나 뛰어난 기사인지를 직접 볼 수 있어서 기쁘다"고 했다.

이세돌 9단과 악수하는 허사비스 (EPA=연합뉴스) 2016년 방한 당시 이세돌 9단과 악수하고 있는 허사비스 딥마인드 CEO. 2024.01.15

당시 경기 분석을 통해 알파고의 다음 개발 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밝힌 허사비스 CEO는 이후 더욱 진보한 프로그램인 '알파제로'를 내놓았다.

또 AI 모델을 이용해 신약개발과 질병 치료에까지 연구를 확장해나가며 올해 노벨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노벨위원회는 단백질 구조를 파악하는 딥마인드의 AI 모델 '알파폴드2'가 신약 개발 및 질병 치료 연구 분야에 기여한 공로 등을 인정해 허사비스 CEO와 존 점퍼 딥마인드 연구원, 데이비드 베이커(62) 미국 워싱턴대 생화학 교수 등 3명을 화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올해 노벨물리학상도 세계적인 AI 석학인 제프리 힌턴(76)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와 존 홉필드(91)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수상하면서 'AI 돌풍'을 입증했다.

AI 머신러닝 기술의 기초를 확립한 공로를 인정받은 힌턴 교수는 이달 말 서울에서 열리는 '글로벌인재포럼' 행사에서 온라인으로 연설할 예정이다.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노벨상 중 마지막으로 발표된 경제학상 수상자들도 평소 한국의 경제 모델에 깊은 관심을 둬 온 '지한파'로 꼽힌다.

공동 수상자 3명 중 다론 아제모을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와 제임스 로빈슨 시카고대 교수는 저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남·북한의 경제 발전 차이에 주목한 바 있다.

이들은 지리적, 역사적, 인종적 배경이 같은 남한과 북한이 경제 발전에서 차이를 보이는 이유가 제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고 이를 자신들의 논거 중 하나로 풀어냈다.

아제모을루 교수는 2022년 방한 당시 연설에서 포용적 제도와 민주주의를 통해 경제적 번영을 성취한 국가로 한국을 꼽았으며, 수상 이후 기자회견에서도 이러한 한국 경제 모델의 의의를 재차 강조했다.

그는 "남북한은 제도의 역할을 훌륭하게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한국의 민주화 과정은 매우 어려웠지만, 한국은 민주화 이후 성장 속도를 더 높였고 성장 방식도 더 건강하게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다론 아제모을루 교수 (서울=연합뉴스) 지난 2022년 방한해 KSP 성과공유 컨퍼런스에서 발언하는 노벨경제학상 공동 수상자 아제모을루 교수. 2024.10.14 [KDI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photo@yna.co.kr

로빈슨 교수도 수상 이후 인터뷰에서 "한국은 세계 역사상 가장 놀라운 경제적 성공담을 이룬 나라 중 하나"라고 평가하며 지난 50년간 한국의 성장을 일궈온 성장 모델이 앞으로도 지속 가능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제학상 공동 수상자인 사이먼 존슨 MIT 교수는 부인이 한국계 미국인으로, 역시 평소 한국에 큰 관심을 보여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해 경제학자인 타일러 코웬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해 "아내의 부모가 한국에서 태어난 만큼 한국이 가장 좋아하는 나라 중 하나"라며 "그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한국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했으며 한국 경제학자들과도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고 말했다.

또 2011년에는 처남인 제임스 곽(한국명 곽유신)과 함께 미국발 경제 위기를 불러온 대형 은행들의 악마성을 폭로한 책 '위험한 은행'(원제 Bankers)을 펴내기도 했다.

존슨 교수는 노벨상 수상 이후 기자회견에서 "쉬운 여정이 아니었고 오늘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 경제는 훨씬 나은 상태이며 다른 나라들이 이룬 것에 비해 놀라운 성취를 이뤘다"고 평가했다.

2024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AFP=연합뉴스]

wisef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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